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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대량 실직 코앞인데… 정부 대책은 갈팡질팡



경제정책

    조선업계 대량 실직 코앞인데… 정부 대책은 갈팡질팡

     

    벼랑 끝에 몰린 조선업계를 놓고 정부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책 마련을 앞두고 갈짓자 행보만 거듭하고 있어 노동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위기의 조선업계… 정부, 구조조정 개입한다? 안한다?

    최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면서 단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산업은 조선업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지난해 총 8조5,000억여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어 빨리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19일 구조조정협의체 실무회의를 통해 조선 등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에 집중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발언 직후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을 뒷받침하는 기반산업은 기업이 충격을 받는다면 나중에 경쟁력 차원에서 충격을 함께 받을 수 있다"며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말이 증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면 부인했다.

    지난 20일 유 부총리도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을)속도감 있게 하겠다는 것은 지지부진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구조개혁의 가이드라인, 시한 등은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 코앞에 닥친 대량해고… 노동계 '지금 당장 대책 내놔도 늦어'

    무엇보다도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대규모 실업 위기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갈 길이 멀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정리해고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 여부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며 "조선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정되지 못한 경우를 전제로 한 '플랜 B'는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지역을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느냐 마느냐의 접근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근로자가 겪게될 어려움에 대해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기존 사회안전망만으로 대규모 실업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리해고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먼저 제시하고, 노사정 타협을 통해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에서 '구조조정 반대'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가 2명이나 당선돼 노동계 측 주장에 힘이 실린만큼, 조선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정 간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강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신규인원을 뽑지 않는 자연감소방법을 택했지만, 구조조정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국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이 경우 직격탄을 맞을 대상은 최근 대기업 조선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명 '물량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정규직의 경우 애초 워낙 수가 적은데다 자연감소 구조조정으로 고령화가 진행돼 향후 5년 이내 직영 기능직의 30% 이상은 정년퇴직 대상인만큼, 굳이 충성도·숙련도가 높은 정규직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낮다.

    1990~2014 9대 조선업체 직능별 고용규모 및 고용 총량 추이출처=조선산업 위기와 고용규모의 변화. 박종식. 2015.

     

    반면 물량팀 소속 비정규직은 2010년대 이후 중형조선사가 연달아 도산해 일자리를 잃자 당시 몸집을 불리던 대기업에 급히 흡수됐지만, 인력 대부분 미숙련 노동자인데다 발주량이 크게 줄어든 해양플랜트 부문에 집중 배치됐기 때문에 정리해고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정규직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라며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면 동의할 수 없고, 노조와 성실히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벌써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이 있는 거제 지역 노동자들은 오는 6월이면 이미 공장 밖으로 쫓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선정되더라도 이대로라면 정부의 정리해고 대응이 너무 늦다"고 답답해했다.

    아울러 자산 매각이나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출혈을 일으키기보다는 중형조선사의 내실을 키우고 방만한 경영을 단속하는 장기적 관점을 갖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박종식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한국 조선산업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어 일부 구조조정 필요는 인정하지만, 이미 다음해 하반기까지 물량이 확보됐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과잉이라지만, 2018년 이후 조선업계 경기가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NEWS:right}

    호불황을 반복하는 조선업계에서 과도한 구조조정의 폐해를 떠안은 단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90년대 조선업계 불황에 설비를 폐쇄하고 숙련공을 업종 전환시켰다가 2000년대 중반 다시 불어닥친 조선업계 호황의 과실을 한국이 챙기는 광경을 손놓고 구경만 해야 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이 크루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조 2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일본 조선사업의 발목을 잡았지만,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 측에 크루즈 사업을 정리하라고 압력을 넣지는 않는다"며 "자칫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 조선업계만 좋아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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