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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1년' 손학규, '땅콩' 조현아에 기겁한 까닭



정치 일반

    '은퇴 1년' 손학규, '땅콩' 조현아에 기겁한 까닭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정계를 은퇴한지 31일로 1년이 됐다.

    7.30 재보궐 선거를 패배하자마자 다음날인 2014년 7월 31일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는 말만 남긴 채 표표히 여의도를 등졌다.

    정치지도자로서 '저녁이 있는 삶'을 접고 개인의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간 그가 여의도 바닥을 떠난지도 1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야권의 하늘엔 손학규라는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혁신위 가동과 혁신안 실천과는 관계없이 야당의 시계추는 손학규 전 대표의 귓전을 울리는 듯 재깍재깍거리고 있다.

    정치를 그만둔다고 했으나 정치를 멈춘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계복귀를 선언할 것 같지도 않는 그의 행보에 대한 시선은 시차를 달리하며 전남 강진 백련사 산기슭의 토굴집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의 주변인들과 백련사 부근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 뿐만 아니라 '아침이 있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풍경소리가 백련사 토굴집의 아침을 깨우면 갯벌과 들판이 넓은 강진만의 일망무제 전망이 손 전 대표를 반갑게 맞는다.

    왼쪽으로는 남도의 최고봉 천관산(723m)이, 정면으로는 호남 최고인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눈에 잡힐듯이 다가온다.

    만덕산(409m)에서 내려온 청정수로 목을 축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손 전 대표는 명상과 사색, 등산과 독서로 하루를 보낸다.

    죽장망혜나 다름없는 허름한 배낭과 때죽나무 지팡이만을 들고 만덕산을 이곳저곳 헤매다가 다산초당을 찾는 것으로 등산을 마친다고 한다.

    대학 때부터 다산 정약용 선생을 존경했으며 흠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매일 두세 시간의 등산으로 다져진 때문인지 최근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60대 중후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정상의 건강 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살만 빠졌을 뿐 체력이 정치인일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좋아진 건강을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허허' 웃음으로 대신했다는 게 주변인의 설명이다. 때론 허허로운지 우두커니 강진만을 내려다보며 회한에 젖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토굴집 은둔 생활을 한지 다음달 6일로 1년이 된다.

    "강진 백련사를 찾아 칩거에 들어간 것은 민주화운동을 할 당시 호남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인 강신석 목사(당시 강진읍의 교회 사역)를 찾은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그 이후 강진을 가끔 갈 때마다 다산초당을 들렀으며 개인적으로는 사위의 고향이 강진이라고 한다. 은퇴하면 언젠가 강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백련사에 정착하게 됐지, 다른 뜻이 없었다는 주변인의 설명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진이라는 지역이 정치와 무관하게 들리진 않는다.

    호남인들은 손 전 대표가 은퇴하고 강진의 토굴집으로 들어왔다는 것도, 그의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의 꿈을 이루지 못한 사실도 익히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호남인만 대상)에서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1위로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여성 당원(목포 거주)은 "여기(호남) 사람들은 손 전 대표가 정치를 은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정계은퇴 선언 이후 손학규 전 대표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그와의 면담이나 접촉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언론인 가릴 것 없이 너무 많다고 한다.

    손 전 대표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자신이 필요할 때만 문자 또는 간단한 전화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직접 찾아오더라도 만나지 않거나 피치 못할 사람이 찾아올 때면 백련사에서 가볍게 인사만 하고 돌려보낸다고 한다.

    백련사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님을 만나려면 백련사에 오지 말라고 한다"면서 "찾아오더라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문전성시를 이룬 적도 있으나 지난 5월 중순부터는 아예 방문을 불허할 정도다. 정치를 재개한다는 등의 오해를 받는데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때론 서울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세상과 등져 사는 것이 오히려 평안하다는 나름의 삶의 방식과 원칙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의 돈과 권력에 대한 큰 욕심이 없는 그의 성품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전남 강진의 백련사 풍경. (김진오 기자/자료사진)

     

    딸이 핸드폰으로 보내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고개 숙인 사진(검찰 출두 당시)과 땅콩 사건이라는 단어를 보고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네(딸) 얼굴이 왜 이렇게 됐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방송도, 신문도 보지 않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켰는지,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권력 실세들의 비리를 폭로했는지 등 세인의 주목을 끈 뉴스와는 담을 쌓은 채 '무위자연'의 삶 자체다.

    손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2%대로 추락할 것 같다는 경제성장률과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 삼성과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들의 어려움, 청년 실업 등에 대해서는 뒤늦게나마 소식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손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이 '손학규 정계 복귀'를 암시하는 내용의 뉴스레터를 재단 인사들에게 전달했으나 그건 송태호 이사장 개인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들린다.

    뉴스레터에는 "손학규 전 고문이 나라와 사회에 크게 기여하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분과 굳게 손잡고 함께 일할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고 기대한다"고 적혀있다.

    송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이자 일종의 후원회 격인 단체다.

    손 전 대표의 여의도 복귀는 그야말로 야당 하기에 달렸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무탈하게 당의 분란을 잠재우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손 전 대표의 복귀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반면에 문 대표 체제가 뒤뚱거리고 원심력에 의해 분열의 위기에 직면하면 친노든, 비노든 손 전 대표를 쳐다보는 단계를 넘어 구원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내년 총선을 주도할 야당 정치인으로는 손학규 전 대표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야권의 상황을 보면 손학규 전 대표만이 이런 분열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보이는 것은 맞지만 총선 전에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여론연구소장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복귀론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럴지라도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1년 11월 새누리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는 정적 관계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2012년 4월 총선의 전권을 줬던 전례가 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인 MB가 총선 권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친노계는 결코 그런 양보의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 정치인은 "그들은 야당의 총선·대선 승리보다는 자기들의 자리와 당선을 더없이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물론 누가 야당의 선장이 되더라도 내년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은 것도 현 국면에선 설득력있는 전망에 가깝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손학규 대망론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더 꼭꼭 숨어 있어야 할 시점"이라면서 "내년 총선이 되면 당원들이나 출마자들이 손 전 대표를 너도 나도 찾을 때가 올 것이고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손 전 대표는 강진의 백련사 토굴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모양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손 전 대표는 일각의 복귀론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강진을 벗어날 것 같지 않다. 한 지인은 "손 전 대표가 강진 토굴(돌과 흙으로 만든 초라한 집)의 불편한 삶에 푹 빠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비노계로부터 물러나라는 사퇴 압력을 받든 말든,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혁신안을 내놓든 말든, 천정배 의원 등이 신당을 창당하든 말든,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는 삶이다.

    여의도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사들과는 철저히 차단벽을 치고 있다.

    손 전 대표를 좀 안다는 한 정치인은 "본인이 정계은퇴를 선언할 때는 진짜로 정치를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지리멸렬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손 전 대표는 시기가 문제이지 여의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야당을 보면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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