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넌 말로만 효도하니!"…소송 거는 부모들



법조

    "넌 말로만 효도하니!"…소송 거는 부모들

    '부양의무 불이행때 증여 무효' 문서화 안하면 승소 어려워

    11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2년째 홀로 생활하던 A(69)씨에게 아들(44)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10년.

    서울 강남의 약 108㎡(33여평)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아들은 "매월 5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아버지를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효도약속'을 하고 A씨에게 재산을 증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쓸쓸한 생활을 하고 있던 A씨는 2010년 2월 서울 동작구의 식당 권리금 3500여만 원과 영등포구의 주택 전세보증금 2500여만 원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1년 뒤 노원구의 아파트를 처분한 대금 2억9,700여만원 등 모두 3억5,700여만원을 증여한 A씨는 이후 아들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돈을 받고 난 뒤 아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매달 50만원씩 용돈은 고사하고 A씨의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부인의 제사도 지내지 않던 아들은 심지어 몸이 아픈 A씨가 사용하던 전기장판까지 꺼버리기까지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A씨는 아들에게 '증여 계약 위반'이라며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11월 A씨가 낸 채권가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아들은 올해 2월까지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나 끝내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아들을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증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최근 자녀를 상대로 "물려준 재산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약속해놓고 재산을 증여받았던 자녀가 증여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족들의 여러 차례 중재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이들이 법원을 찾는다"며 "경제위기가 닥치고 노인빈곤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자녀를 상대로 한 부모들의 소송도 완만한 비율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정도가 되면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한 상태라 변론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우려될 정도로 흥분하기도 한다"며 "이런 이유로 재판부가 소송 당사자가 아닌 다른 자녀 등을 부모의 대리인으로 변론에 참석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모들이 승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행 민법은 소유권 이전등기 등 이미 증여가 이뤄졌을 경우, 부양의무 불이행을 원인 등을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2

     

    그렇다면 자녀가 '효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때 증여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설령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받았을지라도 '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증여가 무효' 라는 내용 등을 적은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통해 '증여가 조건부로 이뤄졌다'(부담부증여)는 점이 먼저 입증 돼야 한다.

    여기에 자녀가 이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가족 사이에 이 같은 약정을 문서로 남기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도 부모들이 패소하는 이유다.

    실제로 대구지법은 지난달 C(86.여)씨가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는 조건으로 유일한 재산인 토지를 증여했는데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당하게 대우했으므로 토지를 돌려달라"며 장남인 D(62)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

    울산지법 역시 지난해 11월 E(74)씨가 같은 취지로 아들(46)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고, 서울고법도 지난해 9월 F(74)씨가 며느리 G(44.여)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BestNocut_R]

    이와 관련해 법원관계자는 "자녀가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증여를 받은 경우(부담부증여) 이 같은 조건이 있었다는 것을 증여한 쪽(부모)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서면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담부증여가 인정되기는 어렵고,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