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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헌법'에 묻습니다, 우리의 Love가 Win할까요?

    • 2015-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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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권 보장" 헌법소원 내며 권리 요구…사회적 소수자 최후의 보루 '헌법'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커플.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녀를 만난 건 6년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잘 웃고 상냥한데 예쁘기까지 한" 그녀는 이모(29)씨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3년의 교제 끝에 지난 2012년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어야 할 시기지만 이씨는 사랑하는 그녀가 혹시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이 크다.

    "친구 커플이 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서에 싸인을 못 해 발을 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때 우리 사랑은 법으로부터 배제당했구나,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구나 생각이 확 들었죠."

    이씨 부부는 동성 커플이다. 그러나 법적인 '부부'는 아니다. 같은 성(性)끼리의 결혼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3년 9월 마찬가지로 동성 커플인 김조광수 부부가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는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들의 '혼인'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동성 부부의 가족관계를 인정해달라'며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조광수 부부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6일 첫 심리에서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고,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따라 혼인에 대한 민법 규정을 해석하면 동성혼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들어간 감옥이지만 존재 부정당한 시선이 더 아파"

    인권운동가 홍모(31)씨는 지난 2010년부터 3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자발적인'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병역법 위반‘ 전과라는 꼬리표를 낙인처럼 달고 산다.

    처음 군대에 자원 입대한 날, 아침 기상 음악으로 나온 군화발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백명의 군인이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듯한 공포가 그를 덮쳤다. 결국 홍씨는 퇴소조치당했고, 병역소집을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됐다.

    교도소 생활을 끝내고 나온 홍씨는 지난 2011년 정당한 사유없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88조 1항 1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홍씨는 "특정한 가치관을 갖고 있어 입대를 거부했지만 그로 인해 아예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 것 같다"며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정신에 의해 존엄성을 보장받고 싶다"고 말했다.

    ◇ '기본권' 이해 늘면서 헌법소원도 증가…소수자들의 마지막 보루 '헌법'

    헌법은 국가통치체제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법체계의 밑바탕이자 뿌리이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마지막 보루'가 되기도 한다.

    1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지난 2011년 1천 566건에서 지난해 1천 969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6월 말 현재 접수된 사건은 모두 1천 14건으로 ▲헌법소원 990건 ▲위헌법률 20건 ▲정당해산 1건 ▲권한쟁의 3건 순이다.

    헌재 관계자는 "국민들이 헌법재판소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인지 잘 모르다가 헌법재판소가 주요 결정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또한 높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헌법소원을 제기한 세월호 유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내용 중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서약한 부분이 헌법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방승주 교수는 "기본권과 같은 국민 생활에 연관되는 문제들이 점점 국민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헌법소원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중 소수자, 이방인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게 헌법이고 헌법재판소이기 때문"라고 평가했다.

    며칠 전 미국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내려지던 날 백악관에는 무지갯빛 조명이 켜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love Wins(사랑이 이긴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반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선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 축제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 속에 진행됐다. 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는 모두 5613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돼 있기도 하다.

    이들은 헌법으로부터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제67회 제헌절인 17일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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