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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보다 큰 아반떼, 車 키워야 산다?



기업/산업

    그랜저보다 큰 아반떼, 車 키워야 산다?

     

    아반떼가 그랜저보다 크다? 사실이다. 지난 86년 처음 나온 1세대 그랜저와 최근 아반떼의 제원을 비교하면 그렇다.

    (그래픽=자료사진)

     

    일단 전장(길이)은 그랜저 2.0이 4865㎜로 4570㎜의 아반떼보다 295㎜ 길다. 이는 1세대 그랜저에 앞부분이 툭 튀어 나온 범퍼(5마일 범퍼)가 장착됐기 때문인데, 축간거리인 휠베이스(축거)와 전폭 (너비), 전고(높이)를 비교하면 아반떼의 체적이 더 크다.

    1세대 그랜저의 체적은 6.84m³(휠베이스 2735㎜, 전폭 1725㎜, 전고1450㎜)인데, 아반떼는 6.99m³의 체적(휠베이스 2700㎜, 전폭 1800㎜, 전고 1440㎜)이 나온다. 아반떼가 길이는 짧지만 위로는 비슷하고 옆으로는 훨씬 넓다.

    준중형차인 아반떼의 내부 공간이 준대형차인 그랜저보다 넓다는 의미이다.

     

    출력도 1세대 그랜저 2.0이 120마력인 반면 2016년형 아반떼 가솔린 1.6모델이 130마력으로 더 좋다. 가격은 그랜저 2.0이 처음 나왔을 때 1790만 원, 최근 아반떼는 현재 시작 가격이 1384만 원이다.

    지금의 준중형차가 제원, 성능, 가격 등 모든 면에서 30년 전의 준대형차를 앞설 정도로 차가 좋아진 셈이다.

    이런 비교는 사실 30년의 시차를 무시한 것이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가 그동안 차의 크기를 키우는 일에 얼마나 골몰해왔나를 잘 보여준다.

    지금도 업계는 차를 1cm라도 키우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자동차의 실내공간과 적재공간(트렁크)를 조금이라도 키워야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최근 출시된 한국지엠의 중형세단 신형 말리부의 길이는 4925㎜로 4920㎜의 그랜저보다 길다. 르노삼성 SM6는 휠베이스를 SM7와 같은 2810㎜로 키웠다. 중형 세단의 차급으로 시장에 내놨지만 준대형차의 크기에 육박하는 셈이다.

    중형차가 커지니 준대형차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기아차는 올해 신형 K7을 내놓으면서 전장 4970㎜, 전폭 1870㎜, 전고 1470㎜, 축거 2855㎜ 등 차량 제원을 국내 준대형 세단 중 최대 수준으로 키웠다.

    (그래픽=자료사진)

     

    차의 크기를 키울 뿐만 아니라 실내 디자인도 좌석의 힙 포인트(차량 시트에 앉았을 때 바닥부터 둔부까지의 높이)는 낮추고, 헤드 룸(머리부터 천장까지의 공간)은 높이는 방식으로 실내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소형차와 준중형, 중형, 준대형차가 일제히 커지면서 각각의 차급이 의미하는 제원의 범위도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차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주차 면적 등 사회 전반의 시설은 변함이 없는데 자동차의 크기는 커지면서, 주차장에서 문을 열다 옆 차에 흠집을 내는 이른바 문콕 사고 등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이 자동차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라는 측면에서 자동차의 대형화와 고급화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대 박재용 교수는 "광활한 면적을 갖고 있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차가 큰 편이지만, 일본이나 유럽은 전반적으로 차의 크기에 변함이 없다"면서 "국내 자동차의 대형화는 차를 통해 신분을 드러내려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특성도 반영된 현상으로, 합리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은퇴한 부부 가구나 1,2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차급의 범주를 바꿀 정도의 자동차 대형화 현상이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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