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와 서울연극제지키기시민운동본부가 1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예훼손 혐의'로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센터장 등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석 기자)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연극계가 정부 기관 산하단체인 한국공연예술센터를 고소했다.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과 다른 거짓 주장으로 35년 역사의 서울연극제 명예를 훼손한 한국공연예술센터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 중 아르코예술극장 및 대학로예술극장 대관 불허에 따른 제36회 서울연극제 및 참가 작품의 기획 지연에 따른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권영빈 위원장)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유인화 센터장)는 2015년도 대관 심의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켰다. 35년 전통의 '서울연극제'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연례 공연예술 행사. 하지만 내년도 정기 대관공모 선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락했다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 박장렬 위원장(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오늘로 대관 탈락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원로부터 후배들까지 모든 연극인의 마음이 아픈 시간이었다"면서 "그동안 1인시위와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한국공연예술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직접 찾아가는 등 여러 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그 어느 곳도 우리와는 공식적 접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냉대로 연극인들은 해당 기관으로로부터는 아무 설명을 듣을 수 없었다. 오히려 언론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탈락 사유를 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연극협회의 대관 공모 심사 탈락 이유를 '서류 미비'와 '불허한 모금 행위를 주도하고 방치한 단체의 신뢰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류 미비란, 대관 신청서에 '공연 작품 미정'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또 '모금 행위'란, 올해 5월 공연장 외부에서 한 단체가 모금 행위를 했는데 이를 불허했음에도 서울연극협회가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연급협회 남명렬 부회장은 "35년간 서울연극제 작품은 대관 심사 기간에는 선정이 안 돼왔다. 늦으면 1월 말까지도 걸린다. 이는 더 좋고 다양한 작품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연극협회가 확인한 결과 "대관이 결정된 공연들 역시 작품이 선정되지 않아 '공연작품 미정'이라고 대관 신청서를 작성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모금 행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해당 모금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은 합법적인 'N' 단체에서 진행한 것으로, 공연 직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위기 가정을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한다'는 안내 후 공연장 '밖'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서울연극협회 측은 "이를 두고 협회가 마치 모금을 방치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며,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서울연극협회와 서울연극제지키기시민운동본부가 1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예훼손 혐의'로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센터장 등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석 기자)
때문에 서울연극협회 측은 "사실과는 다른 거짓 주장으로 35년 전통과 역사의 서울연극제를 포함해 3500명의 서울연극인, 서울연극협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한국고연예술센터와 유인화 센터장 그리고 '수십 개 극단과 수백 연극인이 참여하는 서울연극제'를 일개 단체로 폄하한 김의숙 본부장을 고발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장렬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다른 장소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건 청도소싸움을 제주도에서 하라는 말과 같다"면서 "대학로라는 전 국민이 아는 이 연극의 거리를 연극인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지켜오고 발전시켜왔다. 35년 역사의 서울연극제를 아르코대극장에서 하는 것은 전통이자 1년에 한 번 있는 연극인의 축제이다. 그런데 이런 잔치를 못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가 생기면 매듭을 풀기위해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게 보편적인 태도인데, 아직도 (문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며 고소까지 해야 하는 이번 태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연극협회 측은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