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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비정규직…'쿼바디스' 안에 '카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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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와 비정규직…'쿼바디스' 안에 '카트' 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문제에 유독 무관심"

     

    공교롭게도 엇비슷한 시기에 관객을 만나는 영화 <카트>와 <쿼바디스>.

    지난 13일 개봉한 <카트>(부지영 감독)는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노동자들이 510일간 벌인 파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12월 10일 개봉하는 <쿼바디스>(김재환 감독)는 교회의 탐욕과 성공주의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두 영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카트>의 소재인 이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쿼바디스>에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기업'이 경영 이념인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 이랜드는 노동자들에게 만큼은 빛과 소금이 되지 않았고, 그들을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았다. 회사에서 쫓겨난 이랜드 노동자들은 강남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정문 앞에서 약 5개월간 농성한다.

    이들이 이랜드 사옥이 아닌 사랑의교회 앞에서 농성한 까닭은 이랜드 박성수 대표회장이 그 교회 시무장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박 회장을 만날 수 없었던 이랜드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은 그가 출석하는 사랑의교회뿐이었다. 그들은 교회 목사가 장로인 박 회장을 설득해주길 바랐지만 교회 측은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냉대했다.

    2007년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북측광장에서 열린 '이랜드 규탄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 사진)

     

    <카트>에는 빠져 있지만 <쿼바디스>에는 당시 사랑의교회 앞에서 농성하는 이랜드 노동자들의 실제 영상이 등장한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왜 남의 교회 앞에서 이러느냐”며 이랜드 노동자들을 타박하거나 '투명인간'마냥 무시하고 지나친다.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라고 배웠지만 그 '누구'에 이랜드 노동자들은 포함되지 못했다.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에서 노동자를 바라보는 교회 내의 시각에 대해 꼬집는다.

    그는 "박성수 회장처럼 기업 회장 또는 임원이 되면 교회에서는 예수를 잘 믿어 축복받은 인물이라 말하지만,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거나 어떠한 일에서 실패한 사람은 믿음이 부족해서 잘못된 것 마냥 취급한다"며 "교회가 노동 문제를 바라볼 때 사측, 즉 가진 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분명 예수가 약자나 소외된 자들을 감싸안는 모습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 "하나님도 노동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는데…"

    이러한 모습은 비단 사랑의교회뿐만이 아니다. <쿼바디스>에 잠시 등장하는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교회(가톨릭, 개신교 포함)가 노동자를 외면하는 시각은 한국 사회가 노동 문제에 대한 이해가 취약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교회는 보수 신앙이 겹쳐지면서 더 완고해졌다. 하 교수에 따르면, 인천의 모 가톨릭병원에서 병원 노조가 파업을 벌였을 때, 원장수녀는 "예수님도 마귀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며 노조와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노조를 마귀로 본 것인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원장수녀의 시각은 보통의 한국인이 노조를 바라보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제도권 교육에서 노동인권 문제를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는 이야기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모의 단체교섭이 일상화된 특별 활동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1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모의 노사 교섭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경영진 역할도 해보고, 노조 간부 역할도 해봅니다. 이처럼 일찍이 제도권 교육에서부터 노동 조건이 노동자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노동 문제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과 권력의 관계를 배운 아이들이 훗날 사회에서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 우리와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노동인권 교육을 받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가 권리를 지키겠다'고 요구하는 것을 사람들이 '불순'하면서도 '특수한'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자료 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유독 무관심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었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하나님의 형상대로가 아닙니다. 당시 이랜드 비정규직 직원들은 화장실도 못 가고 일을 했습니다. 불안한 고용으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요구하지 못한 겁니다. 10명이 취업하면 8명이 비정규직인 세상에서 교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 역시 노동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노동은 비성서적인 불순한 행동이 아닙니다."

    같이 교회에 다니지만 누군가는 '아웃소싱이 이뤄지게 해 달라'고 , 다른 누군가는 '정규직 혹은 복직이 되게 해 달라'고 상반된 기도를 한다. 과연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에 귀를 기울일까. 예수님이라면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 고민할 것도 없는 이 쉬운 질문이 한국교회에게 만큼은 어려운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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