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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기엔 내 코가 석자…'참여의 역설' 속 청년



사회 일반

    분노하기엔 내 코가 석자…'참여의 역설' 속 청년

    [청년의 총선 ①] "눈앞의 문제가 시급한데,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글 싣는 순서
    ① 분노하기엔 내 코가 석자…'참여의 역설' 속 청년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 20만 창조일자리 박람회에사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20대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와 정치권이 연일 시끌벅적하지만, 경기 파주시의 한 가전제품 공장에서 근무하는 고광식(23)씨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냉장고 수리 일에만 하루 14시간씩 쏟다 보니 정치에 관한 관심을 거둔 지 이미 오래다.

    주말에도 편의점에서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그는 평소 꿈꾸던 방송 분야 취업을 위해 퇴근 후에도 토익과 영상편집 공부에 여념이 없다.

    고씨는 "투표하는 날에도 아마 출근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며 "지역구 의원 사무실로부터 오는 홍보성 문자메시지도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이모(26·여)씨의 경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정치'나 '선거'와 같은 소재는 빠져 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졸업반 대학생과 입시학원 보조강사로 1인 2역을 수행하면서 세상 소식에 귀 기울일 만한 시간이 없는 까닭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이씨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 참여의 역설…사상 최대 청년실업에도 투표율은 '꼴찌'

    최근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인 12.5%로 집계됐고, 취업자 중에서도 3명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청년 관련 현안들은 이제 일자리나 경제문제를 넘어 주택, 교육, 학내 문제 등과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내 코가 석자'라며 정치나 선거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9대 총선의 경우 20대의 투표율은 41.5%로 전 연령 평균 투표율인 54.4%보다 10% 이상 못 미쳤다.

    연령대별 투표율 꼴찌다.

    ◇ "분노하라, 행동하라? 내 코가 석자인데…"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식어버린 결과, 정치권은 이들에 관한 정책 실현을 뒷순위로 미루기 일쑤였다.

    지난 총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반값등록금 논의 역시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인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에는 지난 9일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다는 박근혜 정부의 거짓 홍보물을 볼 때마다 욕이 나온다"는 글과 함께 420여만원이 찍힌 한 등록금 고지서가 올라왔다.

    이 페이지에는 지난 2월 초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올해 1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인증하는 대학생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 페이지 캡쳐)

     

    청년 벤처사업가 최훈민(22)씨는 지난 16일 국민의당 최고위에서 "(그간 여야의) 청년 정책 중 떠오르는 건 하나도 없다"며 "솔직히 현재 청년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망한 청년들은 또다시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에 휩싸이기 마련.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오수열 교수는 "정치권이 반값등록금 등 공약을 남발해놓고 막상 당선된 뒤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결국 젊은이들은 정치 무관심 정도가 아니라 정치 혐오에 다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분노하라, 행동하라는 말이 횡행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럴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하루하루 생활이 버겁고 내 코가 석자라, 바로 뛰쳐나가 시위하기엔 어려운 상황에 청년들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결국 그들에게 아픔과 어려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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