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사드 가동 시점, 왜 내년 대선과 딱 맞물리나



책/학술

    사드 가동 시점, 왜 내년 대선과 딱 맞물리나

    [정욱식 사드 강연 중계 ③] "경제 문제 덮을 안보 이슈, 사드가 제격"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지난 1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이번 결정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암암리에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까요. 사드는 완전한 무기체계일까요. 이는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세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정부 발표 이튿날인 14일 서울 종로에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평화운동가이자 MD(미사일방어체제) 전문가로 꼽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사드의 거의 모든 것'을 중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완의 사드, 위급상황 터지면 우왕좌왕 불 보듯"
    ② "사드 철회하면 한미동맹 약화? 오바마는 그럴 수 없다"
    ③ 사드 가동 시점, 왜 내년 대선과 딱 맞물리나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항의 방문한 성주군민들에게 사드 배치 지역으로 최종 선정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면 수도권은 어쩌라는 거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이 얘기 들으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계 탔다'고 환호할 겁니다. 우리 군에서 제2의 사드 포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증강하겠다고 하는데, 모조리 미국에서 사와야 해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경우 '포인트 디펜스'라고 해서 방어반경이 2~4㎞ 밖에는 안 됩니다. 청와대를 방어하려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청와대에 설치해야 하는 거죠. 수도권을 방어하려면 세금을 다 들이부어도 될까 말까 하는 셈입니다. 제발 군산복합체 좋으라고 '사드를 성주에 두면 수도권이 뚫린다'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정욱식 대표는 "사드 배치론자들은 이 무기가 없으면 마치 북핵 대처 수단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은 압도적인 대북 억제력입니다. 살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만든 북한이 죽으려고 그 무기를 다짜고짜 발사할 리는 만무합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남한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는 있지만,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테니까요. 결국 한미동맹은 MD가 없어도 북핵에 대처할 군사적 능력을 이미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MD가 없는 상황에서도 최대 4만 개의 핵무기를 지녔던 소련을 억제했는데, 북한을 억제할 수 없다는 건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설득력이 없어요."

    정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미국이 한국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뺄 거야'라는 식으로 협박을 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는) 자발성이 있었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에게는 배신·무시를 당했을 때 반드시 보복을 해야 한다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손해 보는 게 많더라도 자신을 배신한 사람은 혼내줘야 한다는 생각. 그 단적인 예가 개성공단 폐쇄죠. 이로 인한 북한의 손해가 1이라면 우리는 10을 손해 봤어요. 그런데도 왜 문을 닫았냐. 손해 보더라도 북한을 혼내야 한다는 거죠. 문제는 손해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따로 있다는 거예요. 정책 결정자들의 결정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도록 만들었겠죠."

    결국 사드 배치는 미국의 요구와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잘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드 배치를 제안했어요. 지난 2013년 주한미군 사령관이 미의회에서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였죠. 미국은 사드 포대를 5개 갖고 있어요. 하나는 괌에, 4개는 텍사스에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 배치가 결정된 거죠. 재고를 빨리 처분해야 또 주문할 것 아닙니까. 미의회에서 '텍사스에 4개나 있는데, 왜 사달라고 하냐'면 할 말 없을 테니까요. 이 점이 핵실험을 하는 북한을 혼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박 대통령의 정서와 부합한 거죠."

    그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자해적 조치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붙었다고 치죠. 강대국들 사이 무력 충돌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아요. 미국이 동북아 지역으로 항공모함을 보내면, 중국은 견제를 하겠죠. 성주에 있는 사드 레이더가 이를 알고 있다면,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중국이 성주를 공격해도 우리는 할 말도 못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항공모함을 보냈고, 중국은 이를 견제하려고 미사일을 쐈어요. 성주의 레이더가 자국 정보를 캘 수 있기에 요격한 건데, 이는 우리 의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죠.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사실상 북핵 위협을 푸는 일을 포기했어요. 이를 외국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셈이죠."

    ◇ "사드, 야권 공격할 강력한 무기 될 것"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항의방문한 성주군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정 대표는 "사드 배치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내년 말 가동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대선과 맞물리게 된 상황에서 야권을 공격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죠.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 동의를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는데, 제일 큰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김종인 대표, 문재인 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는 물론 추미애·송영길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 이야기가 다 달라요. '빨리 당론을 정해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으라'며 공격 당하기 딱 좋은 상황이죠."

    "결과적으로 (정부·여당 입장에서) 사드가 좋은 정치적 소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견해다.

    "당장 야권연대가 쉽지 않은데, 사드 문제에 대해 야 3당이 단일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더 어려워지겠죠. 그 과정에서 실망한 지지자들의 이탈도 있을 겁니다. 누구보다 청와대의 정치꾼들이 잘 알 거예요. 내년 대선에서 심각한 경제 문제를 덮을 수 있는 안보 이슈로 사드가 딱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그는 "사드를 포함한 미국 MD의 요격 성능이 뛰어나다고 확인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연합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창을 가졌어요. 여기에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방패까지 가지게 되면 상대가 겁을 먹겠죠. 그렇게 되면 상대가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까요? 아니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방패를 뚫으려 할 겁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북한은 잠수함 탄도 미사일로 대응했어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증강한다고 하면 북한의 카드는 핵폭탄을 장착한 방사포 부대가 될 겁니다. 그러면 막을 방도가 없어요. 이후에는 이스라엘에서 우리에게 무기를 사라고 로비를 하겠죠. 단순한 가정이 아닙니다.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보세요. 인도가 상대의 보복력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MD를 만드니 파키스탄이 핵대포로 대응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사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첫 손에 꼽았다.

    "많은 이들이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외교를 무시하는 발상이죠.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해지는 것을 막는 게 시급합니다.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북핵 동결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북핵이 20개일 때와 100개일 때 차이는 엄청나다는 점에서 시도할 가치가 있어요. 그래야만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종적인 북핵 해결도 타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