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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현악사중주, 용재 오닐과 만나다



책/학술

    베토벤 현악사중주, 용재 오닐과 만나다

    신간 '나와 당신의 베토벤', 그리고 전곡 연주회

     

    신간 '나와 당신의 베토벤'은 리처드 용재 오닐이 베토벤 현악사중주를 듣고, 매료되고, 공부하고, 연주하며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 날짜와 장소까지 기록해둔 아주 사적인 '일기'이자 동시대 음악인의 인생사다. 음악평론가 노승림이 집필한 해설은 고전 음악가인 베토벤의 삶을 현악사중주를 중심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베토벤과 리처드 용재 오닐의 내면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병을 앓는 사실을 숨기며 고통스러워했던 베토벤은 요양지에서 유서를 썼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택하는 대신 빈으로 돌아와 다시 작곡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베토벤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소년은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음악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동료들이 벌이는 험악한 사건들을 견뎌내야 했다. 용재 오닐은 그 시간이 끝을 알 수 없는 우울과 고독,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노라 고백한다. 늘 자신을 묵묵히 챙기고 기다려준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날의 슬픔이 얼마나 깊었는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동료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에네스 콰르텟 단원들이 어떤 위로가 되었는지…… 이 책이 아니라면 미처 알지 못할 용재 오닐의 '무대 아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용재 오닐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회'를 연다.

    에네스 콰르텟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 비올라 리처드 용재 오닐
    · 제1 바이올린 제임스 에네스
    · 제2 바이올린 에이미 슈와르츠 모레티
    · 첼로 로버트 드메인
    일시 2016년 6월 25일, 26일, 7월 1일, 3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책 속으로

    역할이 다른 악기 하나하나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베토벤 현악사중주는 스승 하이든의 작품들과 다른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베토벤 현악사중주가 지닌 수많은 매력 중에서도 이 같은 평등주의야말로 나 같은 젊은 음악가들을 사로잡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한 평등주의는 작품번호 18의 4번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 이런 혁신적인 요소로 인해 현악사중주는 2백여 년 전에 작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얼마 전 작곡된 것 같은, 단단하면서도 신선한 풋사과와 같은 매력을 발한다. 그만큼 사중주는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과 자극을 품고 있는 놀라운 음악이다. 내게 이 음악은 진정한 의미에서 영원한 고전, 그 자체다.
    - 리처드 용재 오닐 / 작품번호 18의 4번 '접이식 의자' 중에서

    언제 나을지 모를 귓병, 잘 풀리지 않는 평생직장, 양다리를 걸치던 연인 때문에 정신과 육체가 모두 너덜너덜해진 베토벤에게 의사는 시골에 가서 잠시 푹 쉬다 오라고 권했다. 1802년 4월 말, 베토벤은 빈 인근 다뉴브 강변에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떠났다. 그곳에서 베토벤은 반년 동안 머물렀다.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가 내려와 스승을 간병하며 곁을 지켰다. 어느 날 페르디난트 리스는 산책을 하다 숲 속에서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무척 아름답게 들렸던 그는 베토벤의 우울한 마음을 풀어주고자 베토벤을 밖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베토벤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페르디난트 리스는 스승을 달래려고 자신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베토벤의 고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
    - 노승림 / '무너져 내린 삶과 이데아' 중에서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낸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곡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최소한의 추측은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이 곡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베토벤의 귓병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이 곡을 작곡할 즈음에는 거의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베토벤은 굴복하거나 자포자기하거나 혹은 다시 죽음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 리처드 용재 오닐 / 작품번호 59의 3번 '저마다의 한계를 향하다' 중에서

    궁핍에 시달리던 베토벤은 1807년 빈 황실의 궁정 극장에 자신을 고용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극장은 당시 베토벤의 후원자 중 한 명인 로프코비츠 공작, 요제프 요한 슈바르첸베르크 공작,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공작 등의 귀족들이 주관하는 위원회가 운영했다. 베토벤은 자신을 고용해주는 대가로 매년 오페라 한 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작곡해 무대에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서에서 베토벤은 자신의 심각한 경제적 상황을 부각시키면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빈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엄포했다. 그럼에도 베토벤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토벤 또한 빈을 떠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빈은 베토벤에게 가장 많은 것을 약속하는 도시였다.
    - 노승림 / '지적 허영을 채우는 음악' 중에서

    카바티나는 존경심 가득한 인사와 더불어 시작된다. 인사가 끝나면 제1 바이올린이 가장 장엄하면서도 참회와 동경이 가득 찬 선율을 연주한다. 그런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스스로 눈물을 글썽이는 작곡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품번호 130에서 베토벤은 작곡가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전혀 다른 수준으로 성숙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기 사중주를 작곡하던 베토벤의 '영웅시대'는 작곡가의 지적인 갈등과 이념 투쟁, 그리고 역경을 넘어서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갈등과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후기 사중주에 이르러 베토벤은 더 이상의 투쟁을 거부한다. 대신 손에 잡히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구현한다.
    - 리처드 용재 오닐 / 작품번호 130 '카바티나를 만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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