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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서부극에 꽃힌 할리우드…황야 대신 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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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색' 서부극에 꽃힌 할리우드…황야 대신 설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헤이트풀8'·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 '레버넌트'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황색 모래와 먼지가 날리는 메마른 대지를 배경으로 주인공과 악당이 마지막 혈투를 앞둔 장면. 이러한 할리우드 서부영화의 상투성을 깨는, 백색 설원을 배경으로 빚어낸 두 편의 색다른 시대극이 내년 1월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과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가 그 면면이다.

    ◇ 눈보라 속에 고립된 증오로 가득찬 8인의 하룻밤

    헤이트풀8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셀프 오마주'를 의도한 듯이 제목에 당당하게 '8'을 붙였다.

    이 영화는 각자 비밀을 감춘 채 눈보라 속에 고립된,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로 가득찬 8인의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레드락 타운으로 죄수(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해 가던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L. 잭슨)과 레드락 타운에 새로 부임한 보안관(월튼 고긴스)을 만나게 된다.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 있던 또 다른 4명과 만나게 된다. 여유 넘치는 연합군 장교(브루스 던)와 화려한 언변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리틀맨(팀 로스), 크리스마스를 어머니와 함께 보내기 위해 이동 중이라는 카우보이(마이클 매드슨), 잠깐 동안 주인 대신 산장을 맡기로 했다는 멕시코 이방인(데미안 비쉬어)이 그들이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은 경고를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난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증오의 밤은 점점 깊어간다.

    영화 '헤이트풀8' 스틸컷(사진=누리픽쳐스 제공)

     

    헤이트풀8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초기작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부터 최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하 바스터즈),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까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 온, 이른바 쿠엔틴 타란티노 사단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3차례 아카데미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할리우드 최고의 촬영감독 로버트 리처드슨은 '킬 빌' 시리즈, 바스터즈, 장고에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는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감각적인 영상미로 담아냈다.

    무엇보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석양의 무법자' 등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던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작업을 통해 설경의 장관이 선사하는 장엄한 분위기와 8명의 캐릭터들이 전하는 얽히고 설킨 드라마를 비장미 넘치는 음악으로 완성했다.

    영화 헤이트풀8은 내년 1월 7일 개봉한다.

    ◇ 죽음 뚫고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비극의 주인공

    영화 '버드맨'으로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 등 4관왕의 영예를 거머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는, 실화에 바탕을 둔 동명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영화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사냥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에게 버려진 뒤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령' '망령'을 뜻하는 제목을 통해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게 아닌' 비극의 주인공을 예감할 수 있다.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 당해 사지가 찢긴다. 비정한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휴를 죽이려 하고, 아들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에 묻고 떠난다.

    영화 '레버넌트' 스틸컷(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눈 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고, 부상 입은 몸으로 존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메가폰을 잡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첫 장편영화 '아모레스 페로스'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1그램' '비우티풀' '바벨'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주로 사회 하층민들의 삶 속에 숨겨진 절망을 파헤치며 사회를 성찰하는 깊이 있는 시선을 드러내 왔다.

    이러한 성향을 지닌 감독이 이번 영화 속에서 그려낸, 19세기 미국의 웅장한 설원과 인디언 부족들과 벌이는 살기 어린 대치전 등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어떻게 펼쳐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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