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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이 박현준을 몰라서 일을 저질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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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양이 박현준을 몰라서 일을 저질렀을까요?"

    4년 만의 승부 조작 사태, 과연 대책의 문제였을까

    '어쩌자고 또 다시...' 승부 조작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NC 이태양(왼쪽)과 군 검찰에 이첩된 넥센 문우람.(자료사진=NC, 넥센)

     

    4년 만에 다시 승부 조작 악령이 고개를 든 프로야구. 2012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선수들이 검은 유혹에 빠져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창원지검은 21일 NC 이태양과 넥센 문우람이 지난해 4차례 경기에서 승부 조작을 시도해 2번 성공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태양은 불구속 기소됐고, 상무 복무 중인 문우람은 군 검찰에 이첩됐다.

    해당 구단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NC는 이미 20일 이태양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계약 해지와 실격 처분을 요청했다. 넥센도 21일 사과문을 내고 "사법 처리 이후 가장 무거운 징계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의 추문은 이뿐이 아니다. 해외 도박 혐의를 받은 삼성 안지만도 21일 경찰이 불구속 기소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케이티 김상현이 음란행위로 20대 여대생의 신고를 받아 적발돼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케이티 장성우의 SNS 파문과 올해 오정복의 음주운전 등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KBO나 구단의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없었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확실한 대책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딴 일탈행위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대책과는 무관하다. 2012년 이후 KBO와 각 구단들은 각종 대책들을 내놨고, 또 시행 중이다. 이런 대책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박현준 사태 이후 각종 대책 수립, 운영

    2012년 LG 소속이던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 조작 사태 뒤 KBO는 대대적인 근절 대책을 내놨다. 그해 3월 시즌 개막에 앞서 '공정하고 투명한 스포츠 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경기 조작 관련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처벌 규정 강화한 것이다.

    일단 KBO는 공정센터를 신설해 경기 조작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전 경기 실시간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2012년 6월부터 암행감찰제 운영해 경기 조작, 불법 스포츠 도박, 반사회적 불법 행위, 금품 수수 및 향응 제공, 품위손상 행위에 대한 감찰을 시행했다.

    자발적인 신고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하고, 선수나 관계자 본인에 대해서는 처벌 감면제를 도입했다. KBO 공정센터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콜센터를 연계해 상시 신고 및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승부 조작에 연루돼 영구제명된 전 LG 투수 박현준.(자료사진=노컷뉴스DB)

     

    KBO는 또 매년 1월 신인 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과 의무, 특히 승부 조작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주의를 주고 있다. 또 매년 개막 전 감독, 코치,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부정방지 교육이 이뤄진다. 1, 2군을 망라한 교육이다.

    시즌 중에도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에서 제작한 부정방지 관련 영상물과 인쇄물을 구단에 배포한다. 구단 역시 자체 교육과 관리 감독을 시행 중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매년 11월 총회를 열고 전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런데도 또 다시 승부 조작의 망령이 찾아온 것이다. KBO는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이태양, 문우람, 안지만에 대해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부과했다. 경기나 훈련 참가는 물론 해당 기간 보수도 받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추후 사법 처리가 결정되면 다시 엄정한 제재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태양, 문우람은 영구제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12년 LG 소속이던 박현준, 김성현이 승부 조작에 연루돼 그렇게 됐다. 안지만도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무거운 징계를 피할 수 없다.

    ▲허탈한 야구계 "선수가 먼저 승부 조작 하자는데…"

    KBO와 구단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각종 대책과 교육, 감찰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탈행위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KBO와 구단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또 다시 골머리를 앓아야 할 판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대책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2012년 이후 각종 대책으로 승부 조작에 대한 프로야구계의 경각심은 높아졌다. 현재로서 나올 만한 대책은 모두 나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영구제명보다 더 큰 징계는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또 승부 조작을 하면 야구계에서 추방을 당한다는 사실은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일부 선수들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이나 대책보다는 선수 개인의 문제라는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이 한두 명의 일탈행위자들 때문에 매년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모두 성인이고 심지어 30, 40대 애 아빠들도 수두룩한데 이들 선수에게 매년 교육을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학창 시절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미 성인이 되는 프로 이전 아마추어 시절 인격 형성 과정의 시기에 교육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은 "야구는 물론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에만 매진하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교육을 받는 데 소홀했다"면서 "높은 연봉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학창 시절부터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수들 본인의 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KBO나 구단이 대책을 마련해도 선수들이 지키지 않으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먼저 제의해 승부 조작이 이뤄지는데 만 가지 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승부 조작은 패가망신에 이르고, 각종 일탈행위 역시 자신의 야구인생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선수들이 느끼고 방지하는 자정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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