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금융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수수료가 대폭 인하하는 카드업계가 희망퇴직 카드를 빼들었고, 은행권에서는 이미 광범위한 희망퇴직이 진행 중에 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입사 7년차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 LG카드와 합병한 직후인 2008년 약 500명, 2010년 120명, 2013년 약 100명 규모로 희망퇴직자를 접수받은 바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기본급 24개월 치(연령과 직급에 따라 최대 30개월 치)와 자녀 학자금, 재취업을 돕기 위한 지원금 등이 지급되며 희망퇴직자의 전직과 창업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신한카드가 희망퇴직자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만성적인 인사 적체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 정규직 직원은 3100여명으로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2배 이상의 인원을 보유하고 있어 인력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결심하게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우대수수료율 인하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당국이 우대수수료율을 1.5%에서 절반 가까운 0.8%로 인하하면서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들로부터도 수수료 인하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고질병처럼 도지고 있는 경기침체와 소멸포인트 기부로 인한 수익 감소, 핀테크(금융기술)·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난관은 비단 신한카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신한카드의 희망퇴직 실시가 같은 업종의 전반적인 움직임으로 확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신한카드에 앞서 지난달 임원인사에서 임원 수를 대폭 줄였으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이나 전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신한카드 외에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카드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은행권에서 구조조정의 찬바람은 카드업종보다 먼저 불어닥쳤다.
상반기에 KB국민은행이 1122명의 희망퇴직자를 내보냈고 신한·우리은행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반기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이달 초 961명의 희망퇴직자들을 내보내는 등 외국계와 지방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제를 진행하고 있다.
SC은행의 퇴직자는 전체 직원 수의 약 20%에 달하는 숫자로 업계 일각에서는 소매금융에서 철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RELNEWS:right}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3500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 칼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인력구조상 문제와 저유가-미국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전세계적인 불황에 금융권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금융환경 자체의 변화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근시안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수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경기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 어렵다고 해서 인재들을 내보내는데만 매달리면 기업의 비전수립과 장기적인 목표 달성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