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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검찰, 호들갑 떤 경찰…한상균 소요죄 적용 논란



사건/사고

    발 빼는 검찰, 호들갑 떤 경찰…한상균 소요죄 적용 논란

    검찰 분위기 "공소장 변경까지 하면서 추가 적용할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과격시위와 불법폭력 사태가 일어났고 상습적인 시위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주도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한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 지난해 11월24일 국무회의 발언)

    "불법 집회시위 사범, 폭력사범에 대해 그간의 사건 처리기준과 양형기준 등이 적정했는지 점검해보겠다, 소요죄 적용 부분까지 점검하겠다" (김수남 검찰총장 11월 19일 인사청문회 발언)

    "형법상 소요죄는 오로지 폭력으로만 응집한 거다, 오로지 처음부터 뒤엎자 갈아엎자라며 조직적으로 자금 조달하고 임무 분담했다면 충분히 소요죄 적용 대상이다" (강신명 경찰청장 12월 7일 기자간담회)

    김수남 검찰총장(왼쪽)과 강신명 경찰청장 (사진=자료사진)

     

    경찰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1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불법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소요죄 적용을 놓고 코너에 몰렸다.

    경찰 수장인 강신명 청장은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꾸준히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5일 한상균 위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추가 수사를 통해 적용을 검토하겠다며 소요죄 혐의 적용을 유보했다.

    ◇ 경찰 열흘 수사는 소요죄 적용, 검찰 스무레 수사는 소요죄 숙고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소요죄 적용의 최대 쟁점은 민중총궐기 대회가 광화문 광장 등 도심을 마비시키고 일반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의 소요사태를 일으켰냐 여부다.

    조계사에 은신하던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12월9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10일간의 수사를 통해 금지통고 집회 주최, 해산명령 불응,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8개 혐의에 소요죄를 추가해 한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요죄가 적용된 마지막 사례는 군부독재 시절인 1986년 5월3일 인천에서 벌어진 '5·3인천사태'로 경찰의 소요죄 적용 이후 지나친 공안몰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20일간 한 위원장에 대한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법률전문가 집단인 검찰은 5일 한 위원장을 기소하면서 소요죄 부분을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요죄는 현 단계에서는 보완수사가 필요해 보류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이유로 들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소요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이라는 추가 절차도 밟아야 하지만 법원이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 줄 지도 미지수다.

    검찰이 소요죄 적용과 유죄 판결에 대한 자신이 있었으면 20일간의 수사기간에 충분히 고려해 적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공안 검사는 "대형 집회에서 불법성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엄단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 의율 자체가 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11월 14일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성에 대한 사실관계는 이미 뻔한 데 검찰이 한상균 위원장 기소 단계에서 소요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곱씹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법집행 기관인 경찰이 10일간의 수사를 거쳐 소요죄 적용 의견으로 한 위원장을 송치했지만 법률 전문가 집단인 검찰이 20일간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소요죄를 뺀 것은 법원에서 판단을 구할 필요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소요죄 프레임에 갇힌 경찰 '외통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12월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은 소요죄 적용에 온힘을 쏟았다.

    한 위원장은 경찰 수사관이 준비한 300개가 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일체 거부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묵비권 행사로 직접 수사 시간이 줄어들자 민주노총과 산하단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분석 등을 통해 소요죄 적용에 올인했다.

    특히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상균 위원장이 검거되기 이틀 전 기자간담회에서 "1차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 폭력행위는 시위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라며 "소요죄 적용 대상이 된다"고 못박았다.

    이튿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강 청장은 '소요죄를 적용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위원장은) 가장 주된 대상자이고 검거하면 당연히 적용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12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소요죄는 사실 관계의 조사와 법률을 적용해서 법원의 판례를 받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한상균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지 않고 기소하기 직전인 5일 오전에도 강신명 청장은 "검찰이 소요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추가로 수사할 게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형량 유무에 관계없이 한 위원장의 행위는 소요죄에 해당한다"고 재차 못박았다.

    강신명 청장이 이같은 강경 발언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들의 강경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과격시위와 불법폭력 사태가 일어났다"며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한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고 말해 검경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일부 폭력시위를 문제삼아 자국민에 대해 테러단체인 이슬람 극단주의자까지 언급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김수남 검찰총장도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집회시위 폭력사범에 대해서 그간의 사건 처리기준과 양형기준 등이 적정했는지 점검하겠다"며 "필요하면 소요죄 적용 부분까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유죄 판결에 대한 공소유지 문제이든, 법익형량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든 소요죄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경찰만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결국 불법시위자를 현장에서 검거하고 주최측의 사전 계획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엄정한 법집행의 최일선에 서있는 경찰이 소요죄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는 "당시 집회에서 일부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을 폭행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다중이 그걸 모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법률가인 검찰의 판단은 당연하고 경찰이 처음부터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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