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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한 놈만 팬다'…정치판의 '국거박' 조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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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나는 한 놈만 팬다'…정치판의 '국거박' 조경태

    가운데 모자를 쓰고 있는 인물이 배우 유오성이 연기한 '무대포' (사진=주유소 습격사건 스틸컷)

     

    ◇ 박병호만 때려 유명해진 국거박

    한국영화 가운데 '주유소 습격사건(Attack The Gas Station, 1999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유오성(무대포 역)은 "나는 한놈만 팬다"라고 말한다.

    패싸움 상황에서 유오성은 한 사람만 정해놓고 죽어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싸움판에서 이런 그의 성향이 알려지자 모두들 그를 멀리하고 경계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야구판에는 특정 한 선수만 집요하게 공격하는 '국거박'이라는 악성 댓글러가 있다. '국민거품박병호'를 줄인 닉네임이다. 프로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일개 댓글러를 조명하는 기사가 나오고 국내 손꼽히는 야구전문가조차 국거박에 관한 컬럼을 쓸까?

    국거박은 넥센히어로즈 박병호 선수를 3년 전부터 끈질기게 공격하고 있다. 박병호 관련기사에는 단 한 건도 예외없이 등장한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그 열정을 칭송하는 추종자가 있을 정도다.

    박병호는 이승엽도 이루지못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 4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올해도 질주하고 있다. 31일 현재 홈런 33개로 리그 1위다. 아무리 박병호가 잘해도 국거박에게 박병호는 거품일 뿐이다. 그래서 인터넷 아이디가 '국민거품박병호'이다.

    국거박의 박병호에 대한 공격은 지면에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깊다(?). 막말과 인신공격은 기본이고 때로는 유머와 위트, 재치까지 동원해 댓글을 남김으로써 국거박의 댓글을 보기 위해 야구기사를 찾는 국거박팬까지 생겼다.

    국거박이 박병호에 무슨 '억하심정(抑何心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놈만 패는 선택과 집중으로 아이디를 알린 야구판의 진기한 사례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자료사진/배경사진=넥센히어로즈 제공)

     

    ◇ 정치판의 '국거박' 조경태 의원

    야구판에 국거박이 있다면 정치판에는 조경태 의원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은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인물로 정치적 의미를 평가한다면 그 몸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조경태 의원에게는 새누리당보다 우선적으로 싸워야 하는 숙적이 있다. 바로 당 대표 문재인 의원이다.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설 때마다 국거박처럼 반드시 등장한다.

    조경태 의원에게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니다. 그저 친노의 수장일 뿐이다. "지금 당의 제1과제는 친노 강경파를 몰아내는 것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에게 문재인 때리기는 숙명적인 과제로 보인다. 자신만의 철학과 확신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문재인의 정치판 퇴장이 필수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는 의원정수 증원을 주창한 당 혁신위원회를 비난하며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조경태 의원과 문재인 의원의 구원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2010년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때 친노들이 자신을 밀지 않고 최인호 위원장을 지지함으로써 조 의원이 낙선했고 그 배후에 문재인 대표가 있다고 조경태 의원은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 때부터 당초 친노였던 조경태 의원이 친노세력과 멀어지기 시작하며 문재인 대표 저격수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5대 불가론'을 내걸고 2012년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고 나중에는 김두관 지지를 선언했다. 대선 이후에도 조경태 의원은 NLL 대화록 실종사태와 최고위원 경선 등 문재인 대표가 나타나는 정치적 길목에 어김없이 나타나 '문재인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에게 문재인 대표는 '국거문'(국민거품문재인)일 뿐이다. 독설과 인신공세은 기본이다. 당 일각에서 징계론이 나와도 흔들림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그래도 내길을 간다

    국거박의 공격에 대해 박병호는 의외로 담백하다.

    박병호는 국거박이라는 댓글러의 공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에 대한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넥센히어로즈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내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는 겸손한 답변도 있었다.{RELNEWS:right}

    문재인 대표 역시, 조경태 의원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애써 무시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거박의 비난과 공격이 있어도 박병호는 4년 연속 홈런왕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정치인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무수한 정치적 공격을 이겨내는 내공과 포용이 정치력이다.

    박병호에게 국거박이 있는 것처럼 문재인 대표에게 조경태 의원이 있다. 악어는 악어새를 일부러 내쫒지 않는다. 문재인 대표에게 상생의 길은 아직 얼마든지 남아있다. 어쩌면 조경태 의원이 바라는 것이 상생, 그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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