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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는 장애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책/학술

    "자폐는 장애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신간 '독특해도 괜찮아'

     

    아이가 자폐 범주성 장애(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라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막막해한다. 오늘도 부모들은 아이가 하는 자폐성 행동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신간 '독특해도 괜찮아'의 저자 배리 프리전트 박사는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알고 보면 자폐인이 하는 모든 행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하는 행동은 모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막거나 제지하기보다 스스로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리 프리전트 박사는 자폐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40년 넘도록 자폐증이 있는 사람과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해 왔다. 이 책은 저자가 쌓아온 상담 사례와 임상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그는 자폐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자폐에 대해 가진 편견을 벗고 다르게 보도록 안내한다. '자폐성'은 질병이나 장애가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폐인에게는 무엇보다 그들 특유의 능력을 북돋우고 바람직한 행동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폐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크게 2부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행동과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 자폐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한다. 2부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폐증을 안고 성장한 개인과 가족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한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발달 지연과 자폐가 있는 자녀를 둔 많은 부모가 자주 상담해 왔거나 자폐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풀어주었다. 그 외에 독자가 궁금한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상황별 사례 찾아보기' 목차를 별도로 마련하였다. 덧붙여 국제행동분석가이자 서울ABA연구소의 한상민 소장의 감수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저자는 가정 상담과 임상 연구를 병행하며 수많은 가정에서 자폐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여 년 동안 많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부모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또 이들 부모의 차이 때문에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이 눈에 띄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자폐증이 심해져 가는 아이라도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시시각각 발달한다. 따라서 아이 곁에 항상 있는 부모나 교사가 자폐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면 아이의 발달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민감한 탐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대처하는 방법은 물론, 아이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것에 흥미를 보일 때 대처해야 방법, 아이의 열정을 학습 동기와 진로 설정으로 이어나가는 방법 등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또 저자는 자폐인은 대체로 우울증이 있고 자존감이 낮아서, 정서적 발달도 중요시 했다. 즉, 이들이 안전한 공간과 사랑이 충만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과 사회적으로 원활히 소통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준다. 특히 자폐증이 있는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운 선배 부모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많은 부모가 힘을 얻고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책은 총 2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자폐증 이해하기'는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자폐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언어' '정서' '학습' 등 구체적인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 언어 치료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를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학습 유도 방법과 어휘력을 점차 늘리는 방법도 함께 설명한다.

    2부 '자폐증과 함께하기'는 자폐인 주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부모를 비롯한 자폐인의 가족, 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교사와 치료사, 학급 친구들 같은 자폐인 주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행동 지침을 알려준다. 특히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부모들이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의 깊게 들려준다. 9장과 10장에서 들려주는 네 가정의 성공 이야기는 저자가 20여 년 가까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실제 사례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들을 바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한 "상황별 사례 찾아보기"는 '자주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처해야 할 때' '아이의 행동이 갑자기 악화될 때' '주변 상황의 변화로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 때'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할 때' 등을 중심으로 독자들의 접근성을 돕고 있다.

    이 책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번역을 하는 내내 나는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글썽거릴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나 자신이 자폐증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 진정으로 깨닫고 반성했다.

    프리전트 박사가 끊임없이 말하는 것처럼,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면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저 독특하고 특별한 사람일 뿐,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 진심으로 와 닿는 말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책 속으로

    쉬는 시간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앤톤은 일곱 가지 색깔을 체계적인 순서로 사용해 1부터 180까지의 숫자를 정교한 격자 형태로 써 놓았다. 아이의 그림은 사선으로 정확한 순서에 따라 숫자를 나열해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이 아주 깔끔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한 번에 한 단어만 겨우 말하고 몇 가지 말들만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던 아이가 삼십 분씩이나 집중해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며 스스로를 진정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걸 그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 57p, 1장 《"왜?"라고 생각하기> 중에서

    자폐증이 있는 아이는 신경학적인 요인 때문에 사람들과 있으면 불안해하고, 감각을 많이 쓰는 것을 못 견뎌 하고, 말을 만들어 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의사를 필사적으로 전달하려는 아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 사람들과 처음으로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로부터 "조용히 해!" "그런 바보 같은 말좀 그만해!"라는 거친 말을 들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말은 아무 도움도 안 될 뿐 아니라, 언어와 의사소통이라는 힘든 과정을 배워 가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꺾어 버린다. 또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의 문이 닫혀 버리면 아이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특정한 몇몇 사람을 피하려고 하고, 말문을 닫아 버리고, 단념하듯 행동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 97p, 2장 《자폐아 언어 알아듣기》 중에서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본능이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자극에도 크게 반응한다. 무엇이든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꼭 사자를 보거나 불이 났거나 총을 든 사람과 맞닥뜨렸을 때만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믿음이 깨졌을 때, 또 자신이 의지하던 질서가 무너졌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아마 자폐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동물학자인 그녀는 자신감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 유능한 연설가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의 감정 세계를 이렇게 표현할 때가 많다.

    "제가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사실은 늘 그런 상태에 있어요."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은 거의 모두 민감한 감각에 기인한다.
    - 140p, 4장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두려움 극복하기》 중에서

    집에 오는 길에 산드라는 딸 리사에게 생일날까지 선물은 비밀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꼭꼭 잘 숨겨 놓으렴(Keep this under your hat, '비밀로 하다'는 뜻)."

    그날 밤, 딸 리사의 방에 들어온 아빠는 딸의 모자가 평소와 달리 책꽂이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제자리에 놔두려고 손을 뻗자 리사가 외쳤다.

    "안 돼요! 만지지 마세요! 비밀이란 말이에요!"

    때로는 사소한 말이 예기치 못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가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이렇게 물었다. "엄마 집에 계시니?” 그러자 아이는 “네”라고 대답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 194p 6장 《그들만의 특별한 소통법 이해하기》 중에서

    한 엄마는 자기 남편이 장님이며 두 딸 중 하나는 장님이고 하나는 자폐증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자기 가족을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자기가 보기에 그들은 ‘최고’이며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둔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최고’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최고이기 때문이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의사, 교육자, 치료사, 책, 인터넷 등 여러 곳에서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듣고 용기도 얻는다. 하지만 내 경험상 가장 소중하고 유익하고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이미 이 길을 걸어 본 다른 부모로부터 얻을 때가 많았다.

    - 253p, 8장 《긍정적인 경험담에서 지혜 배우기》 중에서

    그가 보인 첫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삼십오 년이 넘도록 자신에게 자폐 범주성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고 외교관으로서 보스니아나 이라크 같은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기 일도 잘 해냈다. 또 그는 재능 있는 극작가이자 야구팀의 인기 있는 투수였고 기타도 잘 쳤으며 지역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이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자기가 받은 진단을 숨겼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는 늘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힘들어했다. 사립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선생님들은 문제아라고 했고 심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 288p, 9장 《진정한 자폐증 전문가들에게 배우기》 중에서

    "그들은 자기 결정력(self-determination)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지 않으며 즉각적인 욕구에만 부응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다."

    어떤 부모는 자폐증이 있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몇 가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제한적일 때도 있지만) 자녀의 자기 결정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기 결정력에 관한 대화는 훨씬 빨리,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고, 도와주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아이가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344p, 11장 《아이 마음에 생기 불어넣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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