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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작업할 사람 뽑을 여유 없죠"… 인구론의 실체



취업/직장인

    "서류 작업할 사람 뽑을 여유 없죠"… 인구론의 실체

    [기획-인구론을 돌파하라 ①] 인문계 취업난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현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싼 임금 주고 뽑아서, 서류 들고 왔다갔다하는 사람을 뽑을 여유가 없습니다. 일반 행정이나 기획, 이런 파트는 이미 인력이 붙박이로 있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해서 1년 정도 가르쳐서 업무를 맡기려면 이공계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죠.”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채용을 늘리고 있는 중소기업 A사 임원의 말이다. 그는 “상경.인문계 전공자에게 이공계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보다는 이공계 전공자에게 경영이나 기획 같은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인문계 취업난의 실체는 사실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하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기술 진보에 따라 변하는 취업시장, 수요과 공급의 불일치

    일자리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그나마 문과 대졸자들을 많이 채용해 왔던 대기업들에서도 최근에는 이공계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대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문과 전공자 비율은 15~30%에 불과했다.

    또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들이 많이 입사하는 금융보험 업계는 지난해 구조조정 칼바람에 취업자가 2만7천명이나 외려 감소했다. 게다가 금융업계도 최근에는 대면업무보다는 모바일 뱅킹 등이 증가하면서 이공계 전공자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재적 학생수를 보면 인문사회계열이 88만7천여명이나 된다. 반면 이공계열 재적 학생은 81만8천명으로 인문사회 계열 학생수가 더 많다. 전형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고용정보원 추계에 따르면 2023년까지 인문사회 계열은 인력이 6만1천명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공학계열은 27만7천명의 인력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 번도 놀아본적 없는데"...결과는 졸업 유보

    지난해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인문.사회 계열의 취업률은 51.6%인 반면, 자연.공학 계열의 취업률은 61.2%로 취업률이 10%p 가량 더 높았다. 특히 인문 계열의 취업률은 45.5%로 평균을 밑돌았다.

    그리고 실제 문과 전공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숫자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 지방대 상경계열 졸업예정자인 김모(여. 24)씨는 “제 주변에 친한 선배나 동기 20명 정도를 보면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경우는 없고, 졸업 1년 뒤에야 한 두 명 정도 취업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그나마 우리는 상경계열이라 다른 곳보다는 아웃풋(취업)이 잘나오는 곳”이라며 “어문이나 인문계열 쪽은 (취업이) 더 힘들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히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라는 용어가 웃고 넘길 말은 아닌 셈이다.

    김 씨는 “1학년부터 방학 때도 한 번도 놀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원 수강에 봉사 활동, 영어 실력까지 모자란 것이 없지만, 그녀는 취업 준비를 위해 대학 졸업을 1년 유보하기로 했다. 졸업 학점을 이미 이수했지만, 졸업예정자 신분 유지를 위해 학교에 추가로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 것이다. 대학의 돈벌이에 이용당하는 것이 씁쓸하지만 백수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삼성이 애플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로 기업의 ‘인문 빈곤’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공계 전공자들은 오히려 인문계 쪽의 ‘과학지식 빈곤’을 꼬집는다. 온라인 상에서는 어느 쪽이 더 쓸모있냐를 놓고 문과와 이과 간의 감정 대립 양상마저 나타난다. 그러나 인문계 취업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인문사회 지식의 전산화로 설자리 줄어...'인구론' 대안은 있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호영 선임연구위원은 “컴퓨터의 발달로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사라진 것처럼, 기술의 진보로 인문계 전공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계와 인사, 물류관리 등 경영.관리 업무는 상당 부분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자동화 됐고, 인문사회 지식은 스마트폰 검색 몇 번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RELNEWS:right}오 연구위원은 “이공계 전공자들이 경영이나 인문 지식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학실력까지 갖춘 경우가 많아 굳이 인문계를 가려 뽑을 필요가 없어진 반면, 기술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이공계 전공자들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 또한 산업 발달에 중요하다. 그러나 인문계 전공자들도 이제는 과학기술 관련 소양을 갖출 필요가 생겼다. 오 위원은 “게임을 만드는데도 스토리가 필요한데, 스토리는 바로 인문학적 지식을 말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스토리 개발자가 게임을 구성하는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게임에 맞는 스토리를 개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아탑은 여전히 문과와 이과를 갈라놓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부 대학과 학과에서 인문(人文)과 이공(理工)을 아우르는 융합 지식을 가르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당장 취업을 앞두고 있는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CBS노컷뉴스는 다음주인 오는 28일부터 4차례에 걸쳐, 조만간 취업을 앞둔 인문계 전공자들이 어떻게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현실적인 대안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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