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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벌반대에 부딪쳐 2금융권 CEO 선출과정공개 '미루기로'



금융/증시

    [단독] 재벌반대에 부딪쳐 2금융권 CEO 선출과정공개 '미루기로'

    정부 'CEO 선출과정 공개안해도 문제 안 삼아' 후퇴

    (사진=윤성호 기자)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대해 CEO 선출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를 삼지 않기로 했다.

    삼성 등 재벌들의 반대로 보험·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최고경영자(CEO) 선임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던 금융당국이 또 한 번 재벌의 반대에 밀려 당초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금융계열사 사장 등 CEO를 마음대로 임명해온 재벌 총수들 입장에선 이번 정책유예로 혜택을 보게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 등 2금융권의 연차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금융사들이 발표한 연차보고서가 사외이사 활동과 CEO 선출 과정 등을 상세하게 밝히도록 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작성됐는지를 평가한 뒤 이를 해당 금융사 검사 때 반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2금융권에 대해서는 이런 연차보고서 평가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벌들의 반발에 밀려 2금융권에 대해 임원 선임 규정을 제외하기로 한 당국이 또 다시 2금융권에 대해 사실상 CEO 선출 과정을 공개 하지 않아도 문제삼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금융회사 118곳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CEO와 임원들을 추천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CEO 등 임원의 자격요건을 미리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후보는 CEO로 선임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재벌 등 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은 금융위가 발표한 모범규준에 크게 반발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을 보유한 삼성 그룹이 재계 단체와 금융업권별협회, 보수 매체 등을 총동원해 전 방위로 반대 의견을 유포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사들은 '원칙준수·예외공시(Comply or Explain, 모범규준을 그대로 따르지 못할 경우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 원칙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연차보고서가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금감원 검사 때 이런 내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재벌들의 전방위 공세에 금융위는 결국 임추위 신설 규정을 2금융권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금융위는 대신 금융사들은 예외 없이 CEO 승계프로그램과 구체적인 승계절차를 담은 내부 규정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CEO 후보들이 추천된 경로와 경영승계 사유가 발생한 이후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상세하게 연차보고서에 담으라는 것.

    임추위 신설이 무산되더라도 CEO 선임 절차를 공개하면 대기업 오너가 금융사 CEO 등을 마음대로 임명하는데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 CEO 선임 절차 공개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의 평가였다.

    그런데 금융위는 2금융권에 올해 연차보고서에 CEO 선출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등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사옥 (자료사진)

     

    2금융권이 '임추위 신설 무산'에 이어 'CEO 선출 과정 미공개'를 이끌어 낸 데는 삼성그룹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등 2금융권의 경우 올해 연차보고서는 모범규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금감원 검사에 반영하는 등) 문제 삼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2금융권에 대해 임추위 설립 제외를 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도 삼성은 금융업권협회와 계열 금융사를 동원해 'CEO 선출 과정 공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차보고서에 CEO 선출 과정이 공개되면 사실상 그룹이 주도한 사장 선임권을 행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삼성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삼성이 (금융업권협회와 금융 계열사를 동원해) '연차보고서에 CEO 선출 과정 공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금융당국에 전달했고, 결국 당국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계열 금융사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CEO 선출 과정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RELNEWS:right}

    금융사 CEO 승계절차 공개와 관련해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원칙준수·예외공시' 원칙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며 "모범규준이 강제규정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모범규준을 발표하며 '앞으로 재벌 계열 금융사 CEO라도 그룹 총수의 의중에 따라 마음대로 선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금융당국이 CEO 승계절차 공개를 앞두고 '원칙준수·예외공시'라는 한 발 물러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애초 강제력 없는 연차보고서 공개 규정의 실효성이 더욱 약해지게 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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