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와 메인 스폰서 계약이 진행 중인 사실이 밝혀진 히어로즈 야구단 이장석 대표(왼쪽)와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구단주인 최윤 그룹 회장.(자료사진)
프로야구 서울 히어로즈가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23일 "새 스폰서로 J트러스트 그룹과 협상 중"이라면서 "기존 넥센타이어를 포함해 복수의 기업들 중 가장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고 메인 스폰서로서 적격이라는 판단 하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6년 동안 히어로즈의 이름이었던 넥센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형국이다.
다만 J트러스트 그룹이 다름아닌 대부업체로 시작한 일본계 금융회사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히어로즈 측이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발표를 유보하는 것도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다.
대부업체나 제 2금융권의 프로스포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배구 V리그에서 먼저 시작됐다. 남자부 OK저축은행으로 현재 최강팀으로 성적과 흥행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OK저축은행과 KBO 리그의 히어로즈를 어떻게 봐야 할까.
▲OK, 대부업체로 시작 V리그 성공 사례OK저축은행 역시 제 2금융권이지만 출발은 대부업체였다.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A&P파이넨셜대부가 2012년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로 V리그에 참여했다.
당시도 논란이 적잖았다. 무엇보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등 기존 굴지의 금융기업 구단들의 반발이 심했다. 대부업체의 참여는 리그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팀 해체 직면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드림식스는 모기업 우리캐피탈이 부도 위기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러시앤캐시로부터 13억여 원의 지원을 받아 그 이름으로 2012-13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 선수단의 수상 모습.(자료사진=KOVO)
A&P파이넨셜대부는 러시앤캐시에 대한 예상 밖의 홍보 효과에 아예 구단 인수까지 나섰다. 여기에는 대부업체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터. 하지만 구단 인수전에서 우리금융지주에 밀렸다. 훨씬 더 많은 인수 금액을 적어냈지만 대부업체에 따른 불이익을 받은 것.
이에 러시앤캐시는 아예 구단 창단까지 나섰다. 배구계의 염원이던 제 7구단을 만들면서까지 강한 의지를 보이자 한국배구연맹(KOVO)도 더는 막지 못했다. 2013-14시즌 입성한 러시앤캐시는 지난 시즌에는 제 2금융권으로 도약하면서 팀 이름을 OK저축은행으로 바꿨다.
그런 OK저축은행은 최강 삼성화재를 넘어 V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여기에 세월호 사건으로 슬퍼하던 안산을 위로하는 행사를 여는 등 적극적인 연고지 밀착 활동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V리그 관계자는 "지금 OK저축은행은 대세팀이 됐다"면서 "팀 성적도 좋고 인기 스타들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V리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OK저축은행 신입사원들의 스펙부터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여했지만 구단이나 연고지나 모기업까지 큰 성공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여론 반발 어떻게 이겨낼까히어로즈는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혀 있다. V리그와 달리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이기에 더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J트러스트 역시 대부업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한국 진출 때도 하이캐피탈대부, 네오라인크레디트 등을 인수해서 국내에 상륙했다. 현재는 대부업체를 정리하고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 제 2금융권으로 분류되지만 완전히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다.
최근 인기 배우 고소영이 광고에 출연하려다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업체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결국 광고 계약을 해지했다.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 그룹은 "엄연한 제 2금융권"이라고 반박하지만 논란은 더 가열되고 있다.
'넥센으로서 마지막 인사?'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진 뒤 넥센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자료사진=넥센)
여기에 일본계 회사라는 점도 껄끄럽다. 러시앤캐시 역시 일본계 회사라는 인식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에 최윤 그룹 회장이 "재일교포 3세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또 본사도 한국에 세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J트러스트 그룹은 지금의 OK저축은행과 달리 일본계 회사가 분명하다.
KBO도 난감한 입장이다. 프로야구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규약상 히어로즈가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은 없지만 여론이나 대부분 대기업은 회원사들의 반발이 심각해지면 이사회나 총재의 권한을 통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이에 히어로즈 구단은 "아직 성사 단계는 아니다"면서 "여론 등 여러 상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J트러스트 그룹을 스폰서 파트너로 협상하는 데 대해서는 "기존 넥센타이어보다 파격적인 금액 제안을 해왔다"면서 "이를 떠나 모기업이 아닌 메인 스폰서로서 역할과 선을 지킨다는 점에서 구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V리그 러시앤캐시 때와 다른 것은 히어로즈는 그래도 팀 해체 위기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모그룹이 없는 까닭에 다른 대기업 구단들에 비해서는 살림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인 스폰서를 하겠다는 기업들은 분명히 있어 구단 운영에는 큰 문제는 없다는 게 히어로즈 측의 입장이다.
과연 영웅 군단이 새로운 이름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히어로즈 측은 "오늘, 내일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우리도 협상이 중간 이상 진행 중인 과정에서 기사가 나오면서 당혹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