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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임금 WMD 전용 의혹? 정부의 말바꾸기



통일/북한

    개성공단 임금 WMD 전용 의혹? 정부의 말바꾸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면서 밝힌 이유는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천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도 1천320억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 WMD개발에 전용됐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자금과 WMD개발의 연관성이 입증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얼마가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으나 우려 등은 있었고, 그런 것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없지만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그동안 개성공단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취해온 태도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 근거도 없이 "개성공단은 정상적 거래"에서 "WMD 전용 의혹"으로

    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철수작업 등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했던 차량들이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북한의 3차 핵실험 때까지 취해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서도 개성공단은 예외로 인정받았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WMD개발에 사용되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WMD개발사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개성공단의 특수성을 인정한 데에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한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이어진 정부의 기조였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이뤄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정부 고위당국자는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억제할 수 있도록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원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으로, 인도적 지원과 정상적 거래는 제재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은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와 관련없는 정상적 거래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렇게 판단한 데에는 개성공단이 남북 사이에 남아있는 유일한 경협사업인데다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적 고려 뿐 아니라 개성공단 임금으로 지급되는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확인 결과 상당 부분이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와 현물지급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임금 상당부분은 근로자들에 귀속

    개성공단 (사진=자료사진)

     

    우리 측은 개성공단의 임금 지급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직불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내각의 중앙지도총국을 통해 지급된다.

    북쪽 당국이 임금 직불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환율과 공식 환율이 다른데다 개성공단 근로자들과 다른 근로자들의 급여의 형평성 문제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공식환율로 임금 직불을 하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북한 원화가 최고위층의 생활수준보다 높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특구인 선전도 특구가 시작된 1979년부터 10년이 지난 뒤에 임금 직접지불이 보편화됐다.

    북쪽 당국은 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사회보험료 15%를 남쪽 입주기업한테서 받으며, 임금의 30%는 사회문화시책비로 떼고 있다.

    예컨대 근로자 임금이 50달러라면, 남쪽 기업은 15%인 7.5달러를 사회보험료로 북쪽 당국에 낸다. 또 북쪽 당국은 50달러의 30%인 15달러를 사회문화시책비로 거둔다. 따라서 남쪽 기업이 북쪽에 지급하는 총액은 57.5달러가 되며, 북쪽 근로자에게 순수하게 돌아가는 몫은 35달러가 된다.

    정부는 그동안 직불이 되지 않더라도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11월에는 통일부 당국자가 개성공단 임금의 사용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까지 했었다.

    그 설명은 다음과 같다.

    북쪽 내각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근로자 임금을 받아 세금 성격인 사회보험료(총임금의 15%)와 사회문화시책비(총임금의 30%)를 뺀 근로자 몫 가운데 70~86% 정도를 국외 물품 구입비용(달러)으로 북쪽의 무역은행 개성지점에 입금한다.

    그리고 이 돈으로 중국·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쌀·설탕가루·밀가루·맛내기(조미료) 등의 주요 품목을 비롯해 120여 품목을 사들여, 개성 시내 개성백화점 및 보급소 10여곳에서 근로자들에게 물품을 배급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생필품을 보급하고 다양한 복지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임금의 상당 부분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WMD 개발에 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의 태도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개성공단 임금으로 들어간 자금의 상당부분이 다양한 생필품과 근로자들의 복지 비용으로 지출된 것은 정부도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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