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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 "'미생'들의 애환, 감히 공감했단 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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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완 "'미생'들의 애환, 감히 공감했단 말 못해"

    [노컷 인터뷰] '완생' 꿈꾸는 '미생' 장그래 역 임시완

    '미생'에서 스펙 전무 고졸 검정고시 낙하산,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사진=스타제국 제공)

     

    사회 초년병의 눈으로 본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tvN 드라마 '미생'이 2014년 하반기를 강타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가를 넘어 대중문화계를 뒤흔든 콘텐츠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스펙 전무 고졸 검정고시 낙하산,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이 있었다. 천만 영화 '변호인'을 통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뗀 임시완은 '미생'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또 한 걸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고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임시완은 겸손했다. 자신을 이제야 겨우 쓸만한 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제가 '필요한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가수로 처음 데뷔했을 때보단 지금 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안도감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 몸담고 있는 연예계에서 제가 필요하지 않을 때가 오더라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있어요. 또 그런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임시완은 프리퀄까지 포함하면 약 5개월간의 시간을 '미생' 속 장그래로 살았다. 한국 나이로 치면 올해 스물일곱. 실제로도 미생(未生)의 연령대인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또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YES'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처음 드라마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가 아니라 '꼭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어요. 전 제가 정말로 장그래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미생'이 흥행이 되지 않았더라도 장그래를 표현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날은 임시완이 '미생' 팀과 함께 세부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직후이기도 했다. "세부에서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장그래, 아니 임시완과 '미생'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임시완은 약 5개월간 장그래로 살았다. (사진=CJ E&M 제공)

     

    ▶ '미생'을 성공적으로 끝낸 소감은.

    = '미생'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기보다는 밑천이 드러난 느낌이 강하다. 중후반쯤부터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고, 또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한계를 느꼈다. 앞으로 더 가아 할 길이 많은 것 같다.

    ▶ 임시완에게 장그래는 어떤 의미가 있나.

    =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내가 완전한 장그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내가 장그래니까 당연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점차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들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내가 장그래라서가 아니라 절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장그래였기에 공감을 이끌어 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젠 '내가 진짜 장그래다'라고 말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 장그래와 실제 임시완은 얼마나 닮았나.

    = 바둑으로 치자면 나와 장그래는 프로 세계에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돌이라는 점이 닮았다.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을 때 내가 그런 존재의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또 연예계에 내가 속해 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컸다. 그게 나와 장그래가 굉장히 흡사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럼 경험을 십분 살려서 연기에 임했고, 덕분에 공감하기 편했다.

    ▶ '미생'에서 실제 본인과 가장 닮은 역할이 있다면.

    = 고민할 것도 없이 장그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100%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감히 그렇게 말씀드리기 힘들다. 그래도 4개월, 프리퀄까지 포함하면 5개월을 장그래로 살아왔으니까 후한 점수인 80점을 주고 싶다.

    영업 3팀 3인방 장그래(임시완), 오차장(이성민) 김동식 대리(김대명) (사진=CJ E&M 제공)

     

    ▶ 자신의 삶에 '미생' 속 오차장(이성민) 같은 인물이 있었나.

    =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오차장의 존재 자체가 판타지'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속해 있는 메신저 대화방이 있다. 그 친구들이 '미생' 때문에 고충이 많다고 하더라. 직장에서 '내가 진짜 오차장이다'라고 하는 상사들의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는 거였다. (웃음)

    그만큼 '미생' 속 오차장은 대단하고, 존재하기 힘든 분이다. 실제로 그런 분이 있다면 정말 잘 따르고 싶다.

    ▶ 간접적으로 직장인을 체험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나도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그렇듯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더라. 때로는 정의가 아닌 일도 해야 할 때도 많다는 걸 느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맞닿았을 때도 힘들더라. 직장생활은 그런 집약체를 보여주는 사회단체인 것 같다. 사실 연습생 때는 '직장 생활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 그냥 이 상황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겠다.

    ▶ 그들의 삶에 얼마나 공감을 했나.

    = 사실 직장인은 내가 느끼기엔 어려운 직업이다. 물론 친구들과 가깝게는 아버지도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없었기에 그냥 어렴풋이 '쉽지 않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미생'을 통해 그들의 애환이 가시화되면서 또 직간접적 체험을 하면서 '그런 삶이 쉽지 않구나. 그분들의 애환이 참 컸구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감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분들인 것 같다.

    ▶ '미생'은 명대사를 많이 남긴 드라마다. 그중 가장 공감을 했던 대사가 있다면.

    = 맞다. '미생'은 명대사의 홍수 같았다.

    지금 딱 생각나는 대사는 내가 했던 게 아니라 오차장님이 했던 거다. 친구에게 접대를 하는 장면에서 했던 '나는 내가 술을 먹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지 않느냐'. 이 말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가슴 아프게 들리더라.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당시엔 그 모습이 달갑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취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었으니까. 그 대사를 듣고 나서야 '그때 생각은 어떠셨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임시완(사진=스타제국 제공)

     

    ▶ 최종회에서 펼쳐진 요르단 에피소드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는데.

    = 요르단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판타지적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미생'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드라마적인 부분이었다.

    장그래로서는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곳에서 한다. 차에 치여서 바로 일어나서 뛰어내리고, 그런데 피가 나지도 않고. (웃음) 보시는 분들의 눈이 그래도 즐겁지 않았을까 한다.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고 대리만족 정도.

    현실에서 정말 힘들고 처절하고 안타까웠던 친구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모습. 그런 점이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비현실적으로 더 멋있는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었다.

    물론 그게 장그래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봐도 좋다. 장그래를 떠나보내는 분들에게 더 가벼운 마음을 줄 수 있도록, 놓아주는 작업을 쉽게 하려는 배려의 차원이 아니었나 싶다.

    ▶ 시즌 2에 출연하게 된다면 장그래가 어떤 인물로 그려졌으면 하는가.

    = 그냥 지금보다 장그래가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더 나아가 시즌 3까지 추가로 나온다면 또 다른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장그래가 됐으면 좋겠다. 그게 '완생'이 됐다는 의미이기보다는 '완생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느낌으로 비쳤으면 한다.

    ▶ 연기를 무척 잘하는 배우들과 호흡했다. 덕분에 본인이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 촬영 현장에서 모두가 연기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는 분들이었다.

    처음에는 점점 내가 장그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많았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촬영하다 보니 정말 잘하고, 또 책임을 져야겠다는 무게감이 들기 시작하더라. 버티는 촬영의 연속이었다.

    (사진=스타제국 제공)

     

    ▶ 종영 후 '미생' 팀과 함께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

    = 나도 포상휴가 처음이었고, 팀원 대부분도 그랬기 때문에 휴가라는 것 자체로 그냥 들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스케줄이 없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서로 친화력이 다 좋다 보니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선후배 상관없이 두루두루 잘 지냈던 점이 좋았다.

    또 '항상 취해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참 잘 지켰다. (웃음) 그래서 술을 참 많이 마셨다. 그 말을 가장 잘 지켰던 분은 전석호(하대리 역) 선배다. 세부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여자 스태프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가장 먼저 세부에 현지화되는 적응력이 있더라. 덕분에 모두가 많이 웃었던 것 같다.

    ▶ '미생'의 패러디물인 '미생물'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나.

    =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들었다. 패러디물이 나온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나에게 특별한 출연 제안은 없었다. 내가 출연하면 그게 패러디물이 아닌 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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