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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20% 미만 '저농축' 길 열었다



국방/외교

    [한미 원자력협정] 20% 미만 '저농축' 길 열었다

    40여년만에 개정… 골드 스탠더드 제외, 파이로 공동연구 등 韓 권한 강화

    (자료사진)

     

    지난 2010년 10월 이후 4년여를 끌어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 타결됐다. 1974년 개정된 이후로는 40여년만이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양국 정부를 대표해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양측은 각각 국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협정을 본격 발효한다.

    이번에 개정된 협정은 한미간 원자력 협력의 틀과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21개 조항에 이르는 본문, 2개의 합의의사록으로 이뤄졌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대표적인 불평등 협정으로 꼽히며 우리 원자력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세계 원자력 5대 강국의 위상에 걸맞는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내용을 담게 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 농축·재처리 권한 강화

    정부는 △ 사용후 핵연료 관리 △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 원전 수출의 증진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특히 사용 후 연료의 재처리와 농축 문제는 이른바 '핵 주권'과도 결부된 민감한 문제로 협상이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요인이다.

    한미 양국은 새 협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 중간저장 △ 영구처분 △ 제3국 위탁재처리 △ 파이로프로세싱(pyro processing·건식재처리) 등 4개 방안을 상정하고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선호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난점 등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방안을 택하게 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각의 구체적 협력 방식을 규정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연구개발이 완료될 경우 우라늄을 반복 재사용함으로써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사용후 연료의 부피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양국은 한국이 현재 보유한 시설에 한해 미국산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한 조사후 시험(照射後 試驗)과 전해환원 등 형상 및 내용 변경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양국은 또 한국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하고자 할 때는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합의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는 농축 권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는 현행 협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 핵비확산 등의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 저농축에 관해 합의할 수 있는 추진경로(pathway)가 마련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현재 국제 원전연료 시장은 안정적이지만 장기적 등락 가능성에 대비해 상호 공급지원 등의 안전판을 만들었다.

    양국은 이밖에 우리 원자력 업체가 미국산 핵물질과 장비 등을 제3국으로 재이전할 경우 현행 건별 동의 대신 포괄적 장기 동의를 적용하도록 했고 수출입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명시했다.

    ◇ 전략적 협력 위한 新 모델 도입

    이번 개정 협정은 양측의 수평적 협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한 점에서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은 원자력협정과 차별성이 있다.

    이는 미국이 인도나 일본과 맺었던 협상에 비해 '핵 주권' 면에서 약하지만 골드 스탠더드(농축·재처리 금지)가 적용된 아랍에미리트(UAE)보다는 높은, 중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협정문의 각 조항이 '미국은 ~을 한다'는 식으로 이뤄졌던, 40여년 전 개정 당시의 일방적이고 시혜적 성격과는 당연히 천양지차다.

    양국은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상설 고위급위원회를 신설해 원자력 협력에 대해 상시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 측이 관심을 둔 파이로 프로세싱이나 저농축 허용과 관련한 양국 협의도 고위급위원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전세계 양자 원자력협정 중 이런 전략적 고위협의체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미 양국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한 것"이고 말했다.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개발과 관련, 오는 2020년까지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된 기술에 대한 공동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도 새로운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산 장비와 원료에서 생산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업체가 수출한 장비로 얻은 미국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서도 상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새 협정 서문에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연구, 생산 및 이용함에 있어서 갖는 '불가양의 권리'(inalienable right·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확인했다.

    양국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함에 있어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또 농축과 재처리 등 형상 및 내용 변경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에 있어서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 규정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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