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취준일기] 취업은 커녕 알바 자리와 사투 벌여야할 판



사회 일반

    [취준일기] 취업은 커녕 알바 자리와 사투 벌여야할 판

    "친척들이 회사 물어볼까 '조마조마'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정지원씨 편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는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이를 위해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준일기'라는 것을 녹음하게 했다. 취준생 한명이 기록한 한달치 독백은 편집본과 무편집본 두 가지 형태의 음성파일로 매주 한 차례씩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정지원씨는 얘기 거리가 많은 사람이다. 의도와 달리 알바를 너무 많이 뛴 덕분이다. 생생한 알바 경험담에서 나온 고생스러운 이야기, 황당한 이야기, 웃기는 이야기에는 남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깨달음이 녹아있다.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대한민국 알바 지원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책으로 펴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는 지금도 '평범한' 직장을 찾고 있다. 대학에서 음향을 공부해 8년 넘게 음향 분야에 종사했지만 모두가 용역직이었다. 용역의 딱지를 떼고 싶어서 재취업 전선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30여곳에 이르는 알바 경험은 재취업 준비 과정에서 파생된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추켜든 방편이다. 친구들은 알바를 전전하는 자신을 보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빈둥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측은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나이 벌써 36세. 탈락의 쓴맛을 연거푸 맛보고 있지만 재취업의 꿈을 버릴 수 없는 나이다. 그러나 알바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 또 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취준일기'를 쓰면서 '답답한 터널 같다'는 말을 쉴새없이 내뱉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유머감각도,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점점 말라가고 있다. 그는 지금의 현실의 '변화'를 원한다. 그가 10년전 녹음한 '변화'라는 제목의 자작곡처럼. 그의 한숨과 눈물과 열정이 뒤섞여 있는 한 달 간의 '취준일기'는 음성으로 녹음됐다.

    아래는 음성일기의 텍스트 발췌본이다.

    [취준일기] 발췌본
    5월 7일
    오늘은 5월 7일. 한 회사의 면접을 봤다. 면접관들이 3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 1명은 정말 조용히 계시다가 막판에 인신공격을 하셨다. 응시자 한명이 3개월 하고 그만두고 1년 하고 두만 두고 이렇게 이직을 자주하신 분이었는데…그분에게 매뚜기냐고 이러저리 다니냐고… 인식공격을 퍼붓고, 마음 같아선 대놓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5월 8일
    어제 면접을 본 곳은 떨어진 것 같다. 연락이 없다. 정말 큰일이다 벌써 36살.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다니…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걱정과 한숨만 늘어갈 뿐이다.

    5월 9일
    오늘은 친척동생 결혼식을 갔다. 아마 그 자리에서 요새 일은 잘하니 어떠니 물어보는 친척이 있었다면 잘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5월 13일
    예비군 한명이 총기난사를 해서 본인포함 두명 사망, 부상 세명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24세 밖에 안됐는데 그 좋은 나이에 뭐가 힘들다고 자살을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5월 14일
    오늘 신문을 보니 취업 의지가 없는 부류를 니트족이라고 한다. 그 심정 잘 알것 같다. 오후에는 강동구 성내동에가서 윤선생 영어고객센터 상담직 면접을 봤다. 잘 될거야 이런생각으로 한 5분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떨어졌다고. 정말 어이없고 황당하다. 이제는 이런 자리도 떨어지는구나 싶다. 이제 갈 곳이 없다.

    5월 15일
    이제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하나둘 팔기 위해서 중고 싸이트에 물건을 올렸는데 3일 만에 한개를 산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봐야 할 일이다. 변심해서 안살수도 있는 것이니까.

    5월 18일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알바를 넣은 곳이 있는데 오늘부터 일하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나무나 금속 등 물건에 레이져를 이용하여서 기계로 글씨를 새기는 작업인데 정말 신기했다. 언제 재취업할지 모르지만, 잔고가 바닥이어서 당분간 이런 알바라도 감사하게 여기고 해야할 것 같다.

    5월 27일
    오늘은 술을 한잔 먹었다. 2차로 맥주 집에 갔는데, 거기서 쌓였던 한이 터진 거 같다. 사람이 너무 힘들면 눈물도 말라버린다고 했다. 나도 그런지 오래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눈물이 터졌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너무 힘들다.

    5월 28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 알게 된 건데, 이쪽에서 일해 보는 게 하나를 배워가는 거 같아서 좋다. 긍정적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 알바가 아닌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해 보려 한다.

    6월 5일
    이 나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 거 같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다. 10년 집에서 직접 친구랑 집에서 녹음한 자작곡이다. 제목은 변화다. 이 나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그런 변화가 정말 필요한 거 같다. 비정규직이 없어지고 모두가 웃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취준일기 듣기는 여기 클릭
    ▶취준일기 참여 신청 twinpine@cbs.co.kr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