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 '메피아' 계약 또 나왔다…열차정비업체도 판박이



사건/사고

    [단독] '메피아' 계약 또 나왔다…열차정비업체도 판박이

    지하철 용역 전반에 퍼진 '메피아'…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서울 구의역에서 숨진 19세 정비공이 근무하던 용역업체를 장악한 '메피아(메트로 마피아)'는 이 업체뿐 아니라 지하철 안전관리 업계 전반에 퍼져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이 특혜를 누리는 동안 실제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현장에 내몰리고 있었다.

    ◇ 전동차 정비업체까지 꿀꺽한 '메피아' 용역계약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서울메트로의 '전동차 경정비업무 위탁용역 요청서' 캡쳐본.

     

    3일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서울메트로의 '전동차 경정비업무 위탁용역 요청서'에 따르면, 메트로 측은 지난 2008년 8월, 열차정비 용역 입찰 참가업체들에 자격조건을 제시했다.

    제시된 조건에는 '서울메트로 외주화 참여 희망직원에 대하여는 정규직으로 고용하여야 하며, 인력배치는 외주화 참여 희망직원을 우선배치하고 부족시 일정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인력으로 충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낙찰된 업체는 스크린도어 안전관리 용역업체 은성PSD와 마찬가지로, 서울메트로 출신들을 정규직으로 우선 고용한 뒤에야 나머지 인원들을 자체 선발할 수 있던 것.

    참가 업체들은 이 요청을 거부하면 사실상 계약을 따낼 수 없었기 때문에 조건에 맞춰 계약을 준비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입장에선 '요청'이 아니라 '의무조항'이었던 셈이다.

    결국 의무조항을 받아들인 '프로종합관리'는 3년 계약을 따냈고, 이 업체는 사실상 서울메트로 출신 '메피아'들이 장악했다. 현재 프로종합 철도정비사업단장인 이모 씨 역시 이때까지 서울메트로 고위 간부였다.

    요청서에 제시된 조건에는 심지어 '전적희망자가 있을 경우 계약직 직원을 서울메트로 전적 인력으로 교체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계약 이후 서울메트로 직원 중 추가 전적 희망자가 나오면, 현장에서 일하던 용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꼼짝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던 것.

    서울메트로는 프로종합과 이때부터 3년씩 2차례 계약했으며, 지난해 맺었던 1년 계약이 조만간 만료되면 은성PSD 등과 함께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 임·직원 절반이 메피아, '파라다이스'에서 쉬겠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오른쪽)과 서울지하철노조 최병윤 위원장이 1일 오후 구의역 대합실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19) 씨의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은성PSD 노조 관계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황진환기자

     

    현재 프로종합에 남아있는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은 공식집계상 모두 3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정년퇴직 후 재취업해 집계에 빠진 62세 이상의 인원을 포함하면 실제 서울메트로 출신은 70여명으로, 전체 인원 140명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이들은 차량기지에 전동차가 들어오면 주로 소화기 상태를 점검하거나 객실 손잡이의 파손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해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쉽고 안전한 업무를 도맡은 것.

    프로종합 정비공인 유성권(39) 서울지하철 비정규직지부장은 "'메피아'들은 30년 동안 고된 일은 안 하고 살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 일을 아예 하지 않으려 한다"며 "여긴 우리에게 파라다이스로, 그저 쉬는 개념으로 온 것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메피아'들은 서울메트로 퇴직 전 임금의 60%~80%를 잔여정년에 따라 보장받아 평균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채용된 비정규직 직원들과는 달리, 서울메트로의 임금상승률과 연동된 임금을 받고 복지카드 등 복리후생까지 보장받았다. 은성PSD로 전직한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 고압전류 흐르는 위험천만 현장은 결국 비정규직 몫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시민들이 추모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결국 전동차 내 무거운 부품을 교환하거나 기계설비를 뜯어서 내부를 들여보는 일은 프로종합에 자체 채용된 나머지 70여명에게 맡겨져 왔다.

    고압전선이 흐르는 열차 위에 올라가거나, 방진복을 입고 열차 아래로 들어가 찌든때와 쇳가루를 털어내는 일 또한 이들의 몫이었다.

    이 과정에서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져 중·경상을 입은 노동자가 부지기수이며, 별안간 고압전류가 흘러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 것으로 노조 측은 전했다.

    최근 '구의역 사고'의 경우 사람들이 지나던 지하철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세간에 알려질 수 있었으나, 이들의 사고는 심지어 폐쇄된 차량기지에서 나기 때문에 은폐되기도 쉬운 상황.

    이들은 그렇게 일하면서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 임금의 40% 수준인 180~20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보다 못한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2013년 8월 서울메트로 출신자와 자체 고용자의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의 지급액 격차를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2015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시 2017년 1월 1일부터 자체 고용자들을 서울메트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메트로 출신자들을 우선 채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이 특혜로 비춰질 소지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용역계약 당시에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고령자들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입직원들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는다고 지적된 분들은 정년에 가까운 경력자들이며 그동안 회사에 그만큼 기여를 하신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