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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수준 개탄스럽다"…개성공단 날벼락에 中企 한숨



사건/사고

    "한국 정치수준 개탄스럽다"…개성공단 날벼락에 中企 한숨

    피해 지원 연 2% 금리로 10억 원 대출이 전부

    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철수작업 등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했던 차량들이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생산라인은 기업인에게 생명줄입니다. 그 생명줄을 끊어버렸으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기업인들이 나올까 두렵습니다"

    인천 검단 산업단지에 자리한 '명진화학' 정을연(49) 대표는 11일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도체와 전자통신 부품 도금 전문업체인 명진화학은 지난 2011년 3월과 5월 두 차례의 화마(火魔)를 겪으면서 생산설비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정 대표는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지만, 또 다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명진화학은 그동안 16명의 남측 근로자와 1,300여 명의 북측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었다.

    ◇ "정부 지원 기대할 것 없어…한국 정치수준 개탄스럽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합동대책반이 가동됐지만, 정 대표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에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됐을 때에도 정부 지원은 딱 한 가지뿐이었어요. 연 2%의 금리로 10억 원을 대출해준 것이 전부죠. 시중금리보다 금리가 크게 낮은 것도 아니었어요. 그나마 빨리 갚으라고 해서 다 갚았죠."

    그는 또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 아니라 '개성공단 폐쇄'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생산라인이 중국과 베트남 등에 다변화된 입주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을 거에요. 하지만 개성공단에만 생산라인이 있는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기업인들에게 생산라인은 생명줄이에요. 정부가 책임있는 보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기업인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겁니다."

    한국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개성공단과 연계시켜 기업인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기업인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우리의 재산권과 경영권은 정부가 보장해주지 않는지 답답합니다. 정말 한국 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개탄스럽습니다"

    명진화학은 이날 아침 서둘러 생산설비를 발주했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됐다고 보고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2명의 직원이 남아 원자재와 부자재, 완제품, 생산장비 등의 남측 반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해 엄청난 크레임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생산라인이 죽어버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생산라인을 한국으로 빨리 돌리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정부에 원망과 불신, 그리고 남북 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여 있었다.

    ◇ "남북경협의 작은 불씨마저 꺼져 참담"

    인천에 본사를 둔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도 "정부의 황당한 조치로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현재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생존에 크게 위협을 받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이 대표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개성공단은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지난 13년 동안 북측근로자와 함께 땀을 흘려가면서 일군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경협의 상징'이 작은 불씨마저 꺼져버려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선을 앞두고 표심잡기 위해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서둘렀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 회장은 "이렇게 국내 정치에 (개성공단이) 종속돼서야 사업 못 한다"며 "아마 국내 정치적인 요소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저는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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