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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양어선 선장 "3일간 밤샘 작업…갈등 불씨 언제나"



사회 일반

    전 원양어선 선장 "3일간 밤샘 작업…갈등 불씨 언제나"

    -극한노동, 졸다가 바다 빠지기도
    -어장이동중 만찬 중에 사고 난듯
    -외국인 선원과 문화 갈등 발생해
    -사지멀쩡, 승선경험있으면 채용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OO(익명)(前 원양어선 선장)

    선상 반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우리 원양어선 위에서 또 발생했습니다.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의 광현 803호 배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 그러니까 한국인 2명을 살해한 건데요. 그 배에는 총 18명이 타고 있었는데 한국인은 단 3명뿐이었답니다. 그중에 2명이 숨진 거죠. 그런데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지만 대체 이유가 뭔지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알 수가 없죠. 왜냐하면 이 배는 여전히 망망대해 위에 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원양어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외부에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치외법권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고, 그래서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건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광현 803호와 유사한 원양어선에서 근무했던 선장 한 분을 직접 연결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장님 나와 계세요?

    ◆ 송○○>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원양어선에서는 얼마나 근무하셨습니까?

    ◆ 송○○>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 해가지고 약 6년 정도 근무했고 현재는 국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걸 잡는 배였어요?

    ◆ 송○○> 제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쪽에서는 다종의 어획물을 잡고 있는데 현재 인도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배에서는 우리가 흔히 횟감으로 많이 먹고 있는 참치 종류를 잡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도양은 주로 여러 어획물을 잡는 것이군요.

    ◆ 송○○>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 배에는 한국인이 1명 남았고 그 한국인 항해사가 전화로 알려오는 상황이 우리가 아는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항해사 말로는 '숨진 선장이 선원들한테 수고한다면서 양주를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만취한 베트남 선원들이 돌변해서 살인을 했다' 이거거든요. 이 상황을 들으시면서 어떻게 그림이 그려지셨습니까?

    ◆ 송○○> 보통 원양어선에서는 상당히 작업의 강도가 높습니다. 그러니까 흔히 2박 3일 정도 잠을 못자고 작업을 할 때 갑판에 서서 꾸벅꾸벅 졸다가 바다로 추락하고, 또는 바다에서 따라오고 있던 상어 같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서 많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작업의 강도가 아주 높죠.

    ◇ 김현정>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선장들이 휴식기간이나 이럴 때 만찬을 베풀고 이러는 거예요?

    ◆ 송○○> 그렇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하루 어획량이 약 20톤 정도로 아주 많은 어획고를 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 되면 선원이나 선장이나 총 선원이 잠을 못 자고 갑판에 나와서, 쉽게 말해 24시간 공장을 가동시켜야 됩니다. 그러다가 3일 정도 작업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고기가 한 마리도 안 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장을 이동을 하는데요. 그 어장을 이동할 때 선원들을 푹 재웁니다, 일제히 작업을 시키지 않고요. 그리고 난 다음에 온갖 음식, 즉 있는 음식 없는 음식 다 만들어서 최대한 만찬을 해서 선원들에게 꼭 영양보충을 할 수 있도록 베풀어줍니다.

    ◇ 김현정> 아마 지금 사건이 벌어진 이 상황도 그런 상황이었을 거라고 보시는 거군요?

    ◆ 송○○> 선장이 선원들에게 양주를 줬다고 그러면 아마 어장 이동하면서 선원들에게 온갖 만찬을 베풀면서 고생했다고 술을 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2박 3일 동안 잠을 한숨도 안 자고 조업을 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또 아주 좁은 배 안에서, 여러 명이 수개월간 그런 고된 일에 시달리면 뭐 육체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심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겠어요?

    ◆ 송○○>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장, 즉 책임자 입장에서는 선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언어폭력이라든가,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적인 폭력도 가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선원 모두에게 그러한 행위를 하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고요. 갑판에서 일하는 선원들 중에서 즉 위험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선원 한두 명을 골라서 그렇게 언어폭력이라든가 신체폭력을 가해 줍니다.

    인도양에서 조업 중인 원양어선에서 베트남인 선원이 한국인 선장 등 2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부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정신차리라는 의미인 건데요. 뱃일이 워낙 거칠고 극도로 긴장감이 도는 어떤 민감한 예민한 상황이니까 선장들은 말하자면 군기 잡기랄까요, 정신줄 놓지 말아라라는 의미로 좀 강하게 통제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군요?

    ◆ 송○○> 그렇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원들이 희생이 되고, 희생이 되면 톱니바퀴처럼 꽉꽉 물려 돌아가는 작업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언어나 체력적으로 폭력이 들어갑니다.

    ◇ 김현정> 이번 광현 803호가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일반적으로 그렇단 말씀을 지금 하시는 거죠?

    ◆ 송○○>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정신차리라고 언어폭력, 물리적인 폭력들이 종종 발생을 하는데요. 그렇게 해서 조정이 되면 괜찮은데 그러다가 그게 마찰로 빚어져서 패싸움이 난다든지 반란이 일어난다든지 이런 경우들도 있어요?

    ◆ 송○○> 우선 첫째로는 언어적인 문화 차이, 다음에는 식생활에 대한 차이, 그다음에는 자기가 자라온 환경차이로 인해서 공통분모를 생산해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우리 한국선원들로 구성되었을 때는 어지간한 언어적인 폭력이라든가 이런 것은 작업 과정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 이해를 하고 안전조업을 위해 모두 만선을 해서 입항했습니다.

    ◇ 김현정> 한국인들끼리만 있을 때는 이해가 되는 문화였는데…

    ◆ 송○○> 그러나 이렇게 여러 나라 선원들이 같이 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 선원과 인도네시아 선원 사이에서도 언어가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이 다르고 또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공통분모를 생산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걸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마찰도 전처럼 한국인 선원들로만 다 채워져 있을 때보다 확실히 좀 잦아요?

    ◆ 송○○> 그렇죠. 그리고 또 선장은 선장이나 항해사들은 그런 사람들을 같이 융합하기 위해서 어르고 달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 다 해 가지고 그 선박을 안전하게 조업을 마칠 수 있도록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조정 작업이 잘 안 될 경우에는 이런 사고로 이어지는 거고요. 배 위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사건은 언제든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뭍에서보다 훨씬 큰 거죠?

    ◆ 송○○>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나저나 우리 국적 배인데 왜 이렇게 한국인 선원 수가 적습니까?

    ◆ 송○○> 우리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해 가지고 임금 상승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숙련공들 즉 경험이 많은 선원들이 가족과 떨어져서 외국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정착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은 더욱이나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죠. 즉 제가 말하는 외국이라는 것은 원양어선이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 임금 받고는 원양어선 안 탄다는 거네요?

    ◆ 송○○> 승선하지 않고요. 또 국내 어선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 임금 받고는 국내에서 하겠다고 해서 거의 승선을 기피하는 풍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임금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그 원양어선 한번 타고 6개월 이렇게 조업하고 오면?

    ◆ 송○○> 원래 기본급이 있고 고기를 잡으면 잡은 만큼의 어획고에서 상당히 높은 임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요. 어획고를 못 올렸을 경우에는 자기가 기본으로 받고 있는 월급 그 이외에는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임금이 국내 어선을 타나, 먼바다까지 가는 원양어선을 타나 큰 차이가 없다 보니까 한국인 선원들은 대부분 원양어선을 기피하고 자연히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게 됐다는 얘기인데요. 외국에서 취업해오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검증 장치도 있어야 될 텐데 제대로 검증해서 채용합니까?

    ◆ 송○○> 국내에 있는 원양어선 회사에서 그 선원들을 직접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모든 메뉴얼에 따라서 채용하면 좋은 사람을 구할 수가 있는데 우리 국내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채용해요?

    ◆ 송○○> 국내 회사에서 선원이 10명이 필요하다고 그러면 국내에서 외국 선원들을 전담으로 연결해 주고 있는 에이전트에다가 의뢰를 하고요. 그 에이전트에서는 신체 건강한 사람, 과거에 한국에서 배를 탔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아마 이 두 가지만 기준으로 해 가지고 선발해서 국내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해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보통 상황이 아니고 배 위에서 몇 개월 동안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활해야 하는, 마치 치외법권 같은 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거름장치, 범죄 경력이라든지 이 사람이 잔인한 범죄 경력이 있지 않았는가, 이런 것들을 검증해야 되는데 그런 장치는 없어요?

    ◆ 송○○> 범죄 경력이라든가 이런 것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즉 우리나라에다가 선원을 공급해 주는 그 나라에서 기본적으로 다 걸러가지고 보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냥 믿어야 되는 거군요? 그쪽에서 그렇다라고 하면?

    ◆ 송○○> 지금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선원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기의 재능보다는 에이전트들에게 금품을 줘가지고 들어온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선박에 승선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런 경우도 많이 있을 것으로 지금 저희들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검증 하라는 건 있지만 베트남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면 인도네시아의 에이전시를 믿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니까 정확히 얼마나 검증이 되고 있는지 우리는 정확히는 알 수는 없는 거네요?

    ◆ 송○○> 그렇죠. 그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선원들이 우리 한국인 선원들과 같이 일하면서 자기 가족을 부양하러 왔다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 왔다는 것. 이렇기 때문에 일부 1~2%가 이러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정말 우리와 똑같이 순수한 사람들이지 않냐, 그런 기분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 선장님 말씀하시면서 대부분의 외국인 선원들이 선량한 마음으로 돈 벌겠다고 고생하려고 나온 가장들인데 이런 일부의 돌연변이 같은 일로 다문화인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말씀 좀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광현 803호 같은 원양어선을 탔던 선장 한 분이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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