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한 화교 2세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외로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거동이 불편한 데다, 마땅한 거처도 없는 그는, 누구보다 슬픈 추석을 맞이 하고 있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A(55)씨.
허리춤에는 소변을 받아내는 호스가 연결돼 있고, 침대 난간을 쥔 마른 손은 힘없이 떨린다.
웃음을 잃은 건조한 표정.
사정을 들어보니, A씨에게 미래는 자신의 표정만큼이나 어둠, 그 자체다.
이달 중순 이곳에 입원한 A씨는 대만인 부모님이 1950년대에 한국으로 건너와 낳은 화교 2세다.
A씨가 태어난 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1980년대 고향인 대만으로 돌아갔다.
혼자 부산에 남은 A씨는 실내 인테리어업을 하며 50여 년을 살았다.
그러던 A씨에게 뜻밖의 질환, 뇌졸중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11년.
손과 발을 굳어 갔고 당뇨 합병증까지 찾아와 눈도 점차 흐려졌다.
결국, A씨는 평생 업으로 삼았던 인테리어업을 그만둬야 했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씩 그를 떠났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도 모두 병원비로 써버리자, A씨는 거리로 내몰렸다.
부산진구와 부산역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A씨는 결국 지난해 말, 부산역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A씨는 한 이주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부산지역 병원을 전전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사회단체의 지원금만으로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A씨는 결국 또다시 갈 곳을 잃을 처지에 놓였고, 다행히 이곳 요양병원의 배려로 A씨는 잠시나마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A씨는 언젠가 이곳을 나가야 하지만 병을 간호해 줄 사람도, 머무를 거처도 없는 현실이다.
대만에는 여동생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55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A씨가 대만으로 돌아갈 이유도, 대만이 A씨를 받아들일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연장 시기를 놓쳐 기간이 만료됐던 국내 체류 비자는 최근 재발급받아 미등록 외국인 신세는 면했지만,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받은 벌금만 300만 원도 경제력을 상실한 A씨에게는 큰 짐이다.
A씨는 한 때 귀화도 생각했지만,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엄두도 내지 못했다.
A씨는 "한국으로 귀화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신청조차 못 했다"라며 "몸이 건강할 때는 외국인 신분으로도 살 수 있었지만, 건강을 잃고 나니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이 외국인인 게 잘못이라며, A씨는 도움의 손길조차 포기해버렸다.
A씨는 "기초 생활 수급 등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국인 신분으로는 도움을 받을 길이 없었다"라며 "한국 국적의 어려운 사람들도 다 혜택을 못 받는데, 결국 한국인이 아닌 내 잘못 아닌가"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