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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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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문화연예 세월호 기획④] 세월호 가족들의 언론 불신 … 언론이 자초

    CBS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 등 각 분야의 추모 분위기를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계속)

    (윤성호 기자)

     

    “그런 말 한다고 언론이 바뀔까요.”

    통화에서 느껴지는 이금희 씨(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의 말투는 싸늘했다. 불신 그 자체였다. ‘세월호 가족들이 느끼는 언론에 대한 불만이나 아쉬움을 인터뷰하고 싶다' 했지만 그는 끝내 고사했다.

    지난달 29일 광화문에서 직접 만난 박은미 씨(실종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하니 경계의 눈빛부터 보냈다. 본인은 끝내 거절하고 남편 허흥환 씨를 인터뷰하라고 했다. 허흥환 씨와 짧은 대화 끝에 다음 날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허 씨가 되물었다.

    “그런데 (보도) 나갈 수는 있어요?”

    ◇ “언론이 진실을 보도했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 없었을 것”

    세월호 사고 이후 언론들의 보도는 세월호 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감’만 키웠다. 인터뷰를 해도 보도가 되지 않는 게 허다하고, 오히려 왜곡됐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고 초기부터 쏟아진 ‘전원 구조’라는 오보 이외에, 구조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육해공 총동원 입체 수색', '함정 23척 군용기 12대 병력 1천명 동원' 등 사실 확인 없이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외쳤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분노는 극에 달한 가족들은 왜곡 보도한 방송사의 카메라를 부수고, 인터뷰를 거부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언론사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진상 규명이나 인양을 요구하는 외침은 외면했다. 오히려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단식을 감행한 유민 아버지 김영오 씨의 개인사를 언급하며 흠집 내기에 몰두했고, 그를 포함해 세월호 가족들을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사람들로 매도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며 416시간 농성을 선포했던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난 김 씨는 “언론에 아쉬운 게 많다”면서 “우리(세월호 가족들)가 지금 농성을 하는 것도 언론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정부쪽으로 편향돼 보도하고, 우리가 말하는 건 거짓으로 오도하고 외면해버리니까 우리가 이 상황에 나와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언론이 언론답게 진실을 보도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1년이 지났는데, 언론은 달라졌을까"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언론의 관심은 커졌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1주기를 맞이한 보도가 결국 추모 일색으로만 끝날까봐 걱정이다. (유연석 기자)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세월호 가족 입장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3일 서울 공덕동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자리에서 유가족 김성실 씨(고 김동혁 군 어머니)가 한 말이다.

    “그래도 언론에 기대한 게 있었어요. 정말 발로 뛰는 기자라면, 우리가 모르는 걸 하나쯤은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실을 좇는 기자라면,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아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진상규명에 관심이라도 보이길 원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전부 어머니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금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치유는 되셨습니까,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아이에게는 몇 번이나 가십니까. 그게 다예요. 기사다운 기사를 쓰려고 하는 기자는 별로 없더라는 거죠.” - 'PD저널' 4월 5일 자 보도, “유족 모르는 사실, 하나쯤 보도해야 언론 아닌가” 中

    “어떻게 이 문제를 파헤쳐 진상규명을 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나 같이 다 하는 이야기는 추모와 기억뿐이었다”고 밝힌 그는 1주기를 맞이한 보도가 결국 추모 일색으로만 끝날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 "기레기라는 오명, 현재 진행형"

    (윤성호 기자)

     

    언론 감시 단체가 바라보는 세월호 보도 역시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언론과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데, 이 표현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세월호 사고 이후 언론의 자성과 내부 성찰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무력해 보인다.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언론을 평가했다.

    그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대의 아래 여러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됐다"며 "정부의 진상규명은 한계가 있더라도, 언론이 탐사보도라든지 취재를 통해 (제기된) 합리적 의혹에 대한 국민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어느 한 가닥도 해소하지 못하고 1주기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변한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어 "(언론이) 갈등의 요소만 잡고, 그림 그리는 역할만 충실히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역할들을 해내라고 (언론에 요구) 하기에도 (이제는) 기대를 저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냄비 저널리즘…언론이 국론 분열의 주범”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세월호 사고 후 언론의 보도 행태를 한마디로 ‘냄비 저널리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위원회가 잘 안되고 난항을 겪는 상황도 사실 언론의 탓이 크다”면서 “언론이 논란을 부추기고, 사실을 왜곡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탓”이라고 봤다.

    지난 1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유가족에게 언론이 믿을 수 없는 집단이 된 것 역시 “진실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일부 유가족의 격한 반응을 부각시키는 보도로 유가족을 분리시키고 고립시키는 언론의 행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정권에 대한 감싸주기 보도, 진실규명을 막으려는 보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보도로 대한민국에서 저널리즘의 기본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세월호 보도 참사는 언론이 잘못됐을 때 국민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이다. 지난 1년간 아무런 반성과 성찰도 없이 보낸 언론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 세월호 가족들 "반짝 관심 말고,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유가족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촉구 416시간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세월호 가족들의 바람은 반짝이 아닌 지속적인 언론의 관심이다.

    앞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416시간 농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향해 “많이 취재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 단지 1주기가 가까워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상 규명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안 좋게 흘러가는 걸 아시기 때문에 관심 갖고 나오신 것으로 저는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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