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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와 한상균, 같은 듯 같지 않은 그들의 '소요'



사건/사고

    김문수와 한상균, 같은 듯 같지 않은 그들의 '소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초전박살 났어!", "그놈들은 인간 백정들이었어!"

    '소요죄'를 저지른 그는 경찰에 연행되는 차 속에서부터 짓밟히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군보안사령부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야구방망이 세례가 쏟아졌다.

    여기까지는 차라리 '환영인사'에 불과했다. 전기고문이 2차례, 거꾸로 매달고 고춧가루를 코에 붓기를 5차례, 일주일 동안 쉴 틈 없이 전기 몽둥이 구타가 이어졌다. 1986년 5월 27일, '소요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생생한 증언이다.

    김 전 지사가 '소요'에 가담 사건은 5.3 인천항쟁으로,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시민들이 공권력에 정면으로 저항한 가장 큰 민중항쟁이자 1987년 6월 항쟁의 물꼬를 튼 사건이다.

    14일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 적용 방침을 설명하며 과거의 판례로 김문수 전 지사의 사건을 들었다. '소요죄'라는 매개로 경찰이 두 사람을 연결한 대로 1986년 5.3 항쟁과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는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은 대통령 직선제를 위한 '개헌 1천만 서명운동'을 진행했지만, 전두환 정권이 추진한 여야 대타협에 응하면서 시민사회와 입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무력한 야당에 실망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고조된 민주화운동 세력은 신민당 개헌추진위의 경기·인천지부 결성대회에 맞춰 대규모 행진을 준비했고, 이 행진은 곧 5.3 인천항쟁으로 확대됐다.

    당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지도위원이었던 김 전 지사는 인천항쟁이 일어나기 열흘 전, 다른 서노련 지도부들과 모여 경인지역 18개 산업체 노동자를 조직해 인천항쟁에 가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시위대는 집회장소 근처에 있던 주안1동 성당에 선전물, 확성기는 물론, 화염병과 각목 등을 미리 숨겨두고 시위대의 사령부로 사용했다.

    3일 12시 정각, 김 전 지사를 비롯한 '야전사령부'는 1천여명의 노동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리어카에 깐 합판을 무대 삼아 '노동자 해방투쟁'을 선언하고 전두환 정권을 비난했다.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2000여명으로 시작한 시위 참가자는 순식간에 경찰 추산 1만여명, 시위대 추산 3~5만여명으로 불어났다.

    당시에도 오늘날의 민중총궐기 집회처럼 시위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평화적 연좌집회에 주력했던 재야단체와 달리 노동자, 학생은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집회를 열던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무렵 경인 지역 노동자 세력의 대표로 나선 김 전 지사와, 재야세력인 민통련을 대표한 장기표 정책연구실장이 만나 공동 연좌집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후 약 6시간에 걸쳐 시위대와 경찰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 3대와 파출소를 불태웠고, 경찰 역시 수천발의 최루탄을 쏟아내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반나절 인천 시내를 마비시키며 전두환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김 전 지사는 '소요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ㆍ자격정지 3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로부터 약 30년만인 2015년 12월, 이번에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소요죄로 검찰에 송치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폭행 손괴 부분에 있어서 이번 민중총궐기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소요죄와 한 위원장의 소요죄 혐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경위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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