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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위주 지역인재 선발이 '시험괴물' 만들었다



제주

    성적위주 지역인재 선발이 '시험괴물' 만들었다

    대학별 지역인재 추천 중구난방...공직 적합성 검증도 없어

    시험지를 빼돌리고 성적까지 조작한 송모(26)씨. 성적위주의 지역인재 선발이 시험괴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성적을 조작하고 시험지까지 빼돌린 사건은 지역인재 공무원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성적위주의 선발과정이 시험괴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송모(26)씨는 제주 A대학교의 학과수석이었고 A대학교가 추천한 지역인재였다.

    그러나 지역인재는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친 결과물이었고 정부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성적까지 조작한 사실이 경찰수사로 드러나면서 학과수석을 차지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송씨는 왜 이렇게 시험 괴물이 됐을까?

    ◈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은 지역 안배 제도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은 공직의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고 공직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별도의 취업준비 없이 대학 교과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사람을 공무원으로 선발하자는 취지다.

    우선 각 대학교가 지역인재를 추천하면 정부 인사혁신처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공직적격성평가 즉 PSAT), 면접을 거쳐 7급 공무원을 선발한다.

    대학교에 의해 지역인재로 추천돼야 공무원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 지역인재 선발과정 대학별로 '중구난방'

    공무원 준비생들은 대학교 추천이라는 1차관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모든 과정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다.

    인사혁신처의 '국가직 지역인재 공무원 추천 매뉴얼'을 보면 학교 요청 사항으로 ‘공정한 추천절차와 선발기준을 마련해 적격자를 추천해 달라’고 명시돼있다.

    이때문에 대학별 지역인재 추천과정은 말그대로 중구난방이다.

    송씨가 재학중인 제주 A대학은 추천 선발 시험이 서류와 필기(PSAT)로만 이뤄졌다.

    서류 전형은 인사혁신처 기준인 학과 상위 10% 이내와 토익 등 영어 기준 점수 이상,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을 따랐고 필기시험은 사설학원에 의뢰했다.

    ◈ 사설학원 모의고사로 지역인재 추천한 대학교

    지역인재를 추천하며 사설학원의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송씨가 지난 1월 8일부터 10일 사이 A대학교의 시험 의뢰업체인 서울 M학원을 찾아 시험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치면서 문제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1차 지역인재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쳐 받은 송씨의 성적표.

     

    관리와 보안의 허술함을 떠나 공무원 응시자격을 주는 1차 지역인재 추천과정에서 어떻게 사설학원의 모의고사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대학 추천자 필기시험 날짜가 정해지면 학원 사이트에 들어가 모의고사 날짜부터 확인한다"며 "대충 어느 학원인지 예상해 모의고사를 전부 풀어본다"고 말했다.

    취업준비 없이 대학 교과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을 공무원으로 뽑자는 지역인재 제도의 취지와는 분명히 배치되는 상황이다.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학원 모의고사로 추천하는 선발과정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지역인재 추천까지 시험만 있고 공직 적합성 평가는 없었다"

    학과 성적 10%에 들어야 하는 서류 전형도, 학원에 의뢰한 필기시험도 결국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공직자를 뽑기 위한 1차 관문에서 청렴성이나 인격 등을 평가하는 항목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학원에서 문제지를 빼돌리고 정부청사까지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시험 괴물은 그래서 만들어 졌다.

    한 수험생은 "상대평가에 근거한 학점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심지어 협찹과 부정을 불사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다른 수험생도 "학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학생들이 학점만으로 지역의 우수인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공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제각각인 대학교 추천과정, 형평성 문제 꾸준히 제기돼

     

    대학교 지역인재 추천과정이 각각 달라 그동안 형평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년 째 시험을 준비 중인 한 학생은 "대학 추천자 선발 절차에서부터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지원자가 적은 지방 대학은 인사혁신처 서류 기준만 충족하면 필기시험 없이도 추천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충북의 B대학의 지역인재 추천 공고안을 보면 서류와 면접만으로 지역인재를 평가한다고 돼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적은 탓이다.

    반면 부산, 경북, 강원 등에 위치한 국립대학은 경쟁률이 높아 추천자 선발을 위한 필기시험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대학에 맡겨진 추천자 선발 시험에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인재 제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우선 필기시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면접과 인성평가 등 공직에 필요한 평가 요소를 적절히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인천대학교는 올해 지역인재 추천 공고를 통해 필기시험(PSAT)과 면접으로 지역인재 추천자를 선발한다고 밝혔다. 필기와 면접 점수 반영 비율은 각각 70%와 30%다.

    면접 평가에서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와 전문지식,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 예의와 품성 등 공직의 직무수행 요소를 중점적으로 검증한다.

    순천대학교는 공고안에서 필기시험(PSAT)을 2회 실시해 10명을 우선 선발하고 3차례에 걸친 면접 교육과 최종 면접을 치른 뒤 6명을 지역인재로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대학별 선발기준이 다른 만큼 무엇보다 인사혁신처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한국인사행정학회는 지난해 9월 '지역인재 7급 추천제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대학별로 추천방식이 상이하다 보니 추천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인사혁신처가 대학내 추천절차 등에 대해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송씨는 지난 2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정부 서울청사에 5차례나 침입해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서 '지역우수인재 공무원 7급'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가 지난 6일 경찰에 구속됐다.

    이와 함께 '공무원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대학교 주관 1차 지역인재 시험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CBS 노컷뉴스 보도는 송씨가 '시험출제 의뢰업체인 M학원에서 지난 1월 8일부터 10일사이 시험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쳤다'고 경찰에서 자백해 사실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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