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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서울지검장, 왜 법원을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을까?"



법조

    [Why뉴스] "서울지검장, 왜 법원을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을까?"

    면피용, 항소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법원에 덤터기 씌우기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법조계 안팎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거나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면피용'이라거나 '견강부회'라거나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왜 법원을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검사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게 이례적인 일인거냐?

    1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 그렇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자들을 가끔 만나기는 한다.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만나기도 했고,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기자들을 만나서 질의응답도 하고 수사와 관련된 뒷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접 기자실을 찾아서 마이크 앞에 서는 일은 좀체 없다. 대부분의 검사장들이 1년여의 재직기간 동안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사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이해가 안 된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가 나서 개인적으로 흥분하는건 봤고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조직적으로 기관 차원에서 발표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을 때 그걸 얘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원을 비판하는 건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는 비판이 적지않다.

    한 고참 변호사는 "삼권분립 등 헌법정신을 능멸하는 초헌법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고 수도권의 한 중견 판사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법정 밖에서 얘기하는 데 일일이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자는 기사로', '검사는 공소장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그런 원칙 같은 게 있다. 검찰의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법원을 비판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법원에서 중요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을 때 수사팀의 부장이나 차장검사가 항소의사를 밝히거나 아니면 비공개로 기자들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그 정도는 양해도 됐다. 법원에서 중요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도 검찰에서 반발하거나 비판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렇지만 기관장이 직접 기자실을 찾아 마이크 앞에서서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면서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검찰내부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공무원이란 각자 직분과 그 권한이 있는데 타 기관 직분과 권한에 간섭하거나 개입하는것은 불법 일 수 있다"면서 "특히 법원 판결은 재판독립과 관련해 여론을 포함한 기타 압력 넣는 건 헌법위반으로 절대 안 되는데 이건 명백한 압력 넣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이영렬 검사장이 왜 아주 이례적으로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자료사진)

     

    = 단순히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 뿐만아니라 다른 의도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첫 번째는 누군가 시켜서 마지 못해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가까운 법조인들은 "이영렬 검사장이 원래 신중한 사람으로 법원과 부딪히거나 갈등을 일으킬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누군가 시켰으면 몰라도 스스로 그렇게 할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영렬 검사장이 부임하기 전에 수사가 이뤄진 것인데다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없었기 때문에 이 검사장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 그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이 누굴까?

    = 이론적으로 시킬 수 있는 사람은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그런데 검찰 안팎에서는 김수남 총장이 독단적인 판단으로 그런걸 지시할 스타일은 아니고 아마도 외부에서 압력이 있었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해석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검장의 브리핑은) 대검에 보고하고 진행됐다"며 검찰내부 조율을 거쳐 브리핑에 나섰다고 밝혔다.

    ▶ 외부 지시라면 왜 그랬을까?

    황교안 국무총리 (사진=윤성호 기자)

     

    = 법조계에서는 12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발표한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중견 법조인은 "황 총리의 발표대로라면 주로 공기업들이 수사대상일텐데 이렇게 무죄판결이 나오면 수사가 어려워진다"면서 "총리의 '4대 백신' 발표를 앞두고 무죄판결이 나오니까 적극대응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MB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시작한 '자원외교비리수사'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강경대응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번째는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1심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 항소심 재판부는 여론의 동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견 판사는 "형사재판에 있어서 검사는 피고인과 반대편에 있는 다른 당사자인데 검찰이 힘이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법원을 압박하는 그런 기자회견을 하는 건 항소심에 어떤 선입견을 줄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형사소송 체계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도 "검찰이 공개적으로 판결을 비판하는 건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검찰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사진=자료사진)

     

    석유공사의 외국 정유회사 인수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하베스트의 무리한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면담한 직후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추진했다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또 석유공사 전현직 관계자들도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면담한 직후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물론 최 장관도 당시 취임 3개월여 밖에 안 된 상태여서 본인의 판단이기 보다는 청와대나 윗선의 판단이었을 것이라는 게 석유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지시나 승인 없이 석유공사 단독으로 조단위의 사업을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 부총리를 상대로 단 한차례의 서면조사만 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채 모든 책임을 강 사장과 석유공사에 지웠다.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리의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기소하니 무죄를 선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맹준영 형사공보판사는 "이 사건 1심단계에서 검찰이 유죄 주장하고 제출한 그런 증거들이나 사실관계, 전후의 정황 이것 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적용된 배임의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와 같은 것이다.

    네 번째는 좀 색다른 분석인데,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우니까 법원에 덤터기를 씌울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한 중견 법조인은 "1심 무죄가 아쉬우면 수사를 열심히 하고 공소유지를 잘해서, 그리고 항소이유서를 잘써서 유죄판결을 받을 생각을 하는 게 맞다"면서 "법원에 덤터기를 씌우고 공소유지는 적당히해서 면피 해보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강 사장에게 중형이 선고됐으면 항소심에서 '최경환 장관이나 윗선에서 지시했다'고 진술하겠지만 무죄가 선고됐으니 그럴 일은 사라졌다는 점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저희들(법원) 들어라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법원에 얘기할려면 여러 통로로 얘기할 곳이 많은데 언론에 그렇게 공개적으로 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게 맞는 거냐?

    (사진=자료사진)

     

    = 법원이 무죄 판결을 했으니 수사를 잘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영렬 검사장은 "경영평가 점수 잘 받으려고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사후에는 '경영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실사 없이 3일만에 묻지마식 계약을 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는데, 이 이상으로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되겠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이 빠뜨린건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자주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직거래를 했다는 사실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였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앞장섰다. 그리고 강 전 사장이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면담한 직후 '하베스트'와 '날' 전체를 인수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를 단순히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계약 체결 직후 석유공사가 아닌 지식경제부가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직접 했다. 최경환 장관은 "석유공사가 다 알아서 했다"고 말했지만 이런 정황들은 석유공사가 알아서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강 사장 1명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이명박(MB) 정부의 대표적 자원외교 비리로 꼽히는 하베스트사(社) 부실 인수 의혹을 받는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사진=박종민 기자)

     

    또 검찰이 강영원 전 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상 배임혐의 단 한가지다. 그런데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사들이나 변호사들은 '배임' 한가지 혐의로만으로 기소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검사시절 '특수통'으로 불렸던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임 한가지 혐의만으로 기소할 때는 불안해서 횡령이나 다른 혐의를 함께 적용하는 게 기본"이라면서 "배임 한가지 혐의만 적용한 것은 다른 혐의를 찾을 수 없었거나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문회 때부터 여당측 간사인 검사출신 권성동 의원의 방해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핵심 5인방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15. 4. 23 [Why뉴스] 'MB자원외교 5인방' 왜 청문회 조차 열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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