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거둔 것과 관련해 IT전문가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법원 내 정보기술(IT)전문가로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1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2연패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번 대국 자체가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세돌 9단이 패배한 것은 전자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암산왕이 패한 것과 비슷하다"며 "구글은 아마도 100억원 또는 1천억원의 대국료를 이세돌 9단에게 제시하더라도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지법원장은 "전문 법률가 집단과 IT전문가 집단이 이 계약에 개입해 한 회당 100억원 이상의 대국료를 산정했어야했는데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 아래 계약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M60기관총을 가진 어른이 칼을 가진 어린이에게 전투를 하자고 요구한 것과 같기 때문에 그것을 간과하고 덥석받아 추락한 이세돌 측의 무지몽매함이 황당하다"며 "이번 대국은 승리할 경우 100만달러, 패할 경우 단순히 대국당 3천만원 부근의 정말 말도 안 되는 계약에 사인했다는 건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 [전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 |
알파고와 이세돌의 전투를 보면서
전 세계 대중과 우리나라 국민이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 2연패를 보고 충격 속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세돌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에 주변 지인들과의 가벼운 내기에서 한 표를 건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잠시 이 현상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1. 기계 vs 인간의 대결인가? 인간 vs 인간의 대결인가?
흔히들 알파고라는 컴퓨터 기계와 이세돌 인간의 싸움으로 이 번 게임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게임은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엄청난 하드웨어 컴퓨터와 그것을 움직이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조율한 집단적인 다수의 천재 프로그래머들과 이세돌 일 개인의 싸움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다들 단순하게 기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만 바라보기에 이런 판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개인 천재가 다수의 천재 집단에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수의 집단지성이 한 개인의 두뇌 역량보다 훨씬 더 유리한 것입니다. 마치 독립 컴퓨터 한 대는 슈퍼컴이 아니라도 엄청난 양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하면 슈퍼컴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과거 전자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암산왕이 패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고난도 바둑이라서 우리가 헷갈렸던 점이 다를 뿐입니다.
비유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는데 한 사람을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크루즈 미사일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것과 같습니다. 단지 그 위력을 편견에 잡혀 바로 인식하지 못 했을 뿐입니다.
2. 터무니 없는 불공정 계약
이세돌측의 성급한 계약체결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구글은 아마도 100억 또는1,000억 대국료를 이세돌 측에서 제시하더라도 이번 계약에 사인을 하여 체결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구글이 한 달 이상 국내와 해외에서 이번 게임을 계기로 거두어들인 기업 이미지 마케팅은 대략적으로 쳐도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아마도 수조 원 짜리가 넘을 것입니다. 이미 구글 주가 상승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승리할 경우에는 1백만불, 패할 경우에는 단순히 대국당 3,000만원 부근의 정말 말도 되지도 않는 계약에 싸인을 했다는 것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문 법률가 집단과 IT 집단이 협업을 하여 이 계약에 개입하여 적어도 한 회당 100억 이상 정도로 대국료를 산정하고, 성공 대국 보수는 500억 이상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구글은 응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인데 "정저지와"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식견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 아래 단돈 백만불이라는 헐값에 이세돌을 팔아넘긴 계약이 었습니다. 두 번 다시 우리는 이와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겠습니다.
3. 인공지능은 과연 악의 화신이고 두려운 존재인가?
우리가 전자계산기와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때 경악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알파고 위력을 보고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술혁신은 한 쪽 방향을 향해 불가역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기에 이제는 이런 인공지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떡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치지 않고 선용 될 수 있는가에 법률적, 제도적, 기술적 바탕을 강화하는데 우리 모두가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직업이 파괴된다고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른 힘든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인공지능이 다 가져가고, 인간은 보다 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또 하나의 찬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4. 알파고 대국 계약이 사기인가, 아닌가?
모 변호사님은 클라우드로 작동되는 알파고시스템과의 계약이 형법상 사기에 준하는 행위라고 미리 얘기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체스 게임이나 게임들은 스탠드얼론 독립형 컴퓨터와 개인이 전쟁을 하는 경우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상황은 우수한 성능가진 CPU와 GPU가 장착된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서 한꺼번에 연산을 하여 이세돌 에게 전투를 하는 것은 바둑의 원칙상 훈수꾼을 둘 수 없다는 기본전제에 반하기 때문에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스탠드얼론이 되든지 클라우드 시스템이 되든지 기계로 작동하는 것은 차이가 없고 다만 계산 속도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세돌 측에서는 구글이 명시적으로 밝힌 클라우딩 시스템 체제에서도 당연히 승리한다는 걸 전제로 계약에 임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사실을 계약체결 때 숨긴 바가 없는 구글로서는 사기라고 욕하는 것에 대해서 억울 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엄격한 법적 의미의 사기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이번 계약 체결을 불공정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칼을 가진 어린이와 M60기관총을 가진 어른이 전투 결투를 하자고 요구한 것과 같기 때문에 그것을 간과하고 덥석받아 추락한 이세돌 측의 무지몽매함이 황당하지만, 구글로서는 미리 다 무기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사기라고 주장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아무튼 글로벌 식견이 특정한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구글로서는 수백만불은 한강물에 물바가지 하나 정도 일 것입니다. 참으로 아쉽고 딱한 계약체결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우리가 이러한 실패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소 각자 내심에 키우는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개 두 마리가 얼마나 완고한 것인가, 또 이 개 두 마리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개 한 마리에 의해 얼마나 쉽게 깨지는가 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바둑이 절대 난공 불락이라고 믿은 이들은 그들만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돌리는 엄청난 계산기의 힘을 이 번에 본 백문이 불여일견 개 한 마리에 당한 후에 치를 떨고 있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