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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데니스 로드맨이 등장했다



농구

    21세기형 데니스 로드맨이 등장했다

    NBA 골든스테이트 질주의 숨은 공신 드레이먼드 그린

     

    "그는 장신선수를 막을 수도 있고 단신선수를 막을 수도 있다. 드와이트 하워드를 막을 수 있으면서 제임스 하든를 막는 수비수와 스위치를 할 수도 있다. 그가 항상 상대를 잘 막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항상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그가 42분47초 동안 뛴 이유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미국프로농구(NBA) 서부컨퍼런스 결승 1차전은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켓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그야말로 명불허전. 커리와 하든은 3-4쿼터에 나란히 21점씩 올리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커리는 3점슛 6개를 포함해 34점을 올렸고 하든은 28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MVP가 이겼다. 경기는 골든스테이트의 110-106 승리로 끝났다.

    숨은 MVP도 있었다. 신장 201cm의 파워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이다.

    골든스테이트가 33-49, 16점 차로 뒤진 2쿼터 중반. 스티브 커 감독은 그린을 센터로 내세우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휴스턴의 코트에는 210cm가 넘는 NBA 최정상급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가 서있었다.

    2쿼터 막판 6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휴스턴을 25-6으로 압도했다. 하워드는 자신보다 10cm가 작은 그린을 상대로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높이를 포기한 대신 강화된 스피드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쳤다.

    "재밌었다. 나보다 큰 상대를 막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도전이다. 나는 도전을 즐긴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NBA미디어센트럴 제공)에서 남긴 그린의 말이다.

    그린은 1차전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다. 하든(41분50초)이나 커리(39분25)보다 많이 뛰었다. "그게 바로 그가 42분47초 동안 뛴 이유다"고 말한 스티브 커 감독. 그는 그린을 충분히 쉬게 할 여유가 없었다.

    그린은 13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에 스틸 2개, 블록슛 1개를 보탰다. 기록만 놓고보면 커리, 하든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린의 가치는 기록지 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컨퍼런스 파이널 이전까지 그린은 14-15시즌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모든 선수 가운데 '온-코트(on-court)'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였다.

    플레이오프 누적 기록을 토대로 100번의 공격권을 주고받는다고 가정할 때 골든스테이트는 그린이 코트에서 뛸 경우 상대보다 16.8점을 앞선 반면, 그린이 벤치에서 쉴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보다 18.6점을 뒤졌다. 무려 35.4점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 수치에서 그린을 앞서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린은 상대팀 입장에서 볼 때 '사기 캐릭터'다. 210cm 전후의 장신 선수가 즐비한 NBA에서 2m가 갓 넘는 신장으로 골밑을 지배한다. 자신보다 큰 선수를 막아내고 그들과 경합해 리바운드를 잡는다. 리바운드 이후 누구보다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가는 선수 역시 그린이다.

    그린은 NBA에서 파워포워드를 맡기에는 분명 작은 키다. 그런데 파워포워드로 정착하면서 스피드가 오히려 장점이 됐다. 근성이 워낙 강해 상대 2-3번 포지션의 선수를 맡아도 수비에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스티브 커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저없이 스위치 디펜스를 주문할 수 있다. 그린이 누구든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에서는 정통 파워포워드의 역할과 거리가 멀다. 2대2 공격시 스크린 이후 외곽으로 빠져 3점슛을 던질 줄 안다. 그를 막는 장신 선수의 수비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돌파도 가능하고 돌파 후 패스에도 능하다.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그를 지도했던 톰 이조 감독은 "내가 가르친 선수 가운데 농구를 가장 영리하게 하는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린이 갖춘 재능은 템포가 더 빨라지고 포스트업보다는 2대2 공격이 주를 이루며 스위치를 활용한 수비가 각광받는 최근 농구의 경향과 완벽하게 부합한다.

    스티브 커 감독은 시즌 초반 이같은 그린의 다양한 재능을 두고 "그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린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누구보다 어려운 과제를 맡아왔다. 1라운드에서 떠오르는 빅맨 앤서니 데이비스와 맞붙었고 2라운드에서는 잭 랜돌프, 마크 가솔 등 내로라 하는 베테랑 빅맨들과 매치업을 벌였다. 이번 상대는 하워드. 그가 비록 1쿼터 도중 무릎을 다치긴 했지만 그린은 하워드의 공세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

    어떻게 막았을까.

    "버티면 된다. 하워드는 힘이 무척 세다. 내가 버티면 하워드는 내게 등을 대고 강하게 밀고 들어온다. 이 경우 한 방향으로 돌기가 어려워진다. 이미 모든 힘을 썼기 때문에 조금은 느려진다. 계속 버텨서 덩크만 못하게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1차전이 끝나고 그린이 밝힌 하워드 봉쇄법이다.

    그린이 이날 유일하게 포효한 순간이 있었다. 그가 득점을 했거나 블록슛을 성공했을 때가 아니다. 하워드에게 달라붙어 그의 팔꿈치에 맞아 공격자 반칙을 이끌어냈을 때였다. 경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린은 1990년대를 호령했던 파워포워드 데니스 로드맨과 많이 닮았다.

    로드맨 역시 신장은 201cm. 그러나 로드맨은 1991-1992시즌부터 무려 7시즌 연속 리바운드왕에 올랐던 선수다. 게다가 맨투맨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칼 말론, 찰스 바클리에게 로드맨의 수비가 어땠는지를 물어보라. 로드맨은 20세기 말 NBA를 대표하는 허슬플레이어였다.

    로드맨이 한 팀의 중심을 이뤘던 적은 없었다. 그는 아이재아 토마스, 데이비드 로빈슨, 마이클 조던 등과 함께 뛰었다. 그러나 로드맨은 늘 뛰어난 조력자 이상의 존재였다. 상대에게는 골칫거리였다.

    1990년대 시카고 불스에서 로드맨과 한솥밥을 먹었던 스티브 커 감독은 멤피스와의 서부컨퍼런스 준결승 시리즈 도중 "그린에게는 로드맨의 여러 면이 담겨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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