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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혁명, 이성과 과학, 명품과 미식의 파리



책/학술

    낭만과 혁명, 이성과 과학, 명품과 미식의 파리

    신간 '파리의 열두 풍경'

     

    '파리의 열두 풍경'은 십대 시절부터 파리에 살며 파리정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저자 조홍식이 들려주는 파리 이야기다.

    이 책은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되어 있는 파리의 특징들을 담아내며 다양성이라는 파리의 매력을 새로운 시선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12개 열쇳말로 파리를 묘사한다. 예술, 낭만, 명품, 혁명, 이성, 과학, 자본, 미식, 운동, 연대, 세계, 기억. 파리는 이처럼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는 동시에 각 풍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시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여행지가 아닌 제2의 고향처럼 파리를 사랑하는 저자의 시선이 머문 열두 개의 풍경은 그만큼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 파리의 풍경들은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파리지앵들의 인생철학이 그대로 녹아들어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발전해온 결과물이다.

    I 예술의 파리_ 파리는 거대하고 위압적인 형상 대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도시 전체에 적용된 고도 제한, 여전히 사람들이 생활하는 오래된 건물들과 건물 안팎에 조각된 아름다운 장식들 등 표면적인 것뿐 아니라 도시에 내재된 실험정신은 파리를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또한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고 예술에 소비하는 파리지앵들은 두터운 관객층을 형성해 오늘날의 '공연 천국' 파리를 완성해냈다.

    II 낭만의 파리_ 파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낭만적인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고 실제로 쇼팽과 상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세기의 사랑의 무대가 되었다. 또한 여름날 센 강변에서 열리는 노상파티와 인공 해변 같은 도심 속 일탈은 파리지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III 명품의 파리_ 파리가 세계 명품의 수도로 군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부르주아들이 뒤섞여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또한 루이뷔통이 속해 있는 LVMH 그룹이 세계 최대 명품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 로레알 창업자 슈엘레르의 극우 파시스트 과거, 중국 부호들의 파리 명품 쇼핑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IV 혁명의 파리_ 1789년의 대혁명 이후에도 파리는 주요 혁명의 무대로서 저항 정신을 드높여왔다. 1830년의 7월 혁명과 1848년의 민중의 봄, 1871년의 파리 코뮌과 1968년의 5월 혁명 등. 이러한 저항 정신의 유전자는 파리지앵에게 그대로 이어져와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1,500건의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다양한 어젠다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확고한 전통이 자리 잡았다.

    V 이성의 파리_ 파리의 20개 구는 이름이 없이 숫자로만 불린다. 파리의 대학들과 지하철 노선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정원에는 자연스러운 곡선 대신 원과 사각형, 삼각형 등 기하학적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이처럼 낭만은커녕 냉철해 보일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구획과 통제는, 성공의 길이 수학으로 통하는 프랑스의 분위기와 계몽주의 삼총사, 즉 루소와 디드로, 볼테르가 파리에 머물며 발전시킨 이성과 진리의 사상이 융합된 결과일 것이다.

    VI 과학의 파리_ 중세부터 엔지니어는 전쟁 수행을 위한 배와 무기, 병력 이동을 위한 도로와 다리 건설의 전문가였고, 프랑스는 국방의 필수 요소인 엔지니어 양성에 전력을 다했다. 조선(造船), 교량, 광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엔지니어 학교들이 18세기 왕권시대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훌륭한 과학기술 교육의 표본이 되어 다른 나라들에도 유수의 공과대학이 설립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또한 파리에 머물며 식물학을 발전시킨 뷔퐁, 현대 식품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살균 과정을 개발한 파스퇴르, 여성에게 고등교육을 허락하지 않았던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서 공부 퀴리 부인 등 파리는 각 분야 권위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발전, 확립시킨 도시이다.

    VII 자본의 파리_ 파리의 다양한 풍경 중 자본과 관련한 부분이 가장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지폐 사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지폐 제도를 처음 대중적으로 사용한 곳이 바로 프랑스다. 세계에서 최초로 백화점이 생긴 곳도 파리인데, 두터운 부르주아 계층이 소비 집단으로 형성된 최초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VIII 미식의 파리_
    자본의 파리는 자연스럽게 미식의 파리를 만들어냈다. 맛있게 먹고 즐기는 것, 즉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식탁에서 격식을 차려 음식을 즐기는 것이 미식 문화이다. 파리의 부르주아가 '먹고 마시는 일'을 생존하기 위한 수단에서 인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 달 치 용돈을 모아 한 끼 식사에 소비하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기고, 이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태도와 문화가 미식이다.

    IX 운동의 파리_그토록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데, 어떻게 파리지앵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회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남의 눈을 무척 의식하는 파리지앵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또한 매우 좁은 주거 면적과 생활공간,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없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를 갖고 다니는 대신 많이 걸어야 하는 환경적인 요인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산책을 중시하는 문화와 공용 자전거 '벨립' 시스템 등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움직임들도 있다. 또한 파리는 전 세계의 축제인 근대 올림픽 부활이 추진되고 IOC 본부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며, 아테네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운동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도시이다.

    X 연대의 파리_ '혁명의 파리'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이상을 프랑스 공화국에 심었고, 파리의 공공기관 건물에는 리베르테Liberté(자유), 에갈리테Egalité(평등), 프라테르니테Fraternité(박애)가 새겨져 있다. 정치철학의 많은 사상가들이 자유와 평등이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분석하지만, 프랑스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이 평등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박애인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상점 영업시간 제한, 빈곤층을 위한 임대 주택의 예술성과 견고함, 노숙자를 외면하고 무시하기보다 개인의 불행을 사회의 책임으로 보는 의식 등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샤를리 에브도'의 논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모든 이가 내세운 '나는 샤를리다'라는 슬로건에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파리의 연대 의식에 주목하게 되었다.

    XI 세계의 파리_ '영국은 자신을 위해 런던을 세웠고, 프랑스는 전 세계를 위해 파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듯이, 영국은 특수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프랑스는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수도 파리에 그대로 적용되어 오래전부터 유대인이 정착해 살아왔고, 19세기부터는 라틴계, 아랍계, 아프리카계 등 많은 외국인이 파리에 유입되어 오늘날의 '세계의 파리'를 완성해내었다. 그러나 세계 대도시에 자리 잡아 자신만의 문화로 탈바꿈시키는 '차이나타운'은, 파리에서만큼은 파리의 한 동네 같은 분위기를 품고 있다. 다양한 사람이 평등하게 모여 사는 것, 파리의 이상이 발현된 결과이다.

    XII 기억의 파리_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런던이나 베를린과 달리, 파리는 고대부터 형성되어온 도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파리의 대학촌인 라틴 지구에 가면 로마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고, 부르주아 건물들 사이에서 고대의 원형 경기장을 만날 수 있으며, 도시 곳곳에는 그곳의 역사를 설명하는 푯말들이 있다. 또한 역사가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를 결정한다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아는 프랑스인답게 프랑스는 모든 자료와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파리에는 프랑스 문화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립박물관이 35개,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17개나 있다. 여기에 민간 박물관까지 더하면 동네마다 박물관이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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