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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기업 모두의 희생을 이끌어낸 스웨덴



책/학술

    노조와 기업 모두의 희생을 이끌어낸 스웨덴

    신간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재 스웨덴의 집권당은 사민당이다. 사민당은 노조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1932년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1935년까지 스웨덴 경제는 노사갈등으로 인한 총파업, 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중증 환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사민당은 혈명관계인 노조에 "기업이 없으면 국가경제가 없고 일자리도 없어진다"라고 쓴소리를 한다. 또한 계속 파업한다면 "어쩔 수 없이 법을 만들어 노조의 파업을 금지시키겠다"고까지 밀어붙였다. 기업에도 마찬가지였다. "노조와 기싸움하지 말고 타협에 임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나서서 직장폐쇄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그렇게 양쪽을 압박하며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을 이끌어냈고, 이는 이후 노사평화, 경제 성장, 복지 제도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경제도 성장도 복지 수준도 모두 높아 누구나 행복한 나라. 범죄율이 낮고 테러의 위협이 적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나라.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국민과 정치인과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를 만드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대체 좋은 국가란 무엇일까.

    신간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는 9개국의 역사를 살펴보며 좋은 국가란 무엇이고, 좋은 국가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좋은 국가, 좋은 정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정치학자 최연혁 교수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저자는 어느 한 가지를 뜯어고친다고 하여 곧바로 나쁜국가가 좋은 국가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역사를 지배해온 강대국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 세밀하게 짚어줌으로써 좋은 국가란 무엇인지, 좋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그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산업계가 건강하면 가정도 건강해진다.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노동자들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적어도 오후 6시 퇴근이 보장된다면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분명 높아질 것이다. (…) 산업계가 대타협을 통해 8시간 근무제를 철저하게 실시하더라도 자녀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혹사당하고 있다면 진정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은 보장될 수 없다. pp.331-332

    결국 사회의 각 분야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다른 분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 없이 등장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근시안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들 경제 성장과 복지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머지 한 가지마저 제 기능을 잃는, 언제나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든 스웨덴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그렇다면 이 모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시작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저자는 그것을 '국민의 변화'라고 말한다.

    국민의 수준에 따라 정치인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이 미개하거나 잘 통제된 사회라면 독재자가 통치하기 쉽다. 이 말은 국민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
    정치인들이 깨어 있다면 정치 제도 개혁도 함께 시작해 볼 일이다. 정치 제도 개혁은 정치인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언젠가 국민들이 하게 되어 있다. 프랑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미국, 스웨덴, 덴마크 같이 정치인들이 먼저 개혁을 시작한 경우, 국가적 시너지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민이 주도하는 개혁은 갈등을 치유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선도국가 개혁은 아래와 위의 동시적 개조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p.87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 아닐까.

    좋은 국가를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한 책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한쪽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객관적 관점에서 논지를 펼쳐나간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좋은 국가, 좋은 정부가 본질적으로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엿보고 싶다면, 특히 더 좋은 삶을 꿈꾸게 하는 좋은 국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아무리 강한 국가라 해도 나쁜 정부가 있으면 쇠퇴의 길을 갈 수밖에 없고, 반대로 국가는 스스로 일어설 능력이 없지만 좋은 정부만 있으면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역사적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쓰였다. 그럼 좋은 국가와 좋은 정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의문점을 이 책에서 함께 풀어보자.
    머리말_ 새로운 발상의 시작/pp.14-15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정치 문화, 노동 문화, 기업 문화, 국민의식 등 기본 틀의 변화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다. 이 같은 전제조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편적 복지부터 실시하려 한다면 경제는 병들 것이고 이에 대해 상대 진영만 탓하다 그리스 같은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복지를 원하거든 경제 성장을 위한 친기업정책을 준비하라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복지의 주세원은 세금이다. 세금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고용 창출이 없으면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고, 경제 성장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에서 세금을 인상하기만 하면 기업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장_ 국가의 존재 이유/pp.46-47

    스웨덴이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고 국민 상호 간에 갈등과 분열이 낮은 이유는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로 나아가면서도 양극화 같은 극단의 대립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사회보장, 의료 보장, 가정 복지 등에 힘을 써 국민의 삶의 질이 편향되지 않고 부가 골고루 향유되도록 국가를 운영한 덕분이었다.
    이와 반대로 국민 간 신뢰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자기와 자기 가족 중심의 사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무시하고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굴복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사회적 계층화, 양극화, 불신의 고착화로 이어져 사회적 응집력이 급속도로 와해된다. 상호존중 회복은 국가의 기강을 올바르게 하고 긍정적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 요소다. 국민의 상호 신뢰를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꼼꼼히 신경 쓰는 모습을 정치와 행정 행위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2장_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p.67

    미국이 경제력과 국방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 산업의 최선봉에 있는 대학의 경쟁력이다. (…) 또 다른 통계수치를 보면 미국의 지속적인 경쟁력이 어떻게 확보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 출신 유학생들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학연구소나 기업에 취업해 눌러앉는 추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전체 학생 중 46퍼센트가 외국인인데, 학위를 마치고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가 중국 92퍼센트, 인도 81퍼센트, 독일 52퍼센트, 한국 41퍼센트 정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외국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이 높다 보니 세계 최고의 학문상이라 할 수 있는 노벨 물리, 화학, 의학, 경제학 부문을 미국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3장_ 강대국의 등장과 몰락/pp.164-165

    한 나라의 근대화 과정은 수많은 사람이 동참해 국가적 대역량을 모아야 하는 작업이다. 수많은 인재가 적재적소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토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수많은 인재 중 한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대를 앞서간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최대 영토를 가진 대영제국을 이끈 글래드스턴 총리를 합친 것만큼 큰 역할을 한 이토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아시아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가 침략당한 우리나라나 중국에게는 원수이지만 일본 국민에게는 일본을 세계 최강으로 이끈 대영웅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그는 일본 국민이 뽑은 역대 일본 영웅 중 6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4장_ 주변국에서 강대국으로/pp.279-280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은 내가 사는 이 사회가 태어나면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사회, 가난과 실패가 대물림되는 사회, 조금 더 가진 자가 끊임없이 갑의 위치에서 국민을 업신여기는 사회,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력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회,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사회,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병역 같은 의무만 강조되고 국민의 인간답게 살 권리는 묵살되는 사회, 정치인이 권력에만 몰두하는 사회, 병역의 의무는 힘없는 사람만 진다는 허탈감과 패배감이 강한 사회, 정직하게 살면 손해를 볼 것 같은 사회, 내 자식도 나처럼 실패자로 살 것 같은 강박감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이민이나 자살밖에 다른 퇴로가 없을 것 같은 사회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 증폭된다. 이 같은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5장_ 문제는 정부다, 답은 신뢰다 강대국으로/pp.279-280

    그렇다면 앞으로 선도국가는 어떤 국가를 지향해야 할까? 책임국가, 안전국가, 행복국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선도국가는 인권과 개인 가치 존중, 개인의 행복과 가치, 세계 시민들이 존중하는 사상, 문화, 정신을 가진 국가여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계몽주의에 입각해 16세기 이후 사상과 제도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만들어주었다면 미국은 제도주의와 헌법주의라는 가치를 실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보편적 복지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세계에 각인시켰으며 네덜란드는 국책은행과 주식회사 제도, 풍차를 이용한 자연 극복정신, 사회적 타협과 협의의 정치를 보여주었다.
    6장_ 국가의 미래/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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