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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크림빵 뺑소니 사고'의 아름다운 결말



칼럼

    [사설]'크림빵 뺑소니 사고'의 아름다운 결말

    • 2015-01-30 16:23
    29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고의 피의자인 허모(37) 씨가 청주흥덕경찰서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가 29일밤 자수하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이 19일만에 해결됐다.

    사건 자체는 안타깝고 슬픈 내용이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과 피의자가 자수하고 피해자 유족이 용서를 하는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로 불린 이 사건은 지난 10일 새벽 화물차 기사로 일하던 강모씨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충북 청주 흥덕구 무심서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를 말한다

    강원도의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강씨는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시험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화물차 기사로 일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강씨는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뺑소니 차에 치여 도로에 쓰러져 있던 강씨는 지나던 택시기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 차량의 CCTV에 찍힌 사진으로는 차량번호는 물론 차종도 식별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

    사범대를 수석으로 나와도 교사가 되지 못하는 현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가는 가난하지만 소박했던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동호회원들이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용의차량 추적에 나섰고 수많은 시민들이 제보를 하는 등 사건 수사에 높은 관심과 협력에 나서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사건 초기 일반 뺑소니 사고와 다를 것 없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던 경찰도 여론의 높은 관심 속에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려 사고 현장 주변의 모든 CCTV에 대한 조사에 나서 용의차량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온 국민의 관심속에 수사망이 좁혀오자 결국 용의자 허모씨는 부인의 권유로 29일 밤 경찰에 자수했다.

    사건 당일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던 허씨는 유치장으로 향하면서 숨을 쉴수 없을 만큼 자책감을 느꼈고 죄짓고는 못산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붙잡힌 이후 숨진 강모씨의 아버지가 보여준 태도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강씨는 피의자가 자수했다는 소식에 경찰서를 찾아가 “ 자수를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주러 왔다”며 따뜻한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다.

    죄값은 받아야 하겠지만 사람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며 피의자의 가정이 불행에 빠지게 될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의자 허씨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친줄 몰랐다고 변명하고 사고 후 증거 은멸에 나선 정황을 듣고는 분개하기도 했다.

    강씨는 여전히 "원망도 하지 않을 것이고 용서할 준비는 이미 다 됐다"며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거듭 호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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