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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눈물·분노…'다이빙벨' 본 안산시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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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눈물·분노…'다이빙벨' 본 안산시민 반응

    [르포] 슬픔의 도시 안산에서 상영한 '다이빙벨'

    "하아, 미치겠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인데 뒷좌석에 앉은 한 여성이 한숨을 뱉으며 읊조렸다. 옆에 앉은 40대 남성의 입에서는 "저런 개xx들, 씨x"이라는 욕이 터져 나왔다. 객석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안해룡, 이상호 감독)을 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답답함의 한숨', '안타까움의 눈물', '정부와 언론을 향한 분노'로 가득했다.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 메가박스를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8시 '다이빙벨'이 상영된다. 이날 상영관 좌석 168석의 약 70%가 찼다. 메가박스 직원은 평소보다 사람이 많이 왔다고 했다.

    10일 오후 8시 안산 메가박스에 영화 다이빙벨을 보러 온 안산 시민들. (유연석 기자)

     

    그럴 것이 이날은 영화 상영 후 이상호 기자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릉, 제주, 부산, 대구 등에서 대화가 진행됐지만 안산에서는 처음이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안산 단원고 학생이었던 탓에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의 도시가 된 안산. 그렇기에 이날 대화는 여느 지역보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상영 후 관객과 대화에서 이상호 기자는 "이 영화는 다이빙벨이 (구조 과정에서)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다이빙벨 하나만 놓고도 언론이 얼마나 조작을 해왔는지를 말하려던 것이다"며, 더 많은 거짓 보도들이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행돼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언론이 되고 스크린이 돼야 한다, 비록 부족한 영화지만 세월호 사건이 '지겨우니 그만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해 논의할 수 있게 해 달라. 특히나 안산 시민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예은 엄마도 상영관에 찾아왔다. 그는 '다이빙벨'을 이날 처음으로 봤다. 그는 관객과 대화에서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며 마이크를 잡고도 말을 시작하지 못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예은 엄마는 "제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꿈이었으면, 매일 매일 그렇게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예은 엄마 때문에 객석에서도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예은 엄마는 "무서워서 (영화를) 안 보려고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다"며 "솔직히 무섭다. 이종인 대표가 이상호 기자에게 무섭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나도 무섭다. 무서워서 여러분에게 애원하려고 한다. 다른 분들도 아니고 안산 시민이니까..."라고 고백했다.

    관객과 대화에 나온 예은 엄마, 도언 엄마, 이상호 기자, 지성 아빠.(왼쪽부터)

     

    이어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이 일 때문에 안산 이미지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며 염려하는 분들도 있다. 안산 시민들 나라에 찍히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소수가 아니라 많은 시민이 싸우면 안산 시민이 더 훌륭한 국민이 되는 기회라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 특히 안산시민이 함께 해 준다면 유가족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날 함께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도언 엄마 역시 "우리는 힘이 없다. 기댈 곳이 없다. 그러니 국민분들, 안산 시민들이 기댈 곳이 되어 달라. 우리가 힘들 때 어깨를 빌려주고, 우리가 중심 못 잡고 흔들릴 때 제대로 하라고 질책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화는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상영관을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지성 아빠는 문 앞에 서서 나오는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나눠줬다. 나오는 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힘 내세요"라고 응원했다.{RELNEWS:right}

    극장 건물을 나왔다. 먼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30대 남성 6명이 쓰레기통 옆에 서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아무 대화 없이 담배만 태웠다. 한숨과 함께 그들 가슴속에서 뿜어져나온 희뿌연 연기는 안산의 까만 하늘 위로 올라가다 흩어졌다. 그들에게 다가가 영화 감상평을 듣고 싶었지만, 그 침묵을 깰 용기가 없어 그냥 서울로 갈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이 11일 선고를 받는다, 정부가 11일 관계장관 회의에서 세월호 수색 종료를 논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조자 0명. 그렇게 세월호 참사 후 209일째가 되는 날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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