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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뇌졸중 앓는 대한민국…경고음 들어야"



문화 일반

    황석영 "뇌졸중 앓는 대한민국…경고음 들어야"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국정화 무리수 왜"

    - 자성과 회한의 '해질 무렵', 지금이 그때
    - 교학사 교과서 99.9% 외면이 곧 보편성
    - 일상의 개혁, 더 큰 민주화 막는 국정화
    - 청년 패배의식 고치려 국정화? 무책임해
    - 좌절 청년 탓하기 전에 정치권 반성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석영 (소설가. 장편소설 '해 질 무렵' 출간)

    갑질, 미친 전월세,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언론에 매일 나오는 단어들만 봐도 우리가 지금 얼마나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가 알 수 있는데요. 그러면서 생각해 보게 되죠. 우리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놓친 것, 보지 못한 건 없나… 이런 생각들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화두를 책 속에 담아 내놓은 작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죠. 황석영 작가인데요. 우리에게 또 우리 사회에 어떤 얘기를 던지고 싶었던 걸까요. 오늘 2부 첫 순서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황석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다시듣기]

    소설가 황석영 (사진=자료사진)

     

    ◆ 황석영>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3년 만에 장편 들고 나오셨네요.

    ◆ 황석영> 네.

    ◇ 김현정> 소설 제목이 '해 질 무렵'. 뭔가 아련한 느낌인데요.

    ◆ 황석영> 그렇죠. '해 질 무렵'이라는 게 석양이 지고 이렇게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이죠. 그 시간에는 하루가 됐든 일생에 만년이 됐든 간에 하여튼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뭘 실수했지, 내가 잘못했는데. 그렇게 말았어야 됐을 걸' 이런 시간대를 상징한다고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시점에 이 주제로 소설을 쓰신 건 아마 지금 우리들에게 '해 질 무렵' 같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뭐냐하면 이 소설은 이제 두 사람의 화자가 제 각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한 사람은 60대 건축가고 20대는 현재…

    ◆ 황석영>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근대화 세대죠. 지금 60대 중반에 들어간 사람들이.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70년대 대학생이었고. 그리고 80년대 사회에 나와서 활동하고 그런 근대화 세대인데.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회한이라는 그게 개인적 회한이기도 하려니와 사회적 회한이기도 하죠, 그때 개발 독재시대니까. 그것이 업보로써 지금 현재 현실이 주어져 있는데, 그거를 이제 젊은 세대들이 겪어나가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60대 중반의 건축가는 과거를 대변하는 거고. 20대 젊은 여성 연극인은 현재를 대변하는 인물로 나오는 거군요.

    ◆ 황석영> 네, 그렇니까 그의 회한이 현재에 현실이 되어 있는 거죠.

    ◇ 김현정> 제가 책에서 특별히 눈에 띄었던 대목이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엇을 바라고 왔는지. 쉴 새 없이 달려왔으나 돌아보니 걸어온 자리마다 폐허' 이런 60대 건축가의 독백이었습니다. 이거는 우리 사회, 지금 2015년 우리 사회에 대한 일갈로도 들리더라고요, 저는.

    ◆ 황석영> 네. 사실 바로 말하자면 이 근대화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희망이라는 유산을 물려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소설은 대단히 어둡고 우울한 지금 현실을 이렇게 드러내서 보여주고 있는 거죠. 질문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살아야 되겠어? 이렇게 살아야 되나?' 이러고 질문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게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선생님. 왜 그나마 있던 줄까지 다 없어져 버렸을까요, 희망의 줄.

    ◆ 황석영> 이게 아마 제일 문제는 아마 정치 사회적 변화를 우리가 제대로 해오지 못하,고 87년 체제, 이른바 얘기하는 80년 체제의 안주한 채로 그냥 머물러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결국은 또다시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 김현정> 또 다시.

    ◆ 황석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가 더 심화돼서 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더 개혁하고 더 열어놓고 이랬어야 되는데, 지금 80년 체제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그냥 스스로 기득권 체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든가 양극화의 극복이라든가 이런 등등의 얘기를 한 것이 그게 위기로써 우리한테 왔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1차적으로 IMF가 왔을 때 그 직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이 위기들이 이미 구체화하거든요.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고 나서 다시 어려워지면서 또 세월호 사건의 위기가 오거든요.

    ◇ 김현정> 그렇네요.

    ◆ 황석영> 그러면 신체도 간혹 뇌졸중이라든가 심장마비가 어느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대개 5차례에서 10차례 이상이 몸에 경고가 온답니다.

    ◇ 김현정> 경고, 사인이 먼저 온다.

    ◆ 황석영> 그렇죠. 사회적 경고나 사인을 이런 세월호라든가 삼풍이라든가 이런 등등의 여러 사건들이 그런 경고의 일종이라고 봤거든요. 그러면 이때쯤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그냥 대충 넘겨오고 그랬던 이런 삶, 또는 이렇게 세웠던 어떤 사회적 질서, 시스템,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어 있던 것인가라는 것들을 한번씩 돌아봐야 되거든요.

    ◇ 김현정> 성찰을 해야 되는데.

    ◆ 황석영> 네, 성찰을 해야 되죠. 지금 이맘때가 꼭 그럴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반드시 지금 성찰하지 않으면 또 다시 어떤 위기, 어떤 위험이 찾아올지 모른다.

    ◆ 황석영> 집단적 위기가 또 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더 심한 경고가 오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한다, 이런 말씀이기도 하고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이런 말을 하는 거 들으시죠?

    ◆ 황석영> 네. 그게 사실 자조적으로 얘기를 하는 건데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얘기고. 젊은 사람들한테는 정말 나이든 사람들이 그냥 기계적으로 그냥 ‘젊은이들 안됐다’라는 둥, 또 ‘요새 젊은이들이 맥아리가 없어서 격려를 해야 한다’ 이러고 그냥 무책임하게 얘기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경제적 질서라든지 그건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을 좀 해야 됩니다.

    ◇ 김현정> '너희들 왜 패배감에 빠져있니?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어' 이렇게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때하고는 분명히 달라졌는데 왜 패배의식에 젖어있느냐라고 꾸짖기만 하느냐 이걸 반성하자는 말씀이시죠?

    ◆ 황석영> 그거 바꿔야 됩니다. 지금 잘못된 것들을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지, 사실은 아주 크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런 정치적으로 아주 굉장히 무리수를 두는 그런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일상들을 바꿔주는 역할을 정치권이 좀 해야 됩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선생님.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역사교과서 얘기를 잠깐 안 여쭙고 갈 수가 없네요. 청년들의 헬조선이니, 흑수저, 금수저 이런 말들을 보면서 지금 여당에서는 '청년들이 잘못된 검인정 교과서, 국사교과서로 배워서 저렇게 패배감에 젖어 있다, 마치 자본가들에게 노동자는 착취당하는 것으로 배우고, 뭔가 우리 사회가 굉장히 좌편향된 이런 의식들을 배웠기 때문에 저렇게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지금 국정화 얘기가 나온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황석영> 아니, 역사가 무슨 정치권이 이래라, 저래라 할 대상도 아니고. 저것을 한 가지로 통일한다고 해서 의견 통일이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로 통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 김현정> 어불성설.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금 검인정 교과서는 좌편향됐다. 그러니까 여러 명의 학자들을 모셔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그걸 국정교과서 한 권에 담으면 얼마나 아이들이 통일된 인식을 가지고 올바른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겠느냐’ 이렇게요.

    ◆ 황석영> 그래서 일정한 출판사 교과서랑 일반 교과서랑 이렇게 해서 채택률을 보니까 99.9%가 자기네가 이렇게 편찬해낸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 김현정> 교학사 교과서요.

    ◆ 황석영> 그건 그게 보편성인 거예요. 그게 99.9%가 그걸 선택하지 않은 그것이 보편성이지. 그래서 한쪽으로 서가지고 그것을 다 치우쳤다고 그러는 건 그게 이상한 거죠.

    ◇ 김현정> 대중들이 혹시 잘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니냐. 우리가 이끌어줘야 한다라는 어떤 선민의식 같은 걸 지금 정치권이 잘못 갖고 있을까요, 정부가?

    ◆ 황석영> 그런데 그렇게 이끌 수도 없는 게, 어떻게 도대체가 역사학계 전체가 99.9%라면 거의 전부인데, 역사학계 전체가 좌편향됐다고 하면 그건 좌편이 아니라 그러는 쪽의 편향이 오히려 대단히 이상한 것이죠.

    ◇ 김현정> 대단히 이상한 것이다.

    ◆ 황석영>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정부가 이렇게 반대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러면 뭐라고 보세요?

    ◆ 황석영> 글쎄요. 그건 굉장히 무리한 수를 두네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나, 이 이슈에 굉장히 당혹스럽게 생각이 되면서도, 또 걱정되는 게 다른 모든 이슈들, 가령 민영화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 김현정> 민생의 문제라든지.

    ◆ 황석영> 노동 문제, 이른바 말하는 노동개혁이라든가 등등. 이런 그런 화두들이 다 이렇게 묻혀서 안 보이고 블랙홀처럼 모든 정치적인 이슈를 국정화 문제에다만 딱 이렇게 해서 이렇게 지나가버릴까봐, 그게 오히려 염려되는 거죠.

    ◇ 김현정> 그것도 걱정이 되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황석영 선생과 지금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소설 이야기로 잠깐 다시 돌아와서요. 개발독재 근대화시기를 사회적으로 우리 한번 성찰을 해봐야 한다고 얘기하셨는데, 그때 하고 지금 정부하고 정부를 비교하면 얼마나 다른가요?

    ◆ 황석영> 글쎄,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라고 그러지만, 여러 가지 행태를 보고 이렇게 하면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금 이제 더 이제 그때보다 더 힘들어진 건 자본의 힘이 그때보다 훨씬 더 막강하고. 그리고 또 이게 쉽게 바뀌고 그럴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 젊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 김현정> 민주주의가 지금 그때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까지 보세요?

    ◆ 황석영> 그때처럼 이렇게 억압이 노골화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제도나 인식이나 이런 것들이 옛날 우리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이제는 그런 생각을 알게 되겠지 하는 그런 용어나 생각들이 계속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이렇게 하니까 그러니까 당황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지금 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도. 그러니까 사실은 검인정을 사실 오랫동안 진행을 해왔는데 국사교과서를 검인정하는 것도 그런 예가 될 수 있을까요?

    ◆ 황석영> 그럼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된다,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에요.

    ◆ 황석영> 이제 이 소설은 겉모습은 첫 사랑의 그림자를, 희미해진 그림자를 찾아서 더듬어가는 어떤 노인의 얘기로 되어 있는데, 그게 젊은 20대와 연결되면서 과거가 현재와 연결되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가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이렇게 이렇게 살아내고 이렇게 이루어냈는데 그것이 옳았을까. 그것이 다 잘했을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힘들고 저렇게 힘들고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는 사연들이 서로 이렇게 교환되는 그런 얘기죠.

    ◇ 김현정> 참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고, 재미도 있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해 질 무렵’ 신간. 지금 정치권 보면서 정말 이 책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정치인이 있다면 딱 한 명만 꼽아본다면 누구. (웃음)

    ◆ 황석영> (웃음) 얘기 안 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누구 생각하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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