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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구멍뚫린 하림·사조가 '방역 매우 우수'…벌 대신 면죄부



경제정책

    AI 구멍뚫린 하림·사조가 '방역 매우 우수'…벌 대신 면죄부

    하림, 마니커, 참프레, 목우촌 등 8개 계열화사업자 선정

     

    지난 2014년 1월 16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올해 4월까지 2년 넘게 전국을 휩쓸며 닭과 오리 생산농가는 물론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줬다.

    특히 AI는 하림과 사조, 참프레 등 이른바 메이저 육가공 업체에서 관리하는 계열농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방역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이들 업체에 대해 오히려 방역관리 ‘매우 우수’ 판정을 내렸다. 게다가, 상금으로 축산정책자금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AI 발생 농장과 관리업체에 대해 방역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불이익을 줘야 할 상황에서, 되레 방역관리를 잘했다며 상을 주겠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 AI 발생…계열화사업자 관리 농장이 80% 이상 점유

    지난 2014년 1월 발생한 AI는 올해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전국 393개 가금류 농장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닭과 오리 2천만 마리가 살 처분됐고, 정부가 지급한 피해 보상금만 2천500억 원에 달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분석 자료에서 AI 최초 원인은 중국 등 해외로부터 야생조류(철새)에 의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전체 AI 발생 393건 가운데 야생 조수에 의한 직접 전파는 73건(18.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차량에 의한 전파가 114건(29%)으로 가장 많고, 축산 종사자 전파가 91건(23.1%), 인근전파 62건(15.7%), 가금 이동 및 중개상인이 42건(11%) 등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AI가 발생해 살 처분과 이동중지명령, 방역활동 강화조치가 내려져도 축산 관계자들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계열화사업자(생산과 가공, 판매까지 하는 업체)가 관리하는 닭과 오리 농장에서 AI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393건 가운데 계열화사업자 관리농장에서만 절반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가금류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계열화업체들이 AI 방역관리를 소홀히 해,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 AI 발생 계열화사업자, 방역관리 '매우 우수' 평가

    그런데, 농식품부는 오히려 이들 계열화업체가 AI 방역관리를 잘했다며 ‘매우 우수’ 평가를 내렸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국 78개 가금류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방역관리 실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방역실태 평가는 2014년 8월 수립된 ‘AI 방역체계 개선방안’에 따라, 2015년부터 1년에 2차례씩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평가는 계열사별 자체 방역프로그램의 수립, 이행실태와 소속 도축장, 계열농가의 차단방역 수준 등을 조사해 5단계의 평가 등급(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으로 구분한다.

    올해 상반기 평가 결과, 닭 계열화사업자 50개 업체 가운데 하림과 마니커, 참프레, 농협목우촌 등 6개 업체가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았다.

    또한, 오리 계열화사업자 28개 업체 가운데는 사조화인코리아 나주공장과 진천오리인티 등 2개 업체가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부농축산과 현대농산, 농업회사법인 덕플러스 등 8개 업체는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계장을 보유하거나 계약농가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계열사의 방역관리가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 계열화사업자의 경우 인력과 자금력이 풍부해서 방역관리 프로그램과 운영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대형 계열화사업자들이 평소에 AI 방역관리를 잘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AI가 발생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 벌 대신 상금…대기업에 면죄부, 특혜 제공 논란

    농식품부는 이번에 실시한 상반기 방역평가 결과와 10월에 실시하는 하반기 평가를 바탕으로 내년도 축산정책자금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 긴급경영안정자금과 계열화사업자 지원사업, 사료산업 종합지원사업, 축산물도축가공업체 지원사업 등 정부로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일단, 이번에 ‘매우 우수’ 판정을 받은 하림과 마니커, 참프레, 농협목우촌 등이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AI 발생 농가와 계열화업체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해 놓고, 뒤늦게 ‘방역실태 평가’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에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8개 계열화사업자 가운데 5개 업체에서 53건의 AI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하림과 마니커 등 일부 업체들을 방역관리 우수업체로 선정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생산농가들이 많이 있다”며 “결국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돌려먹기 식으로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AI 방역활동은 현장에서 생산자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인데, 엉뚱하게 계열화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계열화사업자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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