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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 만든다던 철길 마을에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



부산

    '행복마을' 만든다던 철길 마을에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

    부산 사상구 괘내마을 도시 재생 사업…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

    부산 사상구 괘내마을 일대에 '도시 재생' 사업의 하나로 그려놓은 벽화가 곳곳에 색이 바래고 칠이 벗겨지며 주민들의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부산CBS/송호재 기자

     

    부산 사상구의 한 마을에서 주민 불편은 외면한 도시 재생 사업이 추진돼,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형물과 벽화 설치에만 수억 원을 들인 데다, 이마저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등 구청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사상구 괘법동의 한 철길 옆 주거지.

    텃밭 하나를 사이에 둔 철로와 마을 간에는 방음벽조차 없어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삭막한 마을 분위기를 개선하겠다며 구청이 가져다 놓은 100여 개의 나무 화분 위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슬레이트 지붕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각종 벽화가 그려진 주택 외벽과 바닥 등 곳곳에는 균열이 발생해 위험한 모습을 연출했다.

    주민들이 가꾸고 있는 텃밭 위로는 3m가 넘는 폐기물 더미가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지난 2010년 '행복 마을 조성사업'구간에 포함된 이곳 괘법동 철길 옆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슬레이트와 심각한 소음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주민 정서를 환기한다며 그려놓은 벽화는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균열이 생겨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괘내 마을로 불리는 괘법동 1·2통에 행복 마을 조성 사업 명목으로 투자한 비용은 초기 사업비 10억 6천만 원을 포함해 5년 동안 12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예산 대부분이 '행복 센터' 건립과 공동체 운영비 등에 쓰이면서 정작 주민 불편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시설 정비와 유지 보수는 뒷전으로 밀렸다.

    구청은 '행복 마을' 사업과 연계한 이른바 '고샅길 프로젝트'라는 도시 재생 사업도 지난 2011년 진행한 바 있으나 이 역시 주민 생활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주민은 "잠을 깰 정도로 철도 소음이 심하지만, 방음벽 등 이를 개선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라며 "몇 년 전 칠해 놓은 벽화도 색이 바래고 페인트 조각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보기가 더 흉하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구청은 행복 마을 사업의 특성상 마을 환경 전체를 개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행복 마을 사업은 적은 예산으로 마을 자립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며 "한정된 예산에 사업 성격 자체가 단발성이라 마을 주민들의 포괄적인 민원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구청은 또 "각 행정 기능별로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다"라며 "방음벽 등은 설치 비용이 큰 데다 철도청 등 다른 기관과의 협조도 필요해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십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결국 주민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는 모습에서 주민 불편을 외면한 일방적인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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