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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야권연대'는 '만병통치약'일까요?



국회/정당

    [쓸로몬]'야권연대'는 '만병통치약'일까요?

    야권연대는 필승 카드 vs 득보다 실이 많을 것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야권연대'인데요. 20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이 단어가 주목받고 있지만 체감온도는 여느때와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야권통합 논의는 물 건너간 지 오래이고, 그나마 느슨한 수준의 '야권연대'마저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지역구별로 야권 후보간의 단일화가 성사되거나 논의중인 곳이 있지만 이마저도 몇군데 안되는데다가 야3당 단일 후보가 아닌 2개당의 단일후보로 그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럼 야권통합, 야권연대, 후보단일화는 각각 뭘까요?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편의상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야권통합, 그 다음이 야권연대, 그 다음이 후보단일화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야당 후보들이 한명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루면 사실상 그게 야권연대이고 야권통합이니 어찌보면 똑같은 말일 수도 있지만 편의상 이렇게 분류를 했습니다.

    ◇2016 총선엔 '야권연대' 없나

    20대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야권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나뉘어졌고 각각 후보를 냈기 때문입니다.

    실제 3개 야당이 각자 셈법에 따라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 야권연대는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겸 선대위원장 주재로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민주의 28일 선거대책회의 현장으로 가볼까요. 선대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특히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서 수도권에서 야권연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시큰둥한 반응인데요. 국민의당은 후보를 완주시켜 정당득표율을 높이면 자연스레 비례대표 숫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당 후보에게 "당과 협의없이 후보를 사퇴하면 제명하겠다"고 문단속까지 해놓은 상태입니다.

    더민주와 정의당 간 야권연대 논의도 더민주가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면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심 대표는 "더민주가 힘으로 기득권을 관철시키겠다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고 더민주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정의당은 우리와 정체성이 달라 당 대 당 연대는 어렵다"고 하니 뉘앙스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 야권연대의 승리공식 있나

    야권 후보 단일화의 역사는 2002년 12월 대선의 효과가 컸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하며 여권 단일후보가 됐죠.

    결국 노무현 후보는 개표 결과 이회창 후보를 2%p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돼 야권후보 단일화는 승리공식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야권연대를 승리로 이끄는 방법은 큰 정당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이미 오래 전 김대중 대통령이 선보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총선에서 국민회의가 79석에 머무르자 곧바로 그해 중순부터 DJP연합을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9월 12일 서울 노원구청장 재선거후보를 자민련에 양보해 당선시켰고, 이후 1997년 말까지 모두 8곳의 재보선 지역에 국민회의 2명(조한천, 이영일), 자민련 6명(김용채, 권수창, 김일주, 이태섭, 박태준, 조종석)을 내보내 1명(조종석)을 제외하고 모두 당선시키는 위력을 선보였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시장 선거 때도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지지도를 보였던 안철수 교수가 5% 남짓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하면서 지금의 박원순 시장을 만들어 냈었죠.

    ◇ 19대 총선에 어땠을까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선거를 한 달 앞둔 3월 10일 이미 야권연대를 성사시켰습니다. 두 야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여당과 사실상 1대 1의 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민주통합당은 127석, 통진당은 13석을 얻었습니다. 특히 박빙 승부처였던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두 당은 32석을 차지해 16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을 더블 스코어로 눌렀습니다.

    ◇ 만약 한다면, 언제까지 해야하나

    후보단일화의 시한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봐야 맞을겁니다. 다만 사표(死標)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투표용지 인쇄 전을 시한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달 4일부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기 때문에 3일 이후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인쇄용지에 사퇴한 후보까지 기재돼 다량의 사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특히 사전 투표가 8~9일 양일간 실시되기 때문에 사전 투표 이후에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사퇴한 후보에게 미리 투표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후보 등록 이후 후보단일화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첫 날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염리동 마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번 총선에서도 이미 후보 등록은 마감됐고 오는 31일부터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 입장에서도 선거운동하랴 단일화논의하랴 역량이 분산될 수 밖에 없어 단일화 논의는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게 이왕 하려는 쪽에게는 유리하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야권연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에 대해 아주 강경한 태도로 바뀌기 전에, 경기 수원병과 부산 사하갑은 국민의당 김창호 후보와 최민호 후보가 각각 양보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 더민주 김영진 후보와 최인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됐습니다.

    춘천에서는 더민주 허영 후보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또한 서울 관악을, 경기 군포, 안산 단원을에서도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간의 단일화 제안이 오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커다란 진전은 없습니다.

    인천에서는 더민주와 정의당이 시당 차원에서 13개 선거구에 대한 단일 후보를 정했습니다.

    한편 경남 창원성산에서는 더민주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오는 29일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고요.

    그밖에 서울 금천에서는 더민주 이훈 후보와 민주당 정영모 후보와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 후보까지 아우르는 단일화가 아니었습니다.

    ◇ 야권연대는 신기루(?)

    그렇다면 야권연대가 성사되면 투표율은 올라갈까요. 완벽한 야권연대가 되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선택지가 없어져 투표에 대거 기권하는 현상이 벌어져 차라리 다당구도에서 투표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데이터정치연구소 최광웅 소장은 "이석기 전 의원 구속, 통진당 해체 등 야권 연대 없이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로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치였다"며 "상식과는 달리 다자구도일 때 오히려 투표율은 더 상승했기 때문에 인위적 선거연대는 투표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과연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야권입장에서 최선의 연대 방식은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3자가 단일후보를 내는 것이겠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현실은 야3당의 전폭적인 연대보다는 지역구 사정에 맞춰 2~3개 야당이 각개격파식으로 후보단일화를 하고 있고 그나마 숫자도 많지는 않습니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일여다야 구도가 펼쳐진 선거구는 수도권 105곳을 포함해 총 178곳에 이릅니다.

    19대 총선에는 3%p 내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갈린 접전지역이 24곳이나 됐고 제1야당은 당시 정통민주당과의 협상 실패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7석을 여당에 내주기도 했습니다.

    오피니어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 총선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정통민주당 때문에 야권에서 의석을 내준 곳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유효한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야권연대가 전폭적으로 이뤄질 경우 투표율은 설사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야권 전체의 의석수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되네요.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19대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누가 가장 즐거워할까요.

    어찌됐든 투표 해야합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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