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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창기가 광석이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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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창기가 광석이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2008년 1월 6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고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추모 노래비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밴드 '동물원'을 결성해 고 김광석(1964~1996)과 함께했던, 정신과 의사이자 가수인 김창기가 고인의 20주기를 맞아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띄었다.

    CBS라디오 '그대 창가에 김창기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창기는 6일 방송에서 "오늘은 못난 친구 광석이의 스무 번째 기일입니다. 그날 아침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운을 뗐다.

    김창기는 의대 재학중이던 1988년에 고 김광석, 유준열 등과 함께 동물원을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했으며, 동물원의 대표곡 '거리에서' '널 사랑하겠어'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등을 작사 작곡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동물원을 떠나 20여 년 동안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아래에 김창기의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광석이에게
    오늘은… 못난 친구 광석이의 스무 번째 기일입니다. 그날 아침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광석이는 숨이 막힐 듯 답답했던, 가슴의 무엇인지 모를 뜨거운 덩어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했던, 젊은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습니다. 아직도 많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서 형제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바보 같은 짓을 참 많이 했죠. 함께 동물원이란 그룹을 만들어 제가 곡을 쓰고. 광석이는 그 노래를 부르고…. 참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녀석이 저를 필요로 했을 때, 저는 매번 저만의 이유로 함께 해주지 못했고, 결국 녀석은 그렇게 떠나갔으니까요.

    또한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왜 저를 믿지 못했는지, 화를 내면서 제 귀를 잡고 끌고 가서라도 함께 상의하자고 하지 않았는지….

    우리의 노래는 광석이 덕분에 아직 살아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 김광석은 내가 아는 그 친구가 아닙니다. 저는 늦은 밤 "창기야, 뭐 하니?"라며 저를 불러내던 그 녀석이 필요합니다. 한잔 하면서, 서로 신세한탄을 하다가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라면서 혼내 줄 녀석이 필요한 것이죠.

    저는 '광석이에게'(김창기가 쓰고 부른 김광석 추모곡)가 친구 팔아먹는 노래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잘 부르지 않습니다. 또 이 노래만 부르면 아직도 눈물이 나서 더 기피하게 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광석이를 아직도 기억해 주고, 이제라도 이렇게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김창기(사진=CBS라디오 홈페이지)

     

    이날 방송에서는 김창기의 '광석이에게'와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잇따라 들려 주며 고인을 추억했다. 두 노래의 가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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