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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 왜 꼬였을까?"



사건/사고

    [Why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 왜 꼬였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아서 패터슨(36)이 미국으로 달아난 지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서게 됐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사건초기 검찰의 부실한 수사와 소극적인 대응으로 18년동안 희생자는 있지만 살인자는 없는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패터슨이 송환됐으니 살인의 죄값을 치러야 하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 수사, 왜 처음부터 꼬였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패터슨이 송환돼 법정에 서게 됐으니까 죄값을 치르게 되는 거냐?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죄값을 반드시 치러야 하지만 그게 확실하지가 않다. 패터슨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높고 정황증거는 많지만 확실하게 칼을 휘둘렀다는 증거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1998년 1월 26일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원심 판시 일시, 장소에는 피해자 조중필과 피고인들만이 있었음은 분명하므로 피고인들 이외의 다른 사람이 이 사건 살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고, 피고인들 스스로도 피고인들 중 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가능성은 세가지다. 23일 16년만에 송환된 패터슨이 살인범 일 수 있고 또 이미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지만 패터슨의 주장처럼 에드워드 리가 실제 살인범 일 수도 있다. 또 두 사람이 공범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에드워드 리(당시 경찰이나 검찰관계자들은 '에드 리'라고 부름)는 무죄가 선고됐으니까 남은 패터슨이 당연히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다. 재판을 통해서 유죄가 입증되어야만 죄 값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패터슨이 살인을 했더라도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패터슨은 에드 리 처럼 무죄가 선고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그게 무슨 소리냐? 화장실에는 사망한 조중필씨와 에드워드 리, 패터슨 3명이 있었는데 조중필씨는 잔인하게 살해 당했고 에드워드 리는 범인이 아니라고 해서 무죄가 확정됐는데 남은 패터슨 마저 무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니?

    =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은 그렇다.

    설령 패터슨이 진범이 맞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살인을 했다는 걸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명 중 1명이 범인인건 맞다고 하더라도 에드 리가 범인이 아니었다고 해서 남은 패터슨이 자동으로 살인범으로 확정되지는 않는다"면서 "살인죄는 증거관계로 분명하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력검사 출신의 중견 법조인도 "쉽게 살인죄 유죄를 받아내는 건 쉽지 않다"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고 패터슨이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재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변호인이 검찰의 기소사실에 대해 탄핵하기 시작하면 재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검찰은 어떤 입장인가? 유죄 입증을 확신하나?

    (사진=자료사진)

     

    = 그렇다. 검찰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는 "2011년 패터슨을 기소하면서 수사기록들이 충분하다. 관련자료들 추가 분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사기법이 발달한 부분도 있다. 90년대에는 많이 분석 못했던 부분이 2011년에는 더 분석을 해서 패터슨으로 확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확신하는 이유는 세가지 정도인데 첫 번째는 패터슨과 애드 리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패터슨이라는 얘기다. 검찰 핵심관계자는 "핵심은 두 명중 한 명이 죽였다. 두 사람의 진술 중 누가 더 신빙성이 있나 분석을 했는데 그게 패터슨"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피해자가 배낭을 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찰관계자는 "2011년에 발견된 것 중 하나가 피해자가 배낭을 매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배낭으로 잡아 당기고 하면 키가 작아도 키 큰 사람이 제압이 된다. 그러면서 칼로 위에서 아래로 찔린 부위 때문에 에드워드 리가 유력했다는 것도 깨졌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건데 혈흔 분석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에드워드 리는 상의에 조금 묻었고, 패터슨은 머리부터 온 몸이 피였다. 그때 당시는 객관적인 혈흔 분석이 없었으니까 목격하면서도 피가 튀길 수 있으니 결정적인 증거로 안했는데 2011년에는 혈흔을 분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패터슨이 피 묻은 옷을 태우고 흉기를 버린 점 등 증거를 인멸한 점도 중요한 증거 중에 하나라고 한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둘다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제3자가 개입될 정황이 없는 만큼 두 명 중 한 명이 범인"이라면서 "범인이 피를 많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패터슨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목격자인 에드워드 리도 들어와야 되는 것 아닌가?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진=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스틸컷)

     

    = 그럴 필요가 있다.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도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에드 리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의 어머니는 "사람이에요, 그놈들이? 사람 죽이고 뻔뻔스러운 놈들이지, 그놈이. 그러니까 그 애드워드 그놈도 같이 들어와야 될 거 아니에요. 우리 생각 같으면 두 놈을 공범으로 해서 집어넣었어야 되는데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무죄가 확정됐으니 들어오도록 강제할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에서는 이미 법정에서 진술한 것이 있어서 반드시 목격자 진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 그런데 검찰은 지난 2011년 패터슨을 살인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미 무죄가 확정된 에드워드 리와 공범으로 보지 않았나?

    = 그렇다. 검찰은 2011년 12월에 패터슨을 살인혐의로 기소하는데 당시의 공소장에는 패터슨과 에드 리가 공모해서 살인을 저지른 공범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는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피해자 조중필씨를 지목해 살인을 공모했고, 화장실에 간 조씨를 따라 들어가 에드 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을 실행해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공모는 에드 리가 패터슨에게 "뭔가 멋진 것을 보여줄테니 화장실에 함께 가자"고 했고 화장실 입구에서 패터슨에게 칼을 주면서 "칼로 저 사람을 찌를 수 있겠냐"고 권유했고, 패터슨은 에드 리가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찌르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드 리가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는 척하면서 패터슨이 칼로 찌를 것인지를 지켜보는 가운데 패터슨이 조중필씨를 아홉차례나 찔러 사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을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으로 본 것이다.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이란 2인 이상의 자가 공모하여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의 실행에 나아간 때에는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한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론으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도1720 판결)

    "공모공동정범의 경우에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법률용어사전, 법문북스)

    ▶ 그렇다면 처음부터 공범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냐?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그게 좀 아쉬운 대목이다. 두 명중 1명이 범인이라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둘을 왜 공모공동정범으로 보지는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의 언론보도나 판결문 등을 보면 두 사람은 공범으로 보인다. 특히 패터슨이 칼로 찔렀다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미군범죄수사대(CID)의 수사기록에도 에드 리가 칼로 찌를 수 있겠느냐고 부추겼고 패터슨은 칼로 찔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2007년에는 에드워드 리를 살인혐의로 패터슨은 증거인멸과 흉기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에드 리의 살인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 항소심에서는 20년형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됐고 결국에는 에드 리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문을 보면 수많은 정황증거들이 있지만 에드 리가 직접 살인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에드 리가 범인이라는 패터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수사기록을 볼 수는 없지만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두 사람이 범행을 공모하고 화장실에 따라가서 살해하는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에드워드 리가 패터슨에게 "칼로 저 사람을 찌를 수 있겠냐"라고 부추기는 기록들이 나온다. 이 부분은 2011년 검찰이 패터슨을 기소하면서 두 사람이 살인을 공모한 걸로 본 부분이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왜 처음부터 이 사건 수사가 꼬인 것이냐?

    경찰청 (사진=자료사진)

     

    = 꼬인 이유는 당시 검찰의 성급한 판단과 부실수사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에드 리를 범인으로 선택한 이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사 소견과 거짓말 탐지 결과를 존중한 것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리는 키 180㎝에 몸무게가 105㎏인 거구인 반면 패터슨은 172㎝에 60㎏이었다. 피해자 조중필씨가 176㎝였으니까 에드워드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다.

    사건 직후 수사과정을 보면 사건 직후 주한미군 범죄수사대(CID)는 패터슨(미군 군속의 아들이어서 CID가 수사를 함)이 살인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용산 경찰서에 넘겼다. 패터슨이 피묻은 옷을 태웠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미 8군 영내 하수구에 버린 사실도 확인했다.

    사건 1차 수사에 나섰던 용산경찰서 강력팀은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공범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형사계장이나 강력팀 반장 등은 이미 퇴직을 했고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는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강력팀 팀원 이었던 용산경찰서 임영우 경위는 "경찰에서는 둘이 서로 범인이라고 주장해 누가 찔렀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범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검찰 기소단계에서 에드워드 리만 살인혐의로 기소가 됐다. 왜 그랬는지는 우리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당소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항소심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김영흠 변호사는 "실제 재판은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박모 검사가 담당했고 고검에서는 보조 역할이었다"면서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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