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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여단장 '강간죄' 아닌 '간음죄'…봐주기 기소의혹



국방/외교

    성폭행 여단장 '강간죄' 아닌 '간음죄'…봐주기 기소의혹

    군검찰 "저항하기 힘든 폭행·협박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여단장에 대해 군검찰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지는 '강간죄'가 아닌 벌금형도 가능한 '피감독자간음죄'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방부가 최근 모든 성범죄자를 군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상황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며 결국 군이 겉다르고 속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군검찰 A 대령에 '피감독자간음죄' 적용

    육군본부 보통검찰부는 지난 2월 24일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여단장 A 대령에 대해 군형법상 '군인등준강간미수'와 형법상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적용해 공소를 제기했다.

    군검찰은 우선 A 대령이 지난해 12월 자신의 관사에서 자고 있는 피해자를 성폭행 하려다 피해자가 잠이 깨면서 미수에 그친 사실을 들어 군형법상 '군인등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군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군인인 피해자를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고 혐의 사실을 적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A 대령이 실제로 피해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와 관련한 적용 법률이다. 군검찰은 공소장에 A 대령이 지난 1월 1일과 3일 각각 피해 여군을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군검찰은 2차례에 걸친 성폭행과 관련해 A 대령이 '피해자를 몸으로 누르고 위력으로써 간음했다', '피해자가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몸으로 누르고 위력으로써 간음하였다"고 각각 공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군검찰은 A 대령에서 군형법상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고 군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죄'를 적용했다.

    ◇ 징역 5년 이상 vs 벌금 1천 5백만원

    군형법 92조(강간)에 따르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군인 및 군무원)을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군검찰이 A 대령에게 적용한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제1항에 따르면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형법상 강간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한 반면 형법상 업무상위력등에의한 간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처벌 강도가 크게 차이난다.

    따라서 군검찰이 적용한 법률에 따르면 A 대령은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는 점에서 군이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도헌 소속 이회덕 변호사는 "굳이 군형법에 처벌조항도 없는 업무상위력등에 의한간음(피감독자간음)죄로 기소한 점, 기소된 죄명엔 강간죄와 달리 벌금형도 규정되어있다는 점이 봐주기 기소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 육군 "준강간미수죄로도 5년 이상 처벌 가능"

     

    육군 관계자는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성폭행 당시 피해 여군이 저항하기 힘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가해졌다고 볼 수 없었다고 군검찰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리하게 강간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군사법원에서 무죄로 판결할 경우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입증이 가능한 피감독자간음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대령에게 적용한 '군인등준강간미수죄'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면서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도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면서 "공소장에 명시한대로 피의자가 '위력'을 사용했다면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처벌 수위가 높은 죄목이 있다면 우선 이를 적용하고 그 판단은 법원에 맡기면 된다"면서 "군이 아닌 민간이었다면 A 대령은 당연히 강간죄로 기소됐을 것이고 상명하복 사회인 군 조직에서는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더 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등준강간미수죄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군인등준강간미수죄와 강간죄는 별개의 죄목으로 처벌의 해야하는 사안"이라며 "강간미수로 처벌한다고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 성범죄자 처벌 강화는 대외용?

    앞서 국방부는 지난 11일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 모든 성폭력 범죄자의 퇴출을 원칙으로 하는 '원 아웃(One-Out)' 제도를 시행하는 등 성범죄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본안'에 따르면 모든 성폭력 범죄자는 형사처벌과 병행해 징계위원회에 반드시 회부하고, 동시에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대상에 포함해 군에서 퇴출된다.

    또, 직속상관 등 업무계선상 관련자가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고도 묵인·방관할 때는 각 군 본부 조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 3자까지 처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모든 성폭력에 대해 강도높은 처벌을 하겠다고 밝혀놓고 내부적으로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가벼운 처벌이 가능한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겉다르고 속다른 행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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