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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샌더스도 했던 필리버스터, 대체 뭐길래?



국제일반

    [쓸로몬]샌더스도 했던 필리버스터, 대체 뭐길래?

    다수파를 견제할 소수파의 마지막 카드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놓고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필리버스터'도 모른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맥락상 대통령은 '필리버스터'가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좋은) 테러방지법을 왜 통과시키지 않는지 기가 막히다"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과연 '필리버스터'는 무엇일까.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는 뜻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1853년 미국 상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설을 무한정 오래하는 방식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했던 것이 시초였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다수 국가가 이를 도입하고 있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할 합법적인 수단이다.

    ◇치즈샐러드 레시피 읽고 사우나 갔다온 美 의원들

    미국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필리버스터 사례는 1935년 16시간을 연설한 휴이 롱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 1957년 24시간 18분을 연설한 스트롬 서먼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등이 있다.

    미국 필리버스터의 흥미로운 점은 의사와 무관한 내용으로 발언을 이어나가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화번호부나 성경책을 읽으며 시간을 끄는 사례도 있다.

    급진주의 개혁가로 유명한 휴이 롱 상원의원은 16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로크포르치즈샐러드 드레싱의 레시피를 읽고 굴튀김 요리법을 이야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보유자는 24시간 기록의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다. 서먼드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미국 각 주의 선거법 조문을 읽고 조지 워싱턴 초대대통령의 고별연설문 전체를 낭독했다. 의회장에 호밀빵과 등심스테이크, 목캔디, 주스 등을 챙겨오기도 했다. 24시간 동안 화장실을 안 가고 참은 비결은 미리 사우나에서 수분을 최대한 배출하고 왔기 때문이란 일화도 있다.

    최근 사례도 있다. 2013년, 민주당 웬디 데이비스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13시간 필리버스터를 했다. 미혼모의 자식이자 자신도 10대에 미혼모가 된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 신문배달을 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뒤에도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데이비스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낙태 여성들의 어려움에 대해 발언했다. 눈물을 흘리며 연설하는 그녀의 모습이 SNS에 퍼져나가면서 정계의 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현재 공화당 대선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013년 9월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21시간 연설을 했다. 크루즈 의원은 동화책 '녹색 달걀과 햄'을 읽으며 시간을 끌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2010년 12월 10일 8시간 37분에 걸쳐 부자감세 법안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샌더스는 다른 의원들처럼 전화번호부 등을 읽지 않고, 부자감세와 관련된 자신의 과거 발언 등을 정리해 연설했다.

    당시 68세였던 샌더스는 이 일로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샌더스는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못가고 계속 카메라를 의식하며 서서 연설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후유증이 며칠간 지속됐다고도 말했다.

    ◇野, 회기 끝날 때까지 버틸까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일명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필리버스터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 106조의 2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무제한 토론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무제한 토론은 의원 1인당 1회로 제한된다.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본회의는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회의를 계속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소한 안건과 관련성이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장시간 토론하기 훨씬 더 힘들다.

    23일 오후 7시 5분쯤 첫번째 주자로 단상에 오른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테러방지법 독조소항에 대해 5시간 30분 가량 발언한 뒤 24일 오전 0시 40분 연설을 마쳤다.

    이후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이 이날 오전 2시 29분까지 발언을 이어갔고, 그 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후 12시 48분까지 총 10시간 가량 발언했다. 은 의원은 SNS를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받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을 소개했고, 국정원의 불법 해킹 및 대선개입 관련 자료 등을 챙겨와서 꼼꼼히 설명했다.

    (사진=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트위터 캡처)

     

    10시간 넘게 서서 발언한 뒤 탈수 증세가 온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끝난 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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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월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려면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5시간씩 발언해줘야 한다.

    문제는 어렵사리 합의된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선거법 처리가 안되면 4.13 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야당은 테러방지법에서 최소 독소조항만 수정돼도 통과시킬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필리버스터를 감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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