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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던지고 뒷짐 법무부,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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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 던지고 뒷짐 법무부,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

    [되돌아보는 2015년 법조계 ④]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

    CBS는 2015년 법조계에 일어났던 주요 사건과 쟁점들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되돌아본다. 마지막 순서로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 발표에서 촉발된 사시 존폐 논란과 해묵은 갈등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하명'이라는 불명예 꼬리표, 檢에 치욕만 남겼다
    ② 특별수사의 위기, '중수부 부활' 우려
    ③ 굴곡 겪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④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란


    ◇ 법무부, '사시 존폐' 해묵은 논란에 불 붙여


    지난 3일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2021년(제10회 변호사시험)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3일 법무부의 '폭탄' 발언으로 연말 평화롭던 법조계에 평지풍파가 일었다. 법무부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4년 더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다.

    이유는 로스쿨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법무부는 사시 폐지 유예에 따른 대안으로 변호사 예비시험 등을 제안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는 즉각 반발했다. 사시 존치론자들을 '떼쓰는 자'에 비유하면서 "법무부가 떼쓰는 자들에게 떠밀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사시 존치에 대한 국민의 뜻은 한시적 존치가 아닌 '조건 없는' 사시 존치"라며 한시적 연장 방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정하면서 사법부는 물론 정부 유관부처와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대법원은 법무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사시 존치도, 폐지도 아닌 '사시 유예'라는 정치적 회색지대를 택한 법무부의 어정쩡한 발표는 결국 법조계의 해묵은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로스쿨은 물론 사시 존치 입장인 변호사 단체와 교수들은 앞다퉈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사시 폐지는 2009년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가시화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변호사시험법이 통과되면서 2017년 12월 사시 폐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국회에서 사시 존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사시 존폐 논란이 재현됐다.

    법무부의 유예 방침은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러나 방아쇠만 당겼을 뿐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뒷짐만 진 채 관망해 비난을 자초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청와대의 뜻에 따라 법무부가 움직였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 소송戰 난무…최대 희생자는 수험생

    (사진=자료사진)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었다. 지난 10일 로스쿨 학생들과 사시 수험생들은 도서관·독서실 대신 과천 정부청사로 향해 법무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스쿨 학생들은 학사일정 거부와 자퇴서 제출을 결의한 데 이어 다음달 변호사 시험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며 응시표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반면, 고시생들은 사시 영구 존치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단행했다.

    로스쿨 교수들은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년 변시와 사시 문제 출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지난 16일 법무부가 주관하는 시험 일정에 협력하겠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사시 존폐론자들의 대립은 소송 남발로 이어졌다. 사시 유지를 주장하는 고시생들과 시민단체 바른기회연구소는 집단행동을 주도한 서울대와 한양대 로스쿨 학생회장을 업무방해·강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시 수험생들은 국회가 사시 존치 법안을 제 때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가하면, 사시 폐지 입장을 밝힌 교육부를 상대로 감사원에 심사 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사시 존치를 위해 국회 등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법협은 또 법무부를 상대로 내년 1월 변호사 시험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신청이 기각됐다. 로스쿨 학생 1,886명은 로스쿨 학생회에 변시 취소 권한을 위임했다가 1,000여명이 위임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최대 희생양이 수험생이라는 데 입을 모으면서도 예비 법조인들이 변시 보이콧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는 점을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현직 판사는 "법조인이 될 학생들이 법을 거스른 채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금수저' 공방…여론전 치열해질 듯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새해가 다가오도록 끝나지 않은 싸움의 결론은 국회에서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파동' 이후 로스쿨 관계자와 변호사 단체 등을 번갈아 면담하며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대법원과 사시의 한시적 존치를 주장한 법무부도 협의체를 통해 사시를 폐지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이 나기까지 사시 존치론자와 폐지론자 간 여론전은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번에도 '금수저'와 '흙수저' 출신 공방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사시 존치론자들은 국회의원이 로스쿨 출신 자녀의 취업 청탁을 하거나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로스쿨을 '금수저' 출신들만 갈 수 있는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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