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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문화 일반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 2015-04-12 06:00

    [문화연예 세월호 기획⑨] 문화예술인부터 고등학생까지…광장서 세월호 1주기 맞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단독]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전문)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
    ⑨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계속)

    (유연석 기자)

     

    따뜻한 봄볕이 얼굴을 간질이는 11일 토요일. 봄도 나들이도 잊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광장 한복판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세월호 1주기, 연장전'이 진행됐다. 문학·공연·사진·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자기만의 '연장(도구)'을 들고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연장전'에 돌입한 것이다.

    문화예술인만 있지 않았다. 여러 단체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이면서 이곳은 마치 종교·정치·사법·상업·사교·토론이 행해졌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아고라'(Agora)처럼 됐다.

    광장 한 곳에서는 세월호 1주기 분향소가 세워지고, 그 뒤편에서는 문학인들의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진 전시회가 열렸으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대화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다. 광장 한편에서는 만화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로 가득한 광장은 활기가 넘쳤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차디찬 슬픔이 고여 있었다.

    ◇ 굿과 그림 그리고 전시…문화예술인들, '연장'을 들다

    (유연석 기자)

     

    오후 1시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1시간 동안 신명나면서도 구슬픈 개막 굿을 벌이며 시민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한 '세월호연장전 풍물연합' 풍물패들.

    공연을 마치고 얼굴에 구슬땀이 맺힌 이찬영 대표(풍물패 더늠)는 "1주기를 맞아 아이들 넋을 기려주고 싶어 굿을 준비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세월호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연석 기자)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을 돌며 추모 만화전을 진행해 온 '만화인행동'은 광장 옆에 자리를 펴고 시민들과 함께 붓을 들었다. 네댓 살이나 됐을까 싶은 아이들이 노란색 물감으로 풍선 그림에 색을 채웠다.

    아이들이 색칠한 노란풍선 끝에는 배가 매달려 있다. 이도헌 작가는 "노란풍선 하나하나가 시민들의 마음이다. 시민들이 하나씩 그려주는 노란풍선으로 세월호가 인양됐으면 하는 바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유연석 기자)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는 사진전 '빈방'이 자리 잡았다. 하늘로 떠난 아이들의 빈방이 찍힌 사진이었다. 명찰의 녹슨 옷핀, 물에 젖어 글씨가 사라진 수학여행 책자, 빛바랜 스티커 사진들, 아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과 미래의 약속들. 시민들의 시선은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곳곳을 누볐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전을 관람한 아버지 황해평 씨는 "저도 중학생 딸과 아들이 있는 아빠인데, (전시물을) 둘러보면서 우리 애들 생각이 많이 났다.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지…"라고 말을 흐렸다.

    ◇ 끝나지 않은 비극…문화예술인들, 세월호를 말하다

    (유연석 기자)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등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문학인·사진가·연극인·청년예술가·풍물패가 각각 토론회를 열고, 세월호 사고가 자신들의 작품세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개인의 예술세계에 개입한 세월호를 이야기하면서, 끝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개인과 공동의 노력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마땅한 답이 정해진 토론회는 아니었지만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현재의 고민을 확인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연극인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행동들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우려는 행동들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유연석 기자)

     

    세월호 유가족과 외국인들이 만나는 자리도 있었다. 국제전략센터가 마련한 시간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단지 관광만 즐기고 가는 게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를 깊게 알고 자국에 돌아가 민간 외교 사절이 되게 하자는 취지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과 만남을 가졌다.

    20여 명의 외국인들이 남 일처럼 생각하지 않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 2시간을 넘게 세월호 유가족 경빈 엄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더러는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경청했다.

    이날 경빈 엄마와의 대화에 참석한 고등학교 원어민 교사 애나 트레이닌(Ana Traynin·미국)은 "가르치는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과 같은 연령대라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또 사고 이후로 한국 구석구석의 안전 문제가 민감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다는 경빈 엄마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희생자 유가족이 범죄자처럼 취급받는 것"이라면서 "희생자 가족분들의 투쟁은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만들려는 행동이다.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고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 봄나들이 대신 세월호…광장 속 시민들의 사정

    (유연석 기자)

     

    횡단보도 두 길을 잇는 중간 지점, 들뜬 시민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춰 섰다. "서명하고 가시겠어요?" 곱게 화장을 한 중년여성이 주위를 맴돌던 기자를 붙잡았다.

    자원봉사자 조미선 씨는 세 아이를 둔 엄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봉사를 시작한 잔뼈 굵은 세월호 자원봉사자로, 진도에서도 유가족과 함께 했다.

    조 씨는 "유가족 분들의 삶을 보고, 고통당하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저희가 지켜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나라 부조리의 총합에 의해 아이들이 희생당했다"고 애통해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만큼, 그에게 정부의 시행령은 허탈하기만 하다.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더 싸워야 된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지금도 지켜주지 못한다. 정부의 입김 없는 독립된 조사기관을 원한다. 그렇게 조사가 이뤄지고 발표돼야 국민과 유가족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족 단위로 광장에 온 이들도 있었다. 노란 리본을 매단 부부와 아기는 경기도 양평에서 이곳까지 슬픈 봄나들이를 왔다.

    젊은 엄마 이혜진 씨는 아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잊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 다 찾을 때까지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 친구들 보러 왔어요…교복 입고 광장 찾은 고등학생들

    (유연석 기자)

     

    한 무리의 여고생들은 유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조문했다. 밝게 웃고 있는 단원고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녀들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영경 양과 그 친구들은 단원고 희생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그러나 같은 또래 친구이기에, 희생자들을 향한 이들의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

    윤 양은 "SNS나 방송으로만 보다가 직접 와서 상황을 보니까 더 답답한 마음이다"면서 "그 부모님들께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아지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러고 계시다.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방송용 카메라를 든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영상제작과 1학년 학생들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추모 영상을 만들기 위해 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과 유가족을 인터뷰했다. 학생들 역시 세월호 사고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았다.

    촬영을 하던 전희수 군은 "지난 1년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유가족들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들은 사고 1주기인 16일 전후에 두 개조로 나뉘어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할 예정이다.

    ◇ '아고라'된 광화문 광장…세월호 추모는 계속된다

    아고라가 된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는 12일에도 이어진다.

    특히 광화문 세월호광장 무대에서 연극 '내 아이에게'(오후 1시 30분), '선물'(오후 2시 20분), '새야 새야 파랑새야'(오후 2시 40분)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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