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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사라진 경남 급식현장 "환영하지만 여전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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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칫밥' 사라진 경남 급식현장 "환영하지만 여전히 불안"

     

    경남의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면서 혼란스러웠던 학교 급식 현장은 1년 만에 정상화가 됐다.

    지난해 '줬다 뺏긴' 급식 차별로 22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돈을 내고 밥을 먹었다.

    선별급식을 주장하던 어른들은 '낙인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넌 돈을 내고 밥을 먹니?"라는 대화가 오갈 정도로, 공짜 밥을 먹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눈칫밥을 먹게 됐다.

    우여곡절끝에 무상급식이 일단 원상회복되면서,
    개학을 맞이한 학교 급식 현장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 "왜 돈을 내고 밥을 먹어요?" 밝아진 급식 현장

    이런 분위기는 창원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 교사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유상급식을 하던 지난해 교사들 역시 급식 지도를 하는 데 아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교사는 "'반찬을 남기지 말고 골고루 먹어라'는 말을 하기도 부담스러웠다"며 "급식도 하나의 교육인데 돈을 내고 먹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에 어떻게 받아들일까 교사들도 위축됐었다"고 말했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그날의 점심 메뉴다.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도 무상급식 중단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아이들은 다른 건 못 챙겨도 급식 안내 통지문은 일일히 챙긴다. 심지어 이번 달에 통지문이 왜 빨리 안나오냐고 재촉할 정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뭘 알겠냐고 그러지만 선생님한테 '저 아이는 돈을 안 내는데 왜 나는 돈을 내야 해요?', '그냥 도시락을 싸오면 안돼요?'라는 질문을 할 때 당황스러웠다"며 "지금은 무상급식이 됐다는 것을 아이들이 다 알고 있고 이제는 급식을 떳떳하게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학부모들 일단 환영…"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

    학부모들도 일단은 환영하고 있다.

    운동장에 솥단지를 걸고 급식을 했던 진주의 한 학부모는 "급식 문제로 학부모들이 많이 배웠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학부모들이 열심히 싸운 것에 대한 소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이 정치권에 의해 또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의심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아이들이 급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기쁘긴 하다"며 "그러나 교육청 부담이 훨씬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 들어가야 할 돈이 부족하게 돼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무상급식이 이뤄질까 의구심도 많아 매서운 눈이 되어 계속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네 자녀를 둔 밀양의 학 학부모도 "그동안 도시락을 싸서 보냈는데 이제 급식을 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현재 두 달 분인 169억 원이 해결되지 않아 무상급식이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초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다자녀 가정은 여전히 부담"이라며 "선거가 끝나고 엄마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다시 중단으로 원위치 될 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가장 활발히 무상급식 운동을 벌인 양산지역 학부모밴드모임 허문화 공동대표도 "지금보다 나은 중재안도 학부모들은 전면 거부했지만, 이번 지원안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반반씩 의견이 갈렸다"며 "피로감이 길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어쨋든 환영하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무상급식이 이제 되는 거냐고 많이 물었고 다들 잘됐다라는 표현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확대 공약을 했다가 말을 바꾸기도 했다"며 "1년 동안 급식비를 빼앗아 갔다가 갑자기 준다고 해서 사무침이 풀리는 건 아니다. 총선이 끝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도내 전체 학생 65% 무상급식

    학교급식비로 453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경남도와 시군의 최종 제안을 경남교육청이 수용하면서 올해 27만 4천여 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게 된다.

    특수학교와 저소득층 자녀를 비롯해 도내 전 초등학교, 읍면 중고등학생까지다. 도내 전체 학생 42만 명 가운데 65.4%에 해당된다.

    도교육청도 "2014년 수준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일선 학교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부족분 169억 원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도가 이 부족분을 줄 지는 미지수여서 시장, 군수를 만나 예산 지원을 요청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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