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폭우 속에서도 굉음 내뿜는 日 사드레이더



사회 일반

    폭우 속에서도 굉음 내뿜는 日 사드레이더

    [해외사드 취재기]

    사드 레이더인 일본 교가미사키(經ケ岬) X-밴드 레이더 기지. 빨간원 안에 있는 것이 레이더다. 바닷가 북쪽 방향으로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우측의 둥근 원형 모형은 통신시설이다. (사진=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제공)

     

    교토(京都)에서 북쪽으로 3시간 넘게 달리면 교탄고(京丹後)시 소대시(袖志)라는 지역이 나온다. 해안절경으로 유명해 레이싱게임에도 등장하는 곳이지만,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배치 문제로 이젠 뉴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미군은 지난 2014년 12월 이곳에 사드 레이더 기지를 세웠다.

    ◇ 일반 시민들 "사드가 뭐에요?"

    흥미롭게도 취재진이 만났던 숙박업소 주인과 다수의 교토시민들은 '사드'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통역사도 40년을 교토에서 살았지만 사드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지역 경찰들도 'X-밴드 레이더'는 알아도 사드라는 단어는 생소해했다. 이해당사자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지 '미군시설'이자, '교가미사키(經ケ岬) 통신소'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16일 오후 1시 레이더 기지 앞에 도착하자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개까지 껴 시야는 짧았지만 우거진 수풀과 해안가 사이에 우뚝 선 X-밴드 레이더만큼은 눈에 띄었다.

    이곳 교가미사키 기지에 설치된 X-밴드 레이더는 괌으로 날아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탐지·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우웅 우웅'. 비는 세차게 내렸지만 레이더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은 기지 철조망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미군 측이 소음을 줄이려고 발전기에 머플러(muffler·소음기)를 설치한 탓인지 생각만큼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비가 그치면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다.

    일본 교가미사키(經ケ岬) 레이더 기지 앞에 그어진 빨강 선. 지금은 주변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사진=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제공)

     

    ◇ '대문 활짝', 들어가도 제지하는 군인 없어

    군사 시설인 레이더 기지의 관리 실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취재진은 2시간여 동안 기지 초입구에서 미군 보초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군용트럭 두 대가 동시에 들락날락할 수 있는 너비의 철조망 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진입을 막는 장애물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기지 입구 좌측 철조망에 세로 1m, 가로 50cm 크기의 '주의(Warning)' 간판이 붙어 있었고, 땅에는 군사영역을 표시한 붉은색 선이 그어져 있었지만 이마저도 안개와 비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김판태 전주평통사 사무국장은 기고문에서 '붉은 선을 넘어가면 미군기지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일본법의 10배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취재기자도 기지 내 재일미군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교토부 쿄탄고(京丹後) 경찰서 형사과에서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아야했다. 조사과정에서 사진과 영상도 모두 삭제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매주 꼭 한두 명 꼴로 민간인이 이곳 기지를 건너가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했다.

    취재진이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려는 일본인 A 씨를 붙잡고 관리 문제를 지적하자 "나는 아무 것도 모르니 일본정부(Defence Bureau)에 물어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A 씨의 목에는 미군기지 관계자로 추정되는 신분증이 걸려있었다.

    취재진이 기지 안에서 만난 재일미군 샤프(Sharp)도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우웅 우웅' 끊임없이 돌아가는 X-밴드 레이더만 계속 울어대고 있었다.

    아름다운 해안가 마을 우카와(宇川) 전경. (사진=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제공)

     

    ◇ 일본에도 숨겨진 피해자 많아…한국 상황은 더 심각

    취재진에 앞서 이곳을 방문한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에 따르면, 레이더 기지에 인접한 우카와(宇川) 지역 주민들은 X-밴드 레이더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도시에 거주하던 딸이 이곳에서 출산한 후 젖이 나오지 않아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할머니부터, 주민들과 뒤섞여 살고 있는 160명의 미군들로 인해 치안이 매우 불안하다는 주민들까지 피해사례는 다양했다.

    우카와 지역엔 14개의 작은 시골마을에 15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특히 기지에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오와 마을에서는 레이더 기지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청하기 어렵다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 교가미사키 레이더 기지에서 나오는 소음은 레이더 자체가 아닌, 레이더를 돌리기 위한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리다. 한국군은 소음을 없애기 위해서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다 쓸 예정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5일 "사드 포대 운용에 필요한 전원은 기본적으로 소음이 거의 없는 상업용 전기이며, 발전기는 비상시에만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가 배치될 예정인 경북 성주의 상황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X-밴드 레이더는 해변을 향해 있는데, 우리는 레이더가 주민밀집지역을 향하고 있어서다.

    현지를 직접 방문한 평통사 조승현 팀장은 "사드 레이더는 60~120도 각도로 전자파가 나가게 돼 있어 후면에 위치한 우카와 마을의 고통도 이 정도에서 그치고 있는 것"이라면서 "주민밀집지역인 성주는 전자파 후면도 아닌 전면에 있어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우웅 우웅'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는지 교가미사키의 X-밴드 레이더는 끊임없이 울어대고 있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