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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지역주의 부추기는 소선거구제



국회/정당

    '우리가 남이가?'…지역주의 부추기는 소선거구제

    [선거제도 개편②] 거대 양당의 지역 패권주의 정치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위헌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도를 손질해 우리 현실에 맞는 선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여야는 오는 2월 중순까지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행 선거제도를 우선 보완하고 뒤이어 위헌결정이 내려진 선거구 획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CBS노컷뉴스는 민의수렴의 중요한 수단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폐해를 집중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선거제도 개혁 시리즈'를 마련했다. 두번째 순서로 '영·호남 텃밭 만들어낸 지역주의'를 보도한다. [편집자주]


    ◈ 깃발만 꽂으면 당선…영·호남 텃밭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며 부산에 연거푸 출마했지만 낙선했다.정치1번지 종로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이었지만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계속된 도전은 대통령 당선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불모지'인 전남 곡성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면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이정현 의원의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의 당선과 낙선이 의미가 있는 것은 영남에서는 새누리당, 호남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당선되는 것이 하나의 도식처럼 자리잡고 있는데도 지역주의에 맞서 도전을 한 점 때문이다.

    지역주의가 넘어야 할 과제로 평가되는 것은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투표 성향을 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구 의석 66석 가운데 63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호남의 경우 31석 의석가운데 28석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왔다.

    그래픽=CBS 스마트뉴스팀 김성기 기자

     

    ◈ 최다 득표자 선출한 소선거구제…지역 패권주의 낳아

    지역주의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두드러지게 된다. 87년 민주화 이후 제6공화국 헌법 하에서 민주주의 산물로 대통령 직선제와 소선거구제가 등장했다. 가장 표를 많이 얻은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1988년 4월 26일 실시된 13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87석,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70석,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하는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59석,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평민당은 호남 37석 중 36석을 차지했고 대구·경북에선 민주정의당이 29석 가운데 25석을 차지했다, 부산·경남에선 통일민주당이 37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했다.

    그래픽=CBS 스마트뉴스팀 김성기 기자

     

    남북 대치 상황과 권위주의 정권 등의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이념이나 정책적인 면에서 차별성을 두기보다는 당선을 위해서 지역주의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보스정치' 시대가 도래했고 위기 상황이면 정치인들은 '지역주의'를 이용해 지역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는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지역주의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경제 발전, 고위직 인사에서의 차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겹치면서 지역주의 구도가 만들어 졌는데 이후 선거 제도가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1노 3김이 현재의 선거제도의 혜택을 모두 봤다"고 설명했다.

    ◈ '정책' 자리를 '지역'이 채워…정책 선거 실종

    88년 13대 총선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 24년동안 6번의 총선을 치렀지만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여전하다.

    3김 청산 이후 지역주의는 영남 대 호남, 새누리 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양당 구조를 낳았다. 이 때문에 영·호남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하여금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역주의는 정책 경쟁을 약화시켰고, 각 지역에서는 유권자에게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마저 뺏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상대 당의 텃밭인 호남이나 영남에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출마하지 않은 16개 선거구 가운데 호남지역이 13개를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이 후보를 내지 않은 37개 선거구 가운데 20개의 선거구가 영남에 포진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주의를 온전히 선거제도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독재 정권·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이념적·정책적·계층적 논의를 할 수 없는 정치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NEWS:right}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이념이나 계층 문제 등을 적극 내세울 수 있었던 환경이 아니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민주화 이후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지역'이라는 정치 자산을 최대로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을 패권으로 쉽게 이기려는 정치인의 이익과 최다 득표자 한 사람만 추대되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요소가 결합되면서 낳은 '지역주의'는 우리 정치가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호남 출신의 한 정당인은 "유권자도 이제는 더 이상 '지역'만 보고 찍지 않는다. 지역에만 호소를 하면 더 반감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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